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운(運) 그리고 생존

1.
또래보다 생일이 늦어서 많은 덕을 봤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릅니다.단, 특수상대성이론이 있으므로 지구상에 있는 사람에 한하여…

작년 환갑을 맞으면서 이런 저런 변화를 많이 겪습니다. 작지만 기업가로써 큰 변화를 느낍니다. 기업의 매출구조는 크게 ZeroAOS에 의한 매출과 SI로 인한 매출로 나눌 수 있습니다. ZeroAOS매출은 비지니스 구조에 따라 파트너로 참여하는 분들과 나누기 때문에 매출중 회사매출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SI로 인한 매출이 중요합닏. 2010년대 말부터 작년까지 SI매출은 외환시스템이었습니다. 넓게 보면 외환업무중 프론트업무입니다. 현물 및 파생 외환상품거래와 관련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매출에 도움을 준 것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외환API정책입니다. 전용선과 단말에 의한 외환거래가 FIX를 이용한 개방형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특수입니다. 운도 따랐습니다. 아주 오랜 전에 수행했던 은행프로젝트와 영업상 자주 접했던 분의 도움이 겹쳐져서 기회를 얻었습니다. FIX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은 기회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흘렀습니다. 미국 FRB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주변이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저기 명예퇴직을 하는 분들이 등장합니다. 금융회사들은 몇 번의 경험으로 위기를 느끼면 구조조정을 시작합니다. 위기의 폭과 길에 따라 구조조정의 범위가 달라집니다.여의도 이야기를 들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점점 SI시장이 작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기는 핀테크입니다. 핀테크이전과 이후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핀테크이전 금융회사가 혁신이 필요한 경우 프로젝트를 발주합니다. 컨설팅을 받고 발주를 하든, 아니면 차세대프로젝트를 하면서 혁신을 담든 어느 경우이든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외부에 맡깁니다. SI프로젝트입니다. 핀테크이후에는 다릅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서 기술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혁심금융서비스제도를 통하여 규제를 우회하여 서비스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지불결제와 같은 소수의 서비스를 제외하면 혁신서비스라고 하더라도 금융회사의 라이센스를 필요로 합니다. 금융회사는 이제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혁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회사가 협력합니다. 라이센스를 매개로 금융회사와 스타트업은 수입을 일정 비율로 나눕니다. 물론 개발에 필요한 투자는 스타트업이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모델이 가능했던 것은 규제완화외에 뉴노말이었던 유동성도 한몫했습니다. 핀테크 서비스로 상당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기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때문에 외부로 발주하는 프로젝트가 줄었습니다. 핀테크는 ZeroAOS의 사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ZeroAOS가 주된 고객으로 생각했던 팀들이 IT개발자와 협력하여 핀테크 스타트업을 만듭니다. 여기에 외부 자금이 들어갑니다. 암호시장, 자산운용, 기타등등과 같은 스파트업이 넘칩니다. 저에게는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1990년대말 IMF 및 그 이후에 겪었습니다. IMF이전 요즘 누구나가 사용하는 서비스이지만 그 시절 GUI로 동작하는 HTS를 만드는 몇 안되는 회사중 하나였습니다. 코스콤 Koswin과 쌍용투자증권 HTS를 개발한 이후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을 하던 중이었죠. 이 때 발생한 일이 IMF입니다. 갑자기 돈줄이 막혔고 개발자중에서 퇴사들이 생겼습니다. 어렵게 여의도에 안착하려고 하는 순간 위기를 맞았습니다. 생존이 떠올랐습니다. IMF위기가 인터넷 버블로 넘아갈 때쯤 내부 정비를 하고 새롭게 도전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웹과 관련한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WTS였습니다. 굳이 이십여년전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운기칠삼때문입니다.운칠기삼(運七技三)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운이 중요합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좋은 일이 계속 이어집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가 호박넝쿨일 수도 있고 쭉정이일 수도 있습니다.

2.
지난 주 오랜만에 여의도를 나갔습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일하니까 갈 일이 없는데 사람을 만나는 약속은 어쩔 수 없네요. 퇴근 무렵이라 오가는 사람이 무척 많네요. 대부분 파릇파릇한 분들이고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면 한두명은 아는 사람이 있는데 확실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합니다…또래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같이 술자리를 했던 사람들이 제일 연장자였습니다. 또 몇 일전 지금은 사라진 투자신탁회사의 프로젝트를 이십여년 전 같이 했던 분이 카톡으로 연락을 주셨네요. 은행에서 일하다고 작년에 퇴직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더니 ‘일자리를 구하신다’고 합니다. 그 시절 같이 일했던 코스콤 분도 퇴직해서 음식배달과 관련한 일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 뒷바라지 걱정을 합니다. 모두 퇴장의 시간이 가까이 오지만 가장 혹은 부모로서의 짐을 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더니 여럿이 댓글을 달았는데 그중 같은 회사에 일했던 분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일단은…자존심을 내려놔야 하더군요

금융에서 일하다가 몇 년전부터 의료쪽에서 일합니다. SI회사와 계약을 해서 일하는데 등급이나 기술에 관계없이 일하는 듯 합니다. 매매시스템과 델파이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엔지니어인데.ㅠㅠㅠㅠ

저와 또래인 분들의 공통 키워드는 ‘생존’입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IT엔지니어로서의 생존입니다. IT가 아닌 다른 일을 찾으면 쉽지 않겠지만 찾을 수 있겠죠. 앱시대의 보편적인 노동이 배달이니까 준비를 하면 가능하겠죠. 다만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이용하여 오랜 동안 일했던 곳에서 버틸 수 있으면 그 중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저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고민입니다. 하던 일이 끊기지 않으면 계속 합니다만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여럿을 위해 ZeroAOS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최근에 했던 작업이 FIX프로토콜을 이용한 매매시스템입니다. 증권사의 API가 아니라 FIX Protocol을 이용한 멀티브로커시스템이 필요하면 이음이 좋은 파트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외환도 당연히 가능합나디. 외환중개시스템도 개발하였습니다. 디지탈자산의 장내거래화에 맞춰서 WebSocke,RestAPI와 FIX Protocol을 이용한 토큰증권중개시스템도 가능합니다.

여럿이 아니라 혼자사 할 수 있는 일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그중 교육입니다. 2010년이후 가끔씩 교육을 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하루 8시간을 한 적도 있고 몇 일식 한 적도 있습니다. 금융과 관련한 교육은 항상 가능하지만 금융이 아닌 분야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수요가 있을지 궁금하지만 주변을 통해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이름은 ‘Video As Code’입니다. Video As Code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료를 이용한 영상편집을 해보려고 합니다. 편집을 위한 도구로 ffmpeg을 사용합니다. 100%는 힘들겠지만 90%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혹 무슨 제안이나 협력도 항상 열려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호박넝쿨일지, 쭉정이일지는 해봐야 알기때문입니다. 운이 없으면 쪽정일테고 운이 좋으면 호박정도는 되겠죠.(^^)

세상의 모든 장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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