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주문매매와 관련한 차별화금지 세칙을 살펴보았습니다. 금감원은 크게 자료, 설비 및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하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그중 서비스를 좀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금감원이 제시한 세칙과 참고사례입니다.
특정 위탁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할 때 거래소가 정하는 기준을 벗어나 투자자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
<구체적 금지행위>
1)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 호가시스템에 전송하는 과정에서 지리적 위치, 전산 기술적 요소 등을 감안하여 거래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나 주문프로세스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구체적 금지행위중 ‘지리적 위치’때문입니다. 바로 KRX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AP설치 및 Proximity Service때문입니다. KRX의 자회사인 코스콤이 내놓은 데이타흐름과 관련한 그림입니다.
정보분배시스템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합니다. 바뀌는 것은 서울에만 있던 주문AP를 부산에 하나더 설치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2.
부산에 AP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방침이 전해진 이후 설왕설래하였습니다. 트레이딩 데스크를 부산으로 옮겨야 마느냐 때문입니다. 속도때문입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DMA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대형외국계투자자들은 이미 실측까지 하고 이전을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정확히 얼마나 빠를지는 알 수 없지만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추정을 해보죠. 우선 2011년 소셜프로젝트로 KRX Interparty Latency Measurement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소셜프로젝트 “KRX Inter Party Latency 측정”을 제안합니다
KRX Inter Party Latency 그 이후는?
이 때 Ping시험으로 해서 받은 결과가 있습니다. 파생주문의 경우 평균 13m이고 시세는 평균 4.5ms였습니다. 파생주문은 증권사 – 서울 여의도 – 부산을 경우하고 시세는 증권사 – 서울 여의도입니다. 따라서 파생주문 – 시세를 빼면 서울 여의도 – 부산까지의 시간을 구할 수 있습니다. 8.5ms(왕복)입니다. 예전에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전산시스템이 부산에 설치됐지만 회원사 주문을 접속하는 장비는 서울에만 있다.부산에서 주문을 내면 서울에서 냈을 때보다 체결에 0.007초(7ms)가 더 걸린다.
오차를 보이지만 측정 방법을 확인할 수 없고 증권사의 조사치라 무시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시 지리적 위치에 따른 주문속도의 차이로 돌아가보죠.
앞서 구한 왕복 8.5ms, 편도 4.25ms라는 숫자는 각각 서울FEP와 부산FEP를 통하여 주문을 낼 경우 속도차이를 보여줍니다. 거래소는 3.5ms라고 하고 증권사 기준으로 하면 4.25ms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자! 이제 이런 차이가 “특정 위탁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할 때 거래소가 정하는 기준을 벗어나 투자자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숫자는 견강부회식 추정입니다. 정확한 숫자가 아닙니다.
3.
차별적 서비스가 아니라는 논지중 하나가 시세서비스입니다. 위의 숫자가 단지 주문속도만을 다루었습니다. 시세는 호가(시세)수신부터 시작하기때문에 시세서비스의 속도와 품질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와 같은 논리로 계산하면 서울과 부산시세도 주문과 같은 만큼의 차이를 보입니다. 서울이 그만큼 시세가 빠를 듯 합니다.
그러면 시세와 주문을 상쇄하면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위의 규정은 위탁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위탁자는 다양한 주문채널을 사용합니다. HTS, MTS, API, 서울DMA 및 부산DMA입니다 .아마도 부산DMA는 파생상품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대형외국계투자자가 이용할 듯 합니다. 부산DMA를 이용하는 투자자와 부산에서 HTS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비교하여 보죠. 가장 극단적인 비교입니다. 부산 HTS투자자나 부산 DMA투자자나 시세를 다음과 같이 받습니다. 부산거래소-서울증권사-부산투자자입니다. 이제 주문입니다. 부산 DMA투자자는 부산-부산입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주문을 냅니다. 부산 HTS투자자는 부산-서울-부산을 거쳐야 합니다. 최소 8.5ms의 차이를 보입니다. 같은 시간 주문을 낸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지연이 없다고 가정해도 8.5ms입니다. 자본력과 정보력 그리고 압도적인 기술력까지 갖춘 외국계투자가가 무조건 이기는 게임을 하는 구조입니다. 부산은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AP설치를 요구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부산 DMA가 아닌 투자자는 손해볼 확률이 높은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서울과 부산의 지리적 차이에 따른 주문속도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까요? 시행세칙은 아니더라도 한국거래소의 규정중 지리적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를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지리적 차이를 인정할 경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서울과 부산AP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속도차이를 증권사별 회선별로 공개하여야 합니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선언적인 조항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숫자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차이를 인정하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대외비로 처리하고 있는 증권사별 회선별 레이턴시를 공개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사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일 때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증권사별/ 접속회선별 일간/주간/월간 평균 레이턴시정보입니다. 공개청구를 하면 당연히 거부될 것입니다. 공익에 해를 준다거나 시장질서를 흐트릴 수 있다는 이유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