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 일문화 vs 월화수목금금금

오래전 열정을 권하는 사회였던 때 끄적였던 글입니다. 다시 정리했습니다.

1.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는 단어가 ‘열정(Passion)’입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아주 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성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때 열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성공한 경영자들이 성공을 위한 키워드라고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주말마다 빠짐없이 살펴보는 Weekly Biz에 실린 경영자들의 인터뷰중 일부입니다.

슈워츠먼 회장은 월가의 소문난 일벌레다. 만 65세인데도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지금도 나는 매일 최소 14시간은 일한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밤 12시~1시에 취침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성공에 대한 강한 열정(powerful drive for success)과 추진력, 행운(luck)이 중요하다. 덕분에 지금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4~5년 전까지 그의 기상 시간은 오전 4시 30분~5시였다. 이런 노력과 근성은 예일대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거쳐 리먼브라더스에 입사한 그가 6년 만인 1978년 파트너로 승진하고, 1985년 대선배인 피터 피터슨(Peterson)과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의 종자돈을 갖고 블랙스톤을 창업해 세계적 거물이 된 ‘비결’이다.
[Cover Story]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중에서

–  축구와 경영의 공통점은?
“팀. 팀의 가치와 중요성이다. 개인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팀이 강할수록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크다는 것.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경영도 마찬가지다. 경기에서 질 수는 있어도 포기란 없다.”

– 당신을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역시 열정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다 바치는 것. 그래야 즐길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정직, 절제, 분명한 태도 같은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내가 지금까지 경력을 이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언제나 본질은 아주 간단하다.”
[Weekly BIZ] “경기에 지더라도 포기란 없다… 확실한 성공 열쇠는 열정이다”중에서

–  어떤 인재를 높이 평가하나?

“네 가지 조건을 본다. ▲자기 일에 대한 헌신과 엄청난 열정, 매일매일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만둬야 한다. 인생은 짧으니까. ▲한 번에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업무 분담과 협업이 잘 되는가. ▲현재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다음 단계, 더 높은 차원의 업무를 담당할 만한 준비가 됐는가. 내가 나보다 뛰어난 이들을 제치고 CEO가 된 것은 네 번째 조건 덕이었다.”
[Story] 60년간 CEO 단 두번 교체… 美 초우량 기업 ‘에머슨’의 CEO 데이비드 파중에서

“사람의 신체적 욕구는 잠자고 쉬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잠자는 동안에도 학습한다. ‘잠을 줄여서 일하라’는 지시는 어리석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90분이다. 90분 일하면 쉬어야 한다. 그래야 효율이 높아진다. 정신적 욕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해 성과를 거두기를 원한다. 사람은 멀티 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사고 확률이 23배나 높아진다. 우선순위를 정해 한 번에 한 가지 업무에 몰입할 때 가장 성과가 좋다. 감성적 욕구는 주변의 인정을 받을 때 충족된다. 상사·동료·부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주변에 책임을 전가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한다.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적 욕구는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일하러 나가고 싶다는 열정을 느낄 때 충족된다. 자신의 일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기업은 직원들이 기본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Weekly BIZ] [Interview] 美 컨설팅 기업 CEO 토니 슈워츠 씨중에서

구글로 열정을 검색하면 7.2억개의 결과가 나오니 우리는 열정의 홍수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열정이라는 단어를 가끔 쓰지만 요즘 열정이라는 단어에 자꾸 거부감이 커져갑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입니다.

성공한 사람은 열정이 있습니다. 99%정도 맞습니다. 그렇지만 열정이 있으면 성공한다? 아닙니다. 틀립니다.

제가 거부감을 가진 출발이었습니다. 열정은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열정은 결과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열정은 자기결단과 같습니다. 삶의 가치가 다양하여야 합니다.

2.
열정이 기업경영과 만나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킵니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얼마전 중국에서 있었습니다. 한국의 ‘월화수목금금금’과 비슷하게 중국 IT기업의 일문화를 표현하는 단어로 “966 문화’라고 있다고 합니다. 966 노동시간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996.ICU는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What is 996?

A “996” work schedule refers to an unofficial work schedule (9 a.m.–9 p.m., 6 days per week) that has been gaining popularity. Serving a company that encourages the “996” work schedule usually means working for at least 60 hours per week.

Young Chinese are sick of working long hours가 소개한 유래를 보면 벤처붐이 한참이던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When China’s tech and start-up scene started to flourish in the early 2000s, most companies sought employees willing to work around the clock, something which helped some of them grow into the country’s biggest companies. Tech company Tencent, for example, is among the world’s five most valuable firms.

“For the last 10 or 15 years, the work culture has been extremely intense,” said William Bao Bean, a venture capitalist and the managing director of start-up accelerator Chinaccelerator.

And because China’s tech companies, who were among the first adopters of unpaid overtime, are now the largest employers, companies in other fields have also started to make their staffs work longer hours in a bid to match their success. The normalisation of unpaid overtime led to the invention of the phrase 996.

2017년 WSJ가 보도한 기사를 보면 보상받지 못한 노동, 장시간노동인 996은 성공의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China’s Grueling Formula for Success: 9-9-6

가깝고도 먼 중국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회자한 이유는 마윈이 966문화를 옹호하였기때문입니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 회장은 지난 11일 알리바바의 내부 행사에서 “만일 당신이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996을해 보지 않은 인생이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 회장은 과거 자신이 장시간 근무했던 일들을 언급하면서 996 문화가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오늘날의 중국 거대 기술기업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리바바와 함께하려면 당신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며 “우리는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을 일하려고 하는 이들은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IT 근로자 ‘996근무’에 죽겠다는데…마윈 “젊어 고생은 영광”중에서

966 일문화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 회장은 996이 옳은지 여부는 법률에 나와있다며 그게 (자기 주장의)핵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당 5일(40시간) 근무하게 한 노동계약법은 물론 직원이나 가족 모두 강제적인 996제를 허용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그 보다 핵심은 우리 인생의 의의는 분투하는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마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996이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장을 찾는 건 (결혼)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는 마 회장은 “진짜 사랑하면 길다고 느끼지 않지만 부적합한 결혼은 하루가 1년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투자를 모두 욕망이나 이익이나 부(富)를 쫓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피곤해서 사랑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랑하면 피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는 많은 996 심지어 007(자정에 출근, 자정에 퇴근, 일주일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며 “기업가는 물론 대부분 성공하거나 (목표를)추구하는 예술가 과학가 운동선수 관리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모두 996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마 회장은 “그들이 일반인을 뛰어넘는 기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사업을 매우 좋아하고 일반인을 뛰어넘는 분투와 노력이라는 댓가를 치렀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없는 ‘성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마 회장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편하게 일하고 일반인을 뛰어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비판받을 수 없지만 분투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보상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인생은 태어날때부터 돈이 있고, 공부를 잘하기도 하는 불공평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공평도 있다”며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윈 ‘워라밸 vs 996’ 논쟁에 연이어 뛰어든 이유중에서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지만 자주 들어왔던 ‘열정’이라는 단어와 이어집니다. 마윈의 주장은 오랜동안 회자하고 있는 열정성공론입니다. 역시나 조선일보 Weekly Biz가 소개하였던 기사입니다.

대다수 기업은 직원들에게 활동 하나하나를 지시하고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통제경영을 하든지, 아니면 목표를 주고 달성 여부를 평가해 차등보상하는 목표관리를 한다. 한국 기업들도 지시통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목표관리 경영은 한다. 그러나 1965년 출범한 건설 설비 및 자재 제조 기업인 일본의 미라이(未來)에는 목표도 없고 평가도 없다. 목표가 없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관계없이 사원들에게 연공서열에 의해 급여를 똑같이 지불한다. 미라이는 해고도 없고 정년도 5년 연장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라이는 영업이익률이 업계 2배인 평균 10% 정도이고 성장률도 높다. 내버려 두는데도 이렇게 성과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성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어서다. 열정은 근면, 성실, 의지, 용기를 나타내고, 애정은 배려, 나눔, 겸손, 검소, 감사를 나타낸다.

성품은 사람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품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열정을 갖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남과 하나 돼 애정을 갖고 협력할 때 좋은 성과는 물론 좋은 성품도 개발할 수 있다.

선진 기업의 종업원들은 대부분 열정과 애정으로 충만한데 왜 그럴까? 3가지 요소가 작용을 한다.

첫째는 자율과 책임의 제도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잘 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율성을 부여받으면 무슨 일이든지 잘해 보려는 열정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해 더 많은 일을 해 보고자 하는 애정도 생긴다. 지시하고 통제하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생각이 줄어 게을러지며 눈치나 보며 자기 이익을 챙기게 된다. 영국 ‘이매지네이션’사(社)는 ‘사람만 좋으면 채용하고, 1년 후 평가해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두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원칙을 표방하는데, 이게 자율과 책임의 제도이다. 이제 기업 내 조직은 빈대떡처럼 납작해져야 한다. 상사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코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직원을 사장처럼 일하게 하는 것이다. 일의 기본단위는 팀이고 팀이 수평 연결되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자율과 책임은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신으로 기업가 정신과 직결된다.
[Weekly BIZ] 지시나 통제를 줄여라… 자율이 열정을 만든다중에서

물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Dilbert를 만든 만화가 Scott Adams의 성공론을 소개한 “열정이란 것은 뻥이야” – 만화가 스콧 아담스의 성공론입니다. ‘Passion Is BS’ And Other Life Advice From Dilbert Creator Scott Adams을 번역한 글입니다.

열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시간으로 열정을 측정하고 소비하는 사회, 기업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성공과정이란 무엇인가요? : 우리는 운을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공가능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많은 일을 시도할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은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서전 중에 “열정이란 것은 뻥이야”이란 장이 있는데? :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한 비결을 물으면 열정이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사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난 똑똑했고, 열심히 일했어. 많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운도 좋았지” 저도 이러한 것에 동의합니다. 많은 일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움이 닥치면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특정기술에서 뛰어나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알아줄만 해야 합니다. 많은 분야에서 잘 할수 있다면 냉정히 선택해야 합니다. 열정이란 것보다는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건강에 대해 많은 중점을 두었는데? : 제 생각에는 열정보다는 에너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무슨 일을 하건간에 잘할려는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혹시 이번 일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계속적인 도전을 해야할 상황이라면 신체적인 에너지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가장 고마웠던 조언은? : 선배 만화가로부터 들은 “포기하지 마라”입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많은 잡지들에 작품을 보내고 좋은 답장을 받지 못했는데, 그 분이 일년 뒤 포기하기 않았는지 묻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뒤 저는 다시 한번 분발하여 도전했고, 행운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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