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일기 1 – 아픔의 시작

1.
22년말부터 현재까지 무릎때문에 고생중입니다. 아픔의 시간이지만 치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흔치 않은 시간이고 경험입니다.

시작은 공룡능선입니다. 주로 동네산을 다닙니다.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 가끔 북한산을 가기고 합니다. 그러다고 유튜브를 통해 공룡능선을 보았습니다. 20대때 속초 보안대에서 조사를 받은 후 조사관과 함께 설악산 산행을 한 후 오랜 동안 잊고 살았는데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6kg 배낭훈련입니다. 22년 여름 과천 3산종주를 한 후 체력이 바닥났서 많이 고생했습니다. 이를 만회하려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공룡능선 도전을 위해 6kg의 생수병을 넣고 관악산 등반. 지난 여름 평소와 달리 배낭을 메고 3산 종주를 했을 때 힘들었습니다. 더위탓이라 생각했는데 한번 생수병을 넣고 해보니까 이해를 했죠. 30분이면 오르는 용마골 능선을 1시간 가까이 땀에 흠뻑 젖어 올랐기때문입니다. 근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근력을 위해 일부러 생수통을 넣은 배낭을 메고 다닙니다. 어제도 그 일환…..

6kg 배낭 훈련.
몇 가지 길을 만들었습니다. 양재천 따라 텃밭까지 간 후 다시 경마장, 대공원 호수 둘레길, 전망좋은 길을 따라 집으로 오면 2시간.
아니면 과천 용마골에서 용마북능선으로 올라서 용마능선으로 내려와 다시 과천 생태길로 해서 과천성당. 대략 3시간.
두 길 모두 시멘트와 바위라 다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어제 늦은 시간 새 길을 개척했습니다. 양재천으로 해서 텃밭. 여기서 우면산 공군부대 진입로까지 가서 걷다보면 좌측으로 등산로가 있습니다. 이렇게 공군부대가 있는 정상까지 가서 남태령능선길따라서 남태령, 여기서 관문체육공원까지 2시간 반정도. 다른 길과 달리 황토길이라 너무 좋습니다.
늦은 시간 혼자 걸으니 온전히 나와 대화를 합니다.

늦은 4시에 출발한 우면산. 이젠 6kg 배낭에 적응했네요.
안개가 짙어서 그런지 5시 반부터 어두컴컴해진 길. 홀로 산행이라 무섭긴 하네요. 주변에서 소리가 나면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합니다. 무의식이 저를 지배하는 순간…
3산 종주를 할 때 이 길을 따라 남태령, 다시 관악산 남태령 능선을 오릅니다. 다음엔 관악산까지 ….

6kg을 지고 걷지만 지나고 나니까 무릎에 적지않은 충격을 준 듯 합니다. 집안 내력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데….

2.
배낭훈련에 더하여 자전거 성지순례를 다시 했습니다. 문제는 100km가 넘는 거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초겨울 찬 날씨에 무리를 해서 자전거를 타니까 다리에 무리가 간 듯 합니다.

온 몸과 마음으로 하는 성지순례.. 아침미사 끝나고 11시에 출발, 은이성지까지 네 시간 걸렸네요. 잠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제 과천으로 천천히

꼭 한번 해보고 싶어 계획없이 다녀온 은이성지. 자전거앱은 3시간 40분정도라 하였지만 초행길이라 헤매서 4시간이었네요. 갈 때는 앱에 의지하여 가는 바람에 몰랐던 지명을 올 때 하나하나 머릿속에 담았습니다. 밧데리가 나가서 기억을 더듬었죠. 은이성지는 탄천, 신갈천, 경안천 자전거도로로 갈 수 있습니다. 올 때는 탄천에서 운중천으로 빠져 하오고개를 넘었습니다. 산갈천과 경안천사이에 효자고개가 있습니다. 여기서 숨이 가빠집니다. 자동차도 조심해야 하고.
어제 은인이 한분 계셨습니다. 신갈천에서 탄천으로 가는 길을 몰라서 교통표지판에 의지하여 방향을 잡았는데 마침 부동산이 있더군요. 길을 물었더니 꼼꼼히 설명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초겨울 자전거. 체감온도로 보면 한겨울입니다. 늦은 시간 청계산 하오고개를 넘을 때 무척 추웠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빼고 7시간 페달을 밟았더니 지치기도 했고요. 고개 내려와 “복진면”에서 나를 위한 얼큰복칼국수 한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풀었습니디.진짜 오랜만에 120km를 밟았네요. 집에 오니 몸은 진액이 빠진 느낌. 9시간 반이 걸린 은이성지 순레!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사히 다시 출발점으로 올 수 있음이….

성지순례를 한번만 하지 않고 강화도까지 한번더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서 했지만 맞바람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강화도 끝단까지 왕복을 하였습니다. 대학 동아리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토요일 새벽까지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동기들중 가는 사람이 없어서 연락담당자로 책임을 다하려고 출발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 날씨는 쌀쌀하고 바람은 심하고 게다가 맞바람입니다. 힘들게 강화도까지 도착하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데 해병 검문소가 있네요. 교동도 갈 때 경험한 적이 있는데 도보여행객도 검문을 하네요. 자전거내비로 15분 남기고 고생고생했습니다. 내비니까 오차가 있는데 이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9시간 걸렸습니다.
하루밤 자고 다시 과천으로 오면서 점프를 하려고 했습니다. 강화터미널을 가니까 자전거를 실어주는 버스가 없네요. 광역버스화하면서 시외버스가 없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평화누리길을 달리면서 중간쯤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접이식밖에 휴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ㅠㅠㅠ 결국 안양천 합수부까지 와서 영등포구청에서 점프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미사와 모임때문입니다.
왕복 거리를 따져보니까 대략 160km이네요. 시간으로 13시간입니다. 확실히 체력이 여전같지 않네요. 오래전 당일치기로 강화도를 왕복한 적이 있는데 이때 160정도였습니다. 세월앞에 장사는 없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움직이고 움직이고 덜 떨어지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3.
걷기는 일상입니다. 조금 무리라고 하더라도 걷습니다. 무릎이 불편하다는 자각 증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걸었습니다. 이태원 참사현장도 남대문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영정없는 분향보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의 추모가 고인들에 대한 도리라 생각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남대문에서 일을 보고 걸어걸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짥고 좁은 길을 보니 그 분들이 겪었을 마지막 순간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비둘기들이 날라다니고 시들어버린 국화가 가득한 참사 현장. 이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인지, 빨리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그래도 남은 자의 몫은 기억입니다..

눈으로 담고 카메라로도 담은 지난 주. 이태원에서 용산까지 걸었던 미군기지. 색다른 용산 중앙박물관 버스정거장. 오랜만에 본 나무 전신주, 주말 봉담 수녀원앞 커다란 나무, 우면산 늦단풍…

지난 겨울 눈보라가 치는 날도 걸었습니다.

설중보 雪中步.눈 내리는 서울대공원.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화가의 붓도 좋지만 자연이 만든 붓도 좋네요

걷기가 통증의 원인은 아닐 듯 합니다. 다리를 무리해서 사용하니까 인대가 부담을 느꼈고 적절히 치료를 하지 못하니까 염증이 생긴 듯 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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