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빈도매매와 거래소간 차익거래

1.
가끔 과천을 벗어나서 고객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DMA와 알고리즘트레이딩과 관련한 분들입니다. 지난 몇 달 공통의 관심사는 공매도와 NXT시장이었습니다. 3월 4일 개장한 이후 NXT시장에서 거래하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중 일부입니다.

대체거래소, 거래종목·대금 10배 넘게 늘어난 첫날도 안정적
개미들만 산 대체거래소…외국인·기관 유입은 ‘숙제’
“한 주 사고 팔았는데 상하한가라니”…대체거래소, 시세왜곡 심각하네

거래가능한 종목이 늘면서 거래대금도 당연히 늡니다. 다만 숙제, 시세왜곡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기사가 있지만 채 한달도 지나지 않는 NXT시장을 고려하면 과도한 비판으로 보입니다. 좀더 시간이 지난 후에 평가할 과제로 보입니다.

이제 걸음마인 NXT시장이 생기면서 KRX시장과 비교하여 재미있는 기사가 있습니다.

NXT 출범 이틀째인 5일 오전 11시경, NXT 초기 거래 가능 10종목 중 하나인 제일기획 주식 거래 화면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매도호가 중 가장 낮은 가격이 매수호가보다 더 낮게 형성된 것입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갈무리한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오전 11시3분 현재 매도호가 중 최저가 주문은 1만7290원에 나온 170주였는데 이때 매수주문은 1만7310원에 올라온 110주였습니다. 즉 매도호가가 매수호가보다 낮은 겁니다.

1만7290원에 제일기획 보유주식을 매도하겠다며 주문을 낸 사람은 본인이 원한 가격보다 비싼 1만7310원에 바로 주식을 팔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신규 매수자는 1만7290원에 주식을 바로 매수할 수 있는데도 그보다 높은 1만7310원에 사겠다며 주문을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이 상황이 유지된 것입니다.

가격 역전은 이후에도 계속 유지돼 이로부터 몇 분이 지난 11시7분엔 매도호가 1만7270원, 매수호가 1만7300원으로 매수·매도호가 역전 폭이 더 벌어졌습니다.

매도호가보다 높은 매수호가, 매수호가보다 낮은 매도호가라는 이상 현상은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해프닝이 아닙니다. 기자가 처음 발견한 후 지켜본 한 시간 넘게 지속됐으며, 역전 폭은 적게는 호가 1단계, 즉 10원 차이에서 많이는 50원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시간 다른 NXT 거래 가능 종목 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한 결과 컴투스에서 호가가 한 단계 정도 역전된 것이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8개 종목들은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같은 경우는 있지만 제일기획처럼 역전되거나 그 갭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KRX 매도호가가 NXT 매수호가보다 낮다? 중에서

위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차익거래 가능해도 실익 없어

이같은 호가 역전은 복수의 거래소가 등장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한국거래소(KRX)에서 제일기획 주식 주문이 나온 가격과 NXT에 접수된 주문 가격이 다른 상황에서, 양측의 주문을 한 화면(통합시세)에 모아서 보여주니 매도호가보다 비싼 매수호가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 당시 제일기획 현재가 화면을 통합시세가 아닌 각 거래소의 시세로 바꿔서 보면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매도호가보다 높은 매수호가는 NXT에서 나온 주문이었습니다. 매수호가보다 낮은 매도호가 주문은 KRX에서 접수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싸게 팔겠다는 주식을 매수해서 곧바로 더 비싸게 사겠다는 매수 대기자에게 매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기자가 시험 삼아 몇 차례 반복해서 주식을 매수한 뒤 그 즉시 더 높게 올라와 있는 매수주문에 주식을 매도하자 모두 거래가 정상 체결됐습니다. 이렇게 매매한 결과 적게는 주당 10원에서 많게는 40원까지 차익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스켈핑(초단타 매매) 수준의 거래로 생긴 실익은 거의 없습니다. 주식 매도 시 거래금액의 0.15%가 세금(코스피 농특세, 코스닥 거래세)으로 공제되는데, 매매 차익이 0.05~0.23% 수준이어서 남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가격 차이로는 무위험 차익거래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주식 보유자이거나 관심이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조건으로 주식을 매수하거나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목은 “차익거래 실익없어”로 썼지만 어떤 분들은 “차익거래가 가능해”로 읽습니다. 예를 들어서 NXT시장이 개장한 날 페친이신 이현열님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넥스트레이드 개장일, 넥스트레이드 거래대상종목 10개와 KRX 호가 비교
✅ 호가가 대부분 붙어서 움직임
✅ 수수료/세금 고려해도 1~2틱 먹을만한 종목도 있음
✅ 호가 물량 자체는 거의 없어서 큰 수익은 안될 듯
✅ 시장이 점차 커지면 기회도 점점 많아질 듯
✅ 드디어 퀀트 불모지 한국에도 봄이 오는가…

2.
이와 같은 거래소간 차익거래의 가능성은 신한금융투자증권의 보고서에서도 등장합니다.

패시브전략; ATS(대체거래소) 속성 대비반

보고서는 NXT시장의 거래규정등을 다루고 있고 차익거래는 한 문장정도 등장합니다.

대체거래소 도입에 따라 시장 미시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알파 추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기존에 없던 복수 거래소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Latency Arbitrage(지연 차익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Latency Arbitrage는 거래소 간 주문 및 데이터 전송 속도의 차이를 이용하여 가격 차익을 실현하는 초고속 차익거래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에서 주가가 1,000원으로 변했을 때, 네트워크 지연(latency)으로 인해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아직 990원에 머물러 있다면, 이 차이를 이용하여 한국거래소에서 매도하고 넥스트레이드에서 매수하여 10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선물시장과 현물시장
간 차익거래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선물이 고평가 상태일 때 양 거래소에서 앞선 상황과 같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면,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이 더 저렴한 넥스트레이드에서 현물을 매수하면 초과 수익 수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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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체결가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지연시세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의 사이트를 찾았지만 NXT가격을 제공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제가 찾은 유일한 곳은 네이버입니다. NXT시장에서 거래량 상위종목중 하나인 한화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종목에 따라 편차가 많지만 거래량이 KRX와 비교하여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걸음마단계이기도 하고 종목당 30%를 넘을 수 없습니다. 꼭 거래량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차익거래 전략을 만들 수 있을 듯 합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NXT시장은 DMA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관련한 기사입니다. 증권사중 NXT를 위한 DMA를 제공하는 곳이 있을 수 있네요.

HFT는 거래소 간 매매 시간 차이를 이용하는 ‘지연 차익 거래’ 외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종목 중 저평가된 주식을 빠른 속도로 매수(통계적 차익 거래)하기도 하며 알고리즘으로 사건·사고를 분석하고 특정 모멘텀이 있을 때 매매(이벤트 기반 거래)에 참여해 차익을 내기도 한다.

복수 거래 체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상당수 기관은 넥스트레이드에서 HFT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DMA 거래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특정 모멘텀이 발생했을 때 알고리즘으로 차익을 내는 HFT가 야간에도 가능해지고 거래소 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HFT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HFT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HFT로 매수와 매도 주문이 늘어나고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 가격 발견 기능도 향상된다. 초고속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권의 가격이 실제 가치(적정가)에 더욱 수렴하게 되고 이 같은 과정을 촉진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차익 거래로 두 거래소 간 가격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외인·기관 참여 기폭제”…”알고리즘으로 시세 왜곡” 불안도중에서

위 기사에서 DMA보다 더 눈이 갔던 부분은 아래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HFT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2072조 7047억 원으로 2023년(1647조 4390억 원) 대비 25.81% 증가했다. 거래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는데 2023년 전체 거래 대금 대비 HFT가 차지하는 비중은 29.08%에서 지난해 37.17%로 8.09%포인트나 높아졌다. 주식시장의 전체 거래 대금이 2023년 5663조 원에서 2024년 5574조 원으로 감소한 가운데 HFT의 거래 규모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인·기관 참여 기폭제”…”알고리즘으로 시세 왜곡” 불안도중에서

기사의 출처가 KRX 보도자료인지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더 찾아보니까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입니다.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숫자가 놀랍습니다.

25.81%증가

지난해 알고리즘을 활용한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의 거래 대금이 2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2023년 1월 이후 1년 만에 25% 가까이 증가했다. 4일 대체거래소(ATS) 출범에 따라 두 거래소 간 시세 차이를 활용한 거래가 가능해져 올해 HFT의 거래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HFT의 거래 대금은 코스피(1575조 3749억 원)와 코스닥(497조 3298억 원)을 모두 더해 2072조 704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1647조 4390억 원(코스피 1190조 3374억 원, 코스닥 457조 1016억 원) 대비 25.81%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 대금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각 시장별 HFT 거래 대금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월까지 HFT 거래 대금은 코스피 127조 3129억 원, 코스닥 33조 6723억 원이다.
초단타 이미 2000조…”시장교란 우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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