가슴의 회한을 버리고…

이번 주초에 마지막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던 (주)피카스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마지막이지 않을까 합니다만….그동안 많은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에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했습니다..그래서 몇 시간 걸렸죠.

한동안 ‘내 탓이요’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마음 깊이 모두를 내 탓으로? 받아들이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화병이 생기죠….

아마 최동원씨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도 그렇고 은퇴후 지도자생활도 그렇고. 천성때문일 수도 있고 ‘프로야구선수협’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에 쌓아두면 결국 내 몸만 망치기에 어느 정도는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듯 합니다.

종횡무진인터뷰 – 최동원

– 프로 시절은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니 그렇다 치고, 아마시절의 혹사 때문에 너무 빨리 지고 말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프로진출 때 이미 전성기를 지난 상태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긴 침묵 끝에 일을 열었다) “맞는 말이지만, 이제는 아쉬운 것도 원망도 없어요. 단지 흘러간 과거일 뿐 입니다. 그 당시로서는 시대적으로 볼 때 하지 않으면 안됐죠. 원래 지도자는 성적 지상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면 자리보전이 안되거든요.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의 논리가 있는 것이죠. 저는 그 시대의 선수였고요, 이제는 흘러간 과거고 원망도 후회도 없습니다. 누구나 인생에 후회는 있겠지만 빨리 털어야죠. 그래야 앞으로 가죠. 아니면 옆으로 가잖아요. 오늘을 소화해야 내일이 있을 뿐입니다.”

선수시절 팀과 불화가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선수협 사건이 결정적 이었을 것 같아요. 롯데 시절에 어느 날 70대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당신도 선수였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할아버지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도 노후를 준비 할 수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만해도 당장 밥 값도 안 되는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그 선수들도 프로의 뿌리를 내리는데 공헌한 사람들 아닙니까. 더구나 야구란 혼자 하는 게 아니죠. 당시에 내가 잘 나가던 것도 결국은 다른 선수들의 공이라 싶더군요. 그래서 선수협을 만드는데 앞장 섰어요.”

– 한미대학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나서서 맞았던 코스에 다시 같은 공을 던진다든지. 아니면 일부러 한가운데 직구로 승부해서 홈런을 맞는다든지 하는 고집도 일면 그런 점과 상통하지 않나요?

“ 그런 건 객기로 보였을 테죠. 실제 그런 비난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객기가 아닌 준비된 마음가짐입니다. ‘나는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정면 승부를 하게 만들었죠, (그는 이 부분에서 답답하다는 듯 여러 번 가슴을 두드렸다). 이해가 안되세요? 나는 늘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몸을 만들었어요. 그런 큰 경기는 나를 평가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왜 비겁하게 그걸 피해갑니까? 저는 지금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 김인식 사단의 일원으로 한화 1군 투수코치, 이제 2군 감독으로 돌아왔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최고의 선수였다고 최고의 지도자는 아닙니다. 선수시절의 생각을 가지고 가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지금은 김감독님에게 지도자의 길을 배우고 있습니다, 연습생인 셈입니다. 선수 때는 잘 던지면 그만이지만, 지도자로는 운영이나, 선수특성파악, 지도방법 등을 공부해야 하죠. 그러니 만족하죠. 지난날의 명성은 어디까지나 허상 일 뿐입니다.”

– 그래도 선동열 감독이나 김재박 감독 같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성공한 분들을 보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나요?

“ 자존심 같은 것은 버린 지 오랩니다. 자리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선수들은 누구나 감독 목표가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본인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죠.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묵묵하게 내실을 다지고 내공을 쌓으면 저절로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그 점에서 저는 아직 부족한 것이고요.”

.’투수’는 어떻게 보면 경영자와 비슷합니다. 야구라는 게임의 특성상 ‘투수’의 역할이 60%이상입니다. 고독한 승부사라는 말이 맞을 듯 합니다. 경쟁자(타자)와 ‘포수’의 도움을 받아서 승부를 벌어야 합니다. 직접 승부를 할 지, 야수들을 믿을지….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역시 투수가 집니다.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화려함과 비참함을 뒤로 하고 다시금 현장으로 돌아와 지도자생활을 하시는 ‘최동원’감독님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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