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거래 Rent와 바이너리옵션 그리고 미니선물에 관한 판결 그 이후

1.
‘FX마진거래 렌트’라는 비즈니스모델 아니 도박? 라는 글이 있습니다. 2011년에 썼습니다. 2017년 국정감사때 FXRent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지만 역시나 지나가는 비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바이너리옵션, FX렌트 등 신종 금융투자 상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금감원은 감독범위 외에 있다며 관리의 손을 놓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 사례는 아직 미미하지만, 다단계 금융사기 이상의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너리옵션은 주가나 환율이 오를지 또는 내릴지를 선택해 베팅하는 구조다. 분 단위로 거래 결과를 산출해 수익 또는 손실을 확정하는 서비스도 있어 투기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상품의 성격에 정해진 바가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중이다. ‘FX렌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외환마진거래 포지션을 중개회사가 매수해 소액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개인투자자는 FX마진 거래를 하려면 증거금이 1천200만원 가량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계좌를 사용하기도 한다.김성원 의원은 “고객은 금융투자상품으로 이해하고 거래를 하는데 금감원은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다면 금융감독 사각지대에서 폭탄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며 “금감원이 신종 사행성 투자에 대한 명확한 감독지침을 정립해 실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제도개선 및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의원 “바이너리옵션·FX렌트 등에 감독지침 필요”중에서

역주행이라고 할까요, 2011년에 별 조회가 없다고 2016년부터 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옛날 자료를 찾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회수가 줄지않더군요. 잠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여기저기 바이너리옵션과 관련한 서비스가 넘쳤습니다. FX마진과 대여계좌가 채웠던 자리를 바이너리옵션이 메우고 있는 듯 합니다. 법적으로 어떤지 몰라도 인간의 도박심리에 이용한 서비스인데 아무런 규제가 없이 횡횡하는 듯 합니다. 이유를 살펴보니까 대법원판결때문이더군요.

2.
자본시장법밖의 유사금융업이 횡횡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내린 두가지 판결때문입니다. 앞서 FXRent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판결은 대법원 2015.9.10, 선고, 2012도9660, 판결입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을 보면 원심, 항소심의 판결요약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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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물의 마지막을 보면 이런 문장입니다.

이 사건 거래는 10만 원 이하의 소액을 걸고 단시간 내에 환율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를 맞추는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에 불과할 뿐,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1호나 제2호의 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그리고 위 거래가 같은 법 제5조 제1항 제3호의 파생상품이나 제4조의 증권에 해당하지 않음은 그 문언상 분명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과 고객 사이의 거래가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2호의 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인가 금융투자업 영위로 인한 자본시장법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한 서비스이기때문에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대법원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무척이나 복잡합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서울대 금융법센터가 2016년에 펴낸 판결문 해설입니다.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대상판결: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입니다.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의 ‘파생상품’에 해당하는지는 그 문언뿐만 아니라‘자본시장의 발전과 투자자보호 및 금융투자업의 육성’이라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른바 ‘밭떼기거래’는 기초자산인 농산물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하기로 하는 전형적인 선도계약이기는 하나, 투자자보호라든지 금융투자업의 육성과는 무관한 계약이다. 그럼에도 밭떼기거래가 구 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1호의 문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밭떼기거래’ 업자를 무인가 금융투자업자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따라서 위험 회피의 기능이 없고 오로지 투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는‘자본시장의 발전과 투자자보호 및 금융투자업의 육성’이라는 입법 목적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구 자본시장법이 규율하는 파생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거래는 10만 원 정도의 소액을 걸고 이루어지며 거래 시간도 길어야 한두 시간을 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거래는 재물을 걸고 환율 변동성을 맞추는 도박에 불과한 것으로, 구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인가를 받도록 하거나 거래 참여자를 투자자로서 보호해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중략)
피고인을 무인가 금융투자업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도박죄 내지 도박개장죄로 처벌할 수도 있으므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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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해설을 읽으면 미니선물사이트와 관련한 일명 쥬마르사건이 등장합니다. FXRent가 죄형법정주의를 이유로 파기환송을 하도록 근거를 만들어준 판례입니다.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는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대상판결:대법원 2013.11.28, 선고, 2012도4230, 판결입니다. 이 판결문의 원심, 항소심 판결문은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예비적죄명:도박개장)]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나. 판결요지
위 사설 선물 거래 사이트의 거래 대상이 구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금융투자상품에는 해당하나, 피고인은 회원들로 하여금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실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선물거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선물지수를 기준으로 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래결과에 따라 환전을 해 준 것에 불과하여 회원들을 상대로 직접 매도ㆍ매수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무인가 금융투자업 영위에 의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파기환송).

다. 해설
구 자본시장법 제6조 제2항에서 정하는 투자매매업의 행위 태양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도ㆍ매수, 발행ㆍ인수, 그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이하 ‘매도ㆍ매수 등’)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실제 선물 지수를 기준으로 모의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래 결과에 따라 환전’을 해 준 것을 금융투자상품의 ‘매도·매수 등’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3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⑭ 자본시장법중에셔

두 판결문에 공통된 부분이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대한 해석입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참조).

구 자본시장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금융투자업인가(변경인가를 포함한다)를 받지 아니하고는 금융투자업(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을 제외한다)을 영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444조 제1호에서는 제11조를 위반하여 금융투자업인가(변경인가를 포함한다)를 받지 아니하고 금융투자업(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을 제외한다)을 영위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6조 제1항은 ‘금융투자업이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방법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신탁업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투자매매업이란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의 매도·매수, 증권의 발행·인수 또는 그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투자중개업이란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타인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의 매도·매수, 그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 또는 증권의 발행·인수에 대한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금융투자상품이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하 ‘금전등’이라고 한다)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로서, 그 권리를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등의 총액이 그 권리로부터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등의 총액을 초과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금융투자상품을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파생상품을 다시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같은 법 제5조 제1항은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1호), 당사자 어느 한 쪽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수수하는 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2호), 장래의 일정기간 동안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등을 교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상의 권리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조 제10항 제5호는 기초자산의 하나로서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해석에 뿌리를 두고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자본시장법이 아니더라도 도박죄 혹은 도박개장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도박(개장)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인지, 도박(개장)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인지 현재도 비슷한 서비스가 횡횡합니다. 솔직히 복잡하고 어렵네요.

3.
이 판결을 보면서 떠오른 비즈니스가 있습니다. 몇 년전 컨설팅을 했던 예측시장서비스입니다.

예측시장을 도입한 크라우드베이

이 스타트업이 하려고 했던 예측중 하나가 주가,환율, 지수등입니다. 앞서 FXRent와 비슷합니다. 다만 FXRent가 짧은 시간이고 예측시장은 보통 한달이상의 시간을 앞두고 합니다. 그런데 포기했던 이유가 자본시장법때문입니다. 예측조사 혹은 상품을 만들 경우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했기때문입니다. 금감원등에 문의했을 때 답변이었습니다. 또하나 CFTC가 Intrade를 금지한 해외의 사례도 참고하였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적을 두고 있는 회사 인트레이드(Intrade)는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예측시장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주요 선거부터 날씨, 각종 현물과 금융 상품 시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안에 대한 자신의 예측에 돈을 겁니다. 예측이 맞으면 돈을 따고 틀리면 돈을 잃는 간단한 원리로 운영되는 예측시장의 예측률은 종종 선거 여론조사나 다른 복잡한 경제모델보다도 미래를 정확하기도 합니다.

예측시장의 선두주자인 인트레이드가 지난달 돌연 사이트를 폐쇄하며 “재정상 문제가 생겨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지만 달랑 띄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인트레이드의 번스타인(Ronald bernstein) 사장은 청산절차를 밟지 않으려면 당장 70만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트레이드는 수익을 파생상품회사와 도박회사에 투자했다가 두 회사가 고객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로 해체되자 큰 손실은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트레이드는 또 이미 숨진 창업자에게 260만 달러를 뒤늦게 지급하는 등 회계의 건전성을 의심 받아 왔습니다. 결국 인트레이드에서 예측에 참여하고 돈을 걸었던 고객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는 지난해 11월 금 시세나 환율 등 정부 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할 상품 시세에 예측시장이 개입하는 건 미국 법에 저촉된다며 인트레이드를 고소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트레이드 대신 다른 예측시장 사이트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성업 중입니다. (Economist)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선두주자 인트레이드의 몰락중에서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만 미국은 금융관련법 위반이고 한국은 아닌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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