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천에 살기는 하지만 진짜로 과천은 살기 좋습니다.
앞으로 관악산, 뒤로는 청계산이 있어 다른 도시에 비해서 녹지 비율도 높습니다.
저도 연애시절 관악산 등반을 하고 과천으로 내려왔을 때 ‘이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살아보면 의외로 지하에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독주택들은 중앙동을 제외하면 보통 5~6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들이기때문입니다.
과천은 녹지뿐 아니라 문화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습니다. 경마장이 옆에 있어서 이곳에서 들어오는 돈이 많기때문에 예산 자립도가 높습니다. 보통 5월말부터 토요문화축제를 개최합니다. 여름에는 과천문화회관이나 관문체육공원에서 야외영화제도 개최합니다.
2.
2008년도 문화행사는 과천에 있는 보광사 “산사음악회”로 시작하였습니다. 과천과 연관있는 절이 두곳인데. 관악산 정상에 있는 연주대,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보광사입니다. 두곳 모두 일년에 한번정도는 산사음악회를 개최합니다. ? 금년도 초대손님은 “정태춘 박은옥”씨였습니다. 그래서 17일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노래를 감상하였습니다.
이날 밧데리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뷰티폰으로 사진을 멋있게 찍어올릴테데 그렇지 못해서 무척 아쉽습니다. 그래서 대신 다른 분이 올리신 사진으로 대신할 까 합니다.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래사진들은 http://blog.daum.net/rlarladudal/4325407 에서 가져왔습니다.좀더 감상하시려면 가보시길 바랍니다.)
3.
이날 공연은 정태춘박은옥씨가 1집부터 4집까지 담았던 초기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1집에 실렸던 시인의 마을을 시작으로 서해에서,북한강에서 등등 음유시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노래로 구성되었습니다. 더구나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이 산사를 감싸고 개구리의 화음까지 덧붙여져 금상첨화라고 할까요?
물론 초기의 정태춘박은옥씨를 기억하는 분들은 좋았겠지만 80년대 중반부터 변화된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제외되어서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과천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만든 무대로 선곡에서 제한이 있었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요즘 뷰티폰때문에 MP3를 들을 수 있어서 정태춘 박은옥씨의 1집과 2집노래를 담아서 매일 듣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정태춘 박은옥씨는 마지막 한곡으로 당신들이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기타연주없이 MR테잎 반주로 노래하셨습니다.
공연내내 별 말씀이 없던 정태춘씨가 이때에는 일장연설(?)을 하시고 열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였습니다.
20대 열정이 지나고 남은 자리에 피멍만 남아있는데..
그래도 지난 시절이 남겨준 무언가의 아쉬움이 있어선지….
그냥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감고 들었습니다..
5.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늙어보이네요….
사실 더불어 늙어가고 있지만..
좋은 소식 한가지. 이번주말 과천에서 토요문화축제가 시작됩니다. 이번주는 강산에씨가 초대손님입니다.와~~~~~
덧붙임)
글을 포스팅하고 정태춘씨 관련 글을 몇편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격정적인 연설(?)이라고 했던 그 내용도 일맥상통한 글이었습니다. 2004년 8월 낭독의 발견에 출연해서 “정태춘에 대한 정태춘의 낭독”입니다. 그 때 하신 말씀중에 기억나는 단어가 “세상과의 불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정태춘 입니다.
나는 나의 세상과 결코 친화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나의 노래도 그렇게 시작이 됬죠. 세상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거나 무관심한 채
이와 다른 세상에 관한 낭만적 동경이나 방랑, 그리고 나의 실존에 관한 고민에 푹 빠져서 일기를 쓰듯이 그런 노래들을 만들고 불렀습니다.자기독백 같은 노래들을…
그리고 결혼하면서 그런 삶은 더 이상 불가능했고현실이라는 세상속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세상의 진면목은 내가 그런 입장을 취했던 것이단지 나 자신이 타고난 형질 때문만이 아니라세상 자체가 모순에 가득차 있었기 떄문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그런 비슷한 입장을 가지거나 세상안에 있지만 진정한 그 세상의 주인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됐고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그들이 주인인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그런 싸움을 보게 되었습니다.나는 거기에 투신했고 나의 노래는 격정적이었습니다.그러나 그 싸움은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이 주인이 되어 휴머니티로 운영되는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나의 사회만이 아니고 전세계가 하나의 지배체제로 강력하게 재편재 되고 모든 개인이 그 희망없는 역사속으로 다시 내동댕이 처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혼자 다시 무력하게 그 체제로부터 떨어져 나와야 했습니다.나의 당대에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아 보였기 떄문 입니다.나의 이상은 저만큼 높은데 현실은 절망적이고 그렇다고 하여그 이상의 높이를 조절하거나 이상 자체를 포기하고 세상의 잔인한 요구에 따라 손 툴툴 털고 전향 할 수는 없었습니다.그래서 나 자신에게 이탈을 선언합니다. 이런 세상은 아니라고…
그리곤 내 남은 삶에서의 좌절감이나 분노, 현실에 대한 혐오를 얼마간이라도 잘 다스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내 남은 삶도 결코 이 세상과는 불화할 것이고 이런 나의 입장은 내게는 아주 정당해 보입니다.이것이 정태춘에 관한 정태춘의 낭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