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트레이딩에서의 회원과 위탁자의 차별

1.
오랜만에 여의도에 나가서 두런두런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를 하던 중 문제라는 생각이 든 주체가 있었습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내놓은 “알고리즘트레이딩 가이드라인“에 있는 내용입니다.

6.1. 회원의 FEP 관리·운영

회원시스템의 하나인 FEP를 위탁자가 관리.운영하는 행위는 관련법규상 허용되지않을 뿐만 아니라, 회원의 FEP통제가 불가능하여 알고리즘거래의 사고발생위험을 높이는요인이 되므로 회원이 직접 FEP를 관리.운영하고통 제하여야 한다

(2)회원은 FEP를 위탁자(투자자)가 관리.운영할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하여야 하고, 특정 위탁자의 매매주문 처리를 위하여 설비나 시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예: 위탁자 주문의 회원의 보안장치 미경유 및 위탁자 주문프로그램의 회원의 FEP 탑재 등)가 허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제1항의 위탁계약 체결시 계약서에 이러한 사항이 포함되어운영업체가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회원이특정위탁자의매매주문처리를위하여설비나시설등을차별적으로제공하는행위(예:위탁자의 주문이 회원의 보안장치를 경유하지 않거나 위탁자의 주문프로그램을 회원의 FEP에탑재하는 행위등)는 호가적합성 및 증거금 미점검 등의 가능성이 있어 주문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속도차별로 인해 투자자형평성에도 위배되는 행위로서 관련법규에서도 이를금지하고있는바,이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위 가이드라인은 201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ELW 파동이 여의도를 휩쓸고 지난 후 ‘회원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지침’이 2012년에 만들어졌고 이후 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형식으로 ‘알고리즘트레이딩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현재의 규제는 2014년에 만들어진 과거의 틀입니다. 그래서 발생한 문제가 ‘FEP의 관리운영’입니다.

여기서 첫번째 질문. 회원의 자기거래가 위에서 말한 위탁자에 포함될까요?

한국거래소의 ‘회원관리규정’을 보면 회원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2조(정의) ① 이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회원”이란 거래소가 개설한 증권시장에서의 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누구의 계산으로 하든지 자기의 명의로 참가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금융투자회사를 통하여 한국거래소로 주문을 낼 때 투자자 개인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인 한국거래소 회원가 주문을 내는 형식을 취합니다. 형식으로 보면 회원사들간의 거래인데 이유는 청산결제때문입니다.

제3조(회원의 종류) ① 거래소의 회원은 참가할 수 있는 시장 및 매매거래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범위에 따라 다음 각호와 같이 구분한다.

1. 증권회원 : 증권시장에서 증권의 매매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2. 지분증권전문회원 : 증권시장에서 지분증권(집합투자증권은 제외한다)의 매매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3. 채무증권전문회원 : 증권시장에서 채무증권의 매매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4. 파생상품회원 : 파생상품시장에서 장내파생상품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5. 주권기초파생상품전문회원 : 파생상품시장에서 주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 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6. 통화·금리기초파생상품전문회원 : 파생상품시장에서 통화 또는 채무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 거래에 참가할 수 있는 자
② 거래소의 회원은 거래소에 대하여 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대한 결제이행책임의 부담 여부에 따라 각각 다음 각호와 같이 구분한다.
1. 결제회원 : 자기의 명의로 성립된 증권의 매매거래나 장내파생상품거래 또는 매매전문회원으로부터 결제를 위탁받은 증권의 매매거래나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대하여 자기의 명의로 결제를 하는 회원
2. 매매전문회원 : 자기의 명의로 성립된 증권의 매매거래나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따른 결제를 결제회원에게 위탁하는 회원

다시금 질문으로 돌아가서 규정상의 회원은 위탁자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탁자의 주문이 아닌 회원의 주문은 ‘가이드라인’이 정한 규정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판단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접속규정과 알고리즘트레이딩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배경을 되돌아 보면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변화한 환경에 맞추서 규정 등을 변경하여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2.
2014년의 매매환경. 법적인 규정이 없는 DMA라는 방식으로 통하여 일반 투자자보다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내는 외국인투자자 및 소수의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일반 투자자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비판이 높았던 상황입니다. 법적인 용어로 사용하면 위탁자간의 차별적 매매환경이 갈등의 축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DMA를 공식화하였고 FEP를 운영하는 규정(접속규정) 및 주문시스템의 운용방식(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소위 2014년체제입니다.

그러면 변화한 환경은 무엇일까요? 2014년을 전후한 시점 혹은 그 이후 증권사의 자기거래중 알고리즘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였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거래에서 알고리즘트레이딩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가는 것이 지난 몇 년의 흐름입니다. DMA에서 사용하는 원장과 FEP를 통합한 미니원장시스템이 자기거래업무에 대폭 도입하고 있는 것이 증거입니다. 주문속도에 민감해지면 질수록 관심은 FEP에 쏠립니다. 2014년이전 FEP에 주문시스템을 탑재하여 운용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거나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번째 질문을 던진 배경입니다. 현재 회원은 위탁자가 아니므로 규정밖에 존재합니다.

그러면 두번째 질문. 위탁자만 규제하는 현재의 규정을 유지하여야 할까요, 바꿔야 할까요?

한국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의 관점에서 주문을 바라보면 위탁자주문인지, 자기거래주문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매매체결은 시간,거래량의 순서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중 일부입니다. 파생상품시장도 동일합니다.

제22조(경쟁매매의 원칙) ① 매매거래는 개별경쟁매매의 방법에 의하며, 개별경쟁매매는 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와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로 구분한다.
② 개별경쟁매매에 있어서의 호가의 우선순위는 다음 각호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
1. 낮은 가격의 매도호가는 높은 가격의 매도호가에 우선하고, 높은 가격의 매수호가는 낮은 가격의 매수호가에 우선한다. 다만, 시장가호가는 지정가호가에 가격적으로 우선하되, 매도시장가호가와 하한가의 매도지정가호가, 매수시장가호가와 상한가의 매수지정가호가는 각각 동일한 가격의 호가로 본다.
2. 동일한 가격호가간의 우선순위와 시장가호가간의 우선순위는 호가가 행하여진 시간의 선후에 따라 먼저 접수된 호가가 뒤에 접수된 호가에 우선한다.

규정처럼 누구의 주문인지는 매매체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자기거래주문과 위탁주문은 시장에게 경쟁을 합니다.그런데 주문을 수탁 혹은 수신하는 과정에서 차별이 존재합니다. 위탁자는 주문시스템-방화벽(정보보호장치)-FEP의 순서로 이루어지지만 자기거래는 FEP(주문시스템 포함)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때문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하여 위탁자라는 표현을 대신하여 ‘회원 혹은 위탁자’로 변경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규정화하지 못하고 있는 ‘알고리즘트레이딩 가이드라인’을 한국거래소의 규정으로 제정하여야 합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입니다.

솔직히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현재 만들어진 규정조차도 현장에서 잘 이행하고 있는지 검사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있었던 일이 현재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의사록에 담긴 FEP직접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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