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션의 형제들

1.
최초 정리해보려고 마음 먹었을 때의 주제는 ‘리플레이션, 슬로플레이션 그리고 그린플레이션’이었습니다. 2022년 초 코로나 팬더믹의 끝이 보일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각종 플레이션과 관련한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Korea Center for Global Value Chain]가 제공하는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가 정리한 글을 보고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저작권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에 있습니다.

플레이션 형제들중 처음 등장했던 단어는 리플레이션입니다. 코로나 팬더믹이 백신등으로 끝이 보이던 시점인 2021년 초 등장하였습니다.

리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아직은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리플레이션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는 통화재팽창기라고 한다. 통화재팽창이란 불황의 기간에 재정이나 금융을 완화해 경기가 회복되도록 함에 있어서 통화재팽창의 정도가 정상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을 정도까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통화재팽창에 해당하는 정책은 적절한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리플레이션은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재정ㆍ금융의 확대정책은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경기자극정책의 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진행되기 쉽다. 리플레이션의 필요성은 1930년 초에 처음으로 주장되었고 현실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 극복정책으로서 주요 자본주의국가에서 추구되었다.

2021년 봄 기사를 보면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리플레이션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의 전조였지만…

“경기 회복 과정일 뿐 인플레이션 아니다”

옐런의 말엔 현재의 미국 경제를 ‘리플레이션(Reflation)’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가 오르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아닌 경우를 말한다. 물가가 오르는 건 침체한 경기가 살아나며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다. 상승 폭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 특히 고용을 살리려고 하는 미국 정부 측 생각이 이렇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옐런처럼 “회복의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부양안이 통과되며 시장에 대규모로 돈이 풀리지만,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정책 당국이 용인할 수 있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보다 부양안이 효과를 내며 시장에 돈이 돌면서 고용이 회복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미국 경제를 리플레이션 국면으로 진단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소비지표다. 미국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모두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물가 급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 vs 인플레이션···美경제 느긋한 옐런, 초조한 시장 중에서

이런 시각은 2022년 봄까지 이어집니다. [Asset Report] 뛰는 물가, ‘리플레이션’이 온다도 이런 흐름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2.
리플레이션이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다가 물가 상승율이 예상을 벗어나고 성장율을 정체를 보이자 등장하는 표현이 슬로플레이션입니다. 슬로플레이션으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코로나 팬더믹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터진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을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스태크플레이션과 구분을 위해 높은 물가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률이 둔화되는 완만한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함이 맞을 듯 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22년 1분기, 2분기 경제분석 보고서는 이런 관점에서 서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2년 1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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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물가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2년 2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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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은 또다른 플레이션을 등장시킵니다. 애그플레이션입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 농산물의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지구 온난화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농작물이 감소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농가가 감소하는 등의 영향으로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이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곡물 인플레이션이 요동치는 신흥국 (穀物インフレが揺るがす新興国)은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즁 곡물가격을 중심으로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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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고서로는 하나경제경영연구소가 펴낸 식량 보호주의 확산으로 애그플레이션 우려 가중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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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2일 한국은행이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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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린플레이션을 애그플레이션과 혼동할 수 있습니다. 그린플레이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에 의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합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배경과 동향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은 친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탄소중립 등 친환경정책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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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man Sachs의 Greenflation: The Impact of Net Zero on Inflation은 “Carbon Net Zero Shift Will Likely Boost Inflation”라고 주장합니다.


일본 気候変動対策の落とし穴、グリーンフレーションの脅威도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4.
플레이션의 형제들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준금리는 보통 0.25%포인트씩 올리고 내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를 ‘베이비 스텝’이라고 하는데요, 최대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물가를 조정하기 위함입니다. 미국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2004년부터 기준금리 조정시 0.25%포인트 단위로 기준금리를 조절해 왔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베이비스텝’을 강조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시 ‘베이비 스텝’을 활용하고 있죠.

미 연준은 이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했죠. 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은 앨런 그리스펀 의장이 재임하던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일입니다.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베이비 스텝’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좀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죠. ‘빅스텝’을 하면 주식 시장이 얼어붙고 경기도 침체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스텝’을 단행 하는 것은 물가 때문입니다. 과거 강성했던 로마제국을 몰락하게 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이 주범이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빅스텝인 0.5%포인트로도 물가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거인의 발걸음’ 즉,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하는데요, 빅스텝보다 더 빠르고 과감한 금리인상을 뜻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0.75%포인트 인상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해야한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말해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일축했죠.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점보 스텝’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연준 내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미 연준은 그린스펀 전 의장 재임 당시인 1994년 이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린 적이 없습니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정책을 폈던 때는 1979~1987년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 전 의장때 입니다. 볼커 의장 취임 전 기준금리가 10.5% 였으나 1981년 20%를 넘길 정도로 급등했죠. 볼커 전 의장 당시에 미국은 고물가 속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성공해 ‘전설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수식을 얻기도 했습니다.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무슨뜻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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