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아주 오래 전에 만났던 분을 뵈었습니다. FX Aggregator와 관련한 주제라고 하더군요.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년초 기재부 자료를 읽어보고 미팅을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었고 자리를 마친 이후 되돌아와서 기재부 자료를 다시금 보았습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빈 곳이 많아 보이더군요.
먼저 기재부가 정리한 현재의 외환시장 구조입니다. 은행간 거래와 대고객거래가 나누어집니다. 여기서 문제는 고객은 은행과 이런저런 계약을 맺은, 사실상 은행에 종속된 소비자입니다. 물론 은행을 옮기면 별 문제가 없지만 환율조건때문에 은행을 옮기는 고객은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환율의 투명성이고 경쟁시장의 부재입니다.
이상을 바꾸자고 해서 나온 제도가 대고객 외국환 전자중개업입니다. FX Aggregator입니다. 기재부가 내놓은 그림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보았습니다. 대고객 외국환 중개업자는 은행(RFI 포함)과 고객의 딜(호가)를 중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니까 이상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가’은행이 Disclosed Streaming이나 RFQ를 통해 호가를 제시하였고 이에 호응하여 ‘나’은행과 거래하는 A고객이 FX Aggregator를 통하여 주문을 냈고 ‘가’은행은 체결을 했습니다. 은행과 개인사이의 계약이후 할 일이 남았습니다. 청산결제를 하여야 합니다. USD/KRW SPOT일 경우 T+2일 결제가 일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Confirmation, Clearing 및 Settlement가 필요합니다. ‘가’은행은 청산결제를 위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2.
문제는 Couterparty입니다. ‘가’은행의 거래상대방을 고객으로 할지, 고객이 계좌를 개설한 은행으로 할지 아니면 FX Aggregator로 할지 기재부 정책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먼저 FX Aggregator의 고객(외국환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아닌)을 거래상대방으로 하는 경우는 가능할까요? 어떤 경우에도 고객이 직접적으로 청산결제와 관련한 의무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은 불가능할 듯 합니다.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려면 FX Aggregator가 외화 혹은 원화자금은 예치받을 수 있는 계좌가 가능해야 합니다. FX Aggregator를 통해 거래를 하고자 하는 고객은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를 위한 자금을 위탁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유야무야되는 중이지만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게 결제를 위한 계좌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면 현재 은행간거래를 담당하는 외국환중개업자, 예를 들면 서울외국환중개나 자금중개는 어떨까요? Post-Trade와 관련한 Notification(Confirmation 전단계)업무를 제공하는 것외에 어떤 업무도 담당하지 않습니다. 대고객외환중개업이 현행 외국환중개업과 다른 규제를 하는 것이 법 제정 혹은 개정할 때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또다른 방식은 FX Aggregator가 청산결제기관을 지정하여 청산결제의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인 개념은 이렇습니다. 고객과 청산결제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기 위한 자금을 위탁합니다. 청산결제회사는 고객의 신용한도정보를 FX Aggregator에 제공합니다. FX Aggregator는 매매중개할 때 신용한도정보를 이용하여 중개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때 신용한도는 계좌 잔고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신용한도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좀더 상상해보죠.FX Aggregator가 하나은행을 청산결제기관으로 지정했다고 하죠. 그럴 경우 고객이 거래은행이 아닌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자 할까요? 만약 청산결제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거래은행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없을까요?
마지막 방법은 고객이 직접적으로 FX Aggregator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증권회사 혹은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이럴 경우 매매방식은 다르지만 한국거래소가 매매체결 및 청산결제를 하는 과정과 비슷한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한국거래소의 입장에서 보면 각 중개회사의 주문체결에 대한 청산결제의 의무는 중개사(회원사)가 집니다. 일차로 중개사가 청산결제를 한 후 고객에서 관련한 비용을 청구합니다. 만약 고객이 거래하는 계좌에 결제에 필요한 통화자금이 있다고 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CFD사태처럼 구상권 소송을 하여야 합니다. 아니면 은행(금융회사)가 신용한도를 점검하여 신용한도를 초과할 경우 FX Aggregator로의 주문을 거부하도록 합니다. 이 방식은 은행에 여러가지 부담을 줍니다. 은행이 참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을 놓고 볼 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한 방법은 청산결제기관을 단수 혹은 복수로 지정하는 방법일 듯 합니다. 문제는 어느 은행이 청산결제기관으로 참여하고자 할까요? 인터넷은행이라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3.
지난 번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부분은 대고객외환중개업자의 서비스입니다.
위 서비스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의 채권거래가 떠오릅니다. 2005년쯤 투명성이 거의 없던 채권거래를 투명화해보자는 취지로 자산운용사와 함께 채권거래서비스를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FIX Protocol을 이용하여 설계를 하였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습니다. 위 서비스 대부분을 시스템화하였습니다. 물론 참여가 적어서 실패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상품거래와 Request For Quote 그리고 FIX
RFQ이든 Disclosed Streaming이든 새롭게 만들어지는 소매외환시장에는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Liquid Provider입니다. 유동성공급자입니다. 초창기 FX Margin서비스를 시작할 때 FXCM이 떠오릅니다. 이천대 중반 FX Margin이 세계적으로 넓혀갈 때 Dealing Desk와 NO-Dealing Desk라는 말이 유행하였습니다. FXCM이 호가를 공급하는데 딜링 데스크에서 호가공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FXCM에 유리한 때만 한다는 불평이 많았고 다른 브로커들이 NDD를 무기로 시장에 진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NDD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시장상황에 따라 Spread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고객포지션을 은행간시장에서 수동이나 자동으로 헷지하는 기능, 시장조건에 따라 호가공급을 자동 혹은 수동으로 하는 기능입니다.물론 이런 기능은 기재부 방안중 Non-Disclosed Streaming입니다. 그렇다고 Disclosed Streaming에도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딜러를 여럿 고용하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지만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둘째는 계약단위입니다. 현재 도매거래는 백만불이 기본입니다. 이를 소매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객이 필요한 금액에 따라 그때 그때 호가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계약단위를 일만불, 오만불, 일십만불과 같이 소매를 위한 계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리테일외환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이상의 조건이라고 하면 금융투자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리테일외환시장에 참여하지 않을까요? 비록 투자목적의 환전일 경우만 가능하지만..
안녕하세요 업무 관련 리서치를 하다가 우연히 들렀습니다.
과거 파생상품 시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짧은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1. Aggregator는 기존 중개기관들과 마찬가지로 intermediary 역할에 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자금중개나 서울 외국환중개와 다른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2. 위 예시에서 ‘가’은행의 거래상대방은 고객이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고객은 사실상 리테일이 아닌 기업 또는 보험사 등의 비은행 금융기관을 뜻합니다) 플랫폼이나 중개사가 직접 거래상대방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CLOB나 non-disclosed RFQ같은 익명성의 트레이딩 프로토콜에 해당됩니다. 신원이 사전 공개된 거래에서는 은행들이 각자의 대고객 Credit line을 토대로 호가를 내기 때문에 결제리스크를 중개인이 부담할 이유가 없습니다
3. 이런 이유로 기재부에선 익명방식의 non-disclosed streaming을 불허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경우 Aggregator의 신용 및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ggregator를 준비해야 하는 곳들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 기재부나 한국은행은 상세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알아서 그려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귀한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블로그에 정리해주신 자료들 잘 봤습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