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붉게 물든 구름속의 해돋이

1.
매년 첫날 관악산을 오릅니다. 정상 부근 KSB 송신탑앞에서 해돋이를 보고 한해 다짐을 합니다.

습관이 된 길이지만 2019년은 남달랐습니다. 벌써 작년, 11월 초순부터 지금까지 근육통, 신경통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했습니다. 몇 주 누워있었고 한의원을 열심히 다니면서 치료를 하였지만 아직 신경통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걸을 때 힘을 줄 수 없고 부자연스럽습니다. 2018년 12월 31일 늦은 시간 송구영신 미사를 마치고 뒷풀이 봉사까지 끝내고 집으로 오면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송신탑은 무리라고 생각했고 성당뒷편 산불감시탑까지 올라서 해돋이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깨어보니 6시 30분. 정상은 무리지만 뒷동산을 충분히 가능한 시간입니다. 불안에 떨 시간도 없이 옷을 챙겨입고 산행에 나섰습니다. 첫 걸음을 내딛고 관악산 사잇길에 들어설 때 설레더군요. 50여일만에 처음 산행입니다. 최소 한 주에 한번은 산행을 합니다. 지난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관악산을 매주 올랐는데 이 때문에 병이 도졌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무척 느린 걸음으로, 한 걸음에 온 신경을 세우고 천천히 오른 산불감시탑 능선.

모두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건에 맞게끔 초입에서, 중턱에서 각자의 해돋이를 만들어가더군요. 달리 생각하니까 많은 것을 아는 순간이었습니다. 새털구름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지만 해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멋진 한해의 시작이고 해돋이입니다.

2.
2018년의 시작은 2017년 여름부터 시작한 암호통화거래소 프로젝트의 연장이었습니다. 암호통화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우연히 거래소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하였고 2018년 4월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ZeroAOS 서비스와 외환중개시스템 구축을 하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박한 바람이었던 “생존’은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2018년 암호통화거래소 만들기 첫번째 때문에 진짜 많은 분들이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주었습니다. 이중 사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습니다. 아마도 암호통화거래소를 하려고 하는 분들이 비지니스관( 觀)때문입니다. IT서비스를 위한 준비와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기 보다는 당장 ‘거래소’ 오픈이 목적이었기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아니라 반짝 서비스를 원했습니다. 닷컴 버블때 너도나도 IT사업을 하려고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도 들 수 있고 이때가 아니면 ‘한탕’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사업이나 경영은 무너집니다. 제 풀에 무너지든, 외부의 위험때문이든 유지하지 못합니다. 생명이 짧습니다. 해외의 핀테크와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지는 비즈니스환경과 한국은 너무 다릅니다. 그렇다고 규제안의 금융이 변모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지도 않습니다.

아직도 여의도에서 버티고 있는 후배가 말합니다.

“요즘 증권회사에서 퇴사한 분들이 너도 나도 인력공급사업을 한다!!!”

개발자는 같은데 공급하는 회사만 다를 뿐입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가능한 여의도의 IT분위기입니다. 과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새로움은 미래가 아니고 또다른 과거로 보입니다. 지난 시가 화두인 ‘생존’이 2019년에도 화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께 생존해날지, 새로운 일년동안 해결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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