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시장, 손실 보는 시장

1.
어제 파생상품 매매를 하는 몇 분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일전 올렸던 심상범 위원의 보고서가 안주로 등장했습니다.

“자기거래를 하는 몇 증권사가 매매 중단을 하면 KOSPI200선물시장을 문을 닫을 정도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이면 국내 지수선물시장에서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호주 트레이딩회사도 조만간 철수하지않을까?”
“해외선물로 빠져나간 국내 투자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모증권사. 이와 거래하는 싱가포르 브로커가 벤틀리를 몰고 다는다”

원래 술자리의 안주는 근거가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스스로 느끼고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와 맞물려 지난 몇 년동안 여의도 증권IT시장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해외선물영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몫을 빼어오기 위한 ‘해외선물(옵선) 매매시스템’이 화두였습니다. 리테일영업도 해외선물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3월중 증권사들이 보도자료를 내놓은 행사들입니다. 많죠?

동부증권, 23일 여의도서 해외선물옵션 투자설명회
교보증권 당산역지점, 해외선물 세미나 개최
NH투자증권, 테헤란로WMC 해외선물 투자·시스템트레이딩 세미나
한국투자증권, ‘해외선물옵션 고객 사은이벤트’ 실시
하나금투 영업부, 해외선물 무료 강연회 개최
현대증권, 해외선물 ‘중국선물 절대비법’ 투자설명회 실시

무슨 이유로 해외선물이 리테일시장을 주도한 것일까요? 2013년의 기사입니다. 제목처럼 ‘간 큰 소수’만이 관심을 갖는 시장이 해외선물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해외선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통화 선물은 원화로 결제하는 달러 선물, 유로 선물, 엔 선물 등에 불과하지만 금융투자회사를 통하면 달러를 결제통화로 하는 호주달러, 유로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선물과 미니 유로화 선물 등을 거래할 수 있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와 미니 지수 선물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거래비용이 적은 것도 파생시장의 개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엔 선물을 거래하려면 보통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내야 하고 한 계약(100엔=1151원 가정)을 거래하려면 약 69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키움증권을 통해 CME의 엔·달러 선물상품 1계약을 거래하려면 증거금 2860달러(약 309만원)에 계약당 8115원의 수수료만 있으면 된다.
간 큰 개미들, 해외선물 투자 러시중에서

2014년 기사를 보면 ‘답답한 개미’들입니다.

해외선물을 찾아 떠나는 국내투자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렌드에 대해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변동성이 커진 글로벌시장을 찾아나선 측면도 있지만 낮은 증거금과 수월한 시장진입 등 제도적인 한계가 투자자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자의 해외선물 누적 거래량은 총 1446만2704계약으로 전년에 비해 54% 늘어났다.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선물 시장으로 옮겨간 이유는 또 있다. 시장 진입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해외선물의 통화 품목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유로화(Euro FX). 유로화의 마진증거금은 2475달러(약 250만원), 유지증거금은 1980달러(약 2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FX마진 거래의 개시증거금은 1만달러(약 1020만원),유지증거금은 5000달러(약 510만원) 수준이다.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FX마진에서 해외선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글로벌영업 관계자는 “현재 FX마진 영업은 이미 접은 상태”라며 “국내 FX마진 시장이 투기화됨에 따라 정부에서 승수를 줄이자 투자자들은 적은 증거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유로화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개미들, 답답한 국내 떠나 ‘해외선물’ 좇는다중에서

2015년 말 기사를 보면 ‘수 많은 개미’들을 공략하기 위하여 ‘증권사’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연이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는 이유는 해외선물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부터 지난 8월까지 월 평균 해외선물 거래량은 451만8365계약으로 집계됐다. 2014년 월평균 거래량인 282만5439계약 대비 59.9% 증가했다. 2년 전(229만6775계약) 대비로는 두배나 뛴 것이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해외선물은 WTI선물, 유로달러선물 등이었다.

국제유가 급락, 미국 금리인상 우려 등에 따른 변동성과 레버리지 효과가 해외선물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외선물은 일중 변동성이 0.5~2.0%이고, 레버리지도 증거금에 따라 최대 70배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어 위험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선물 시장보다 진입 문턱이 낮은데다, 증거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다양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투자 요인이다.

국내선물은 신규로 거래하기 위해 사전교육 30시간과 모의거래 50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계좌에 예탁금도 300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해외선물 계좌는 기본 예탁금이 없고 거래하는 종목별로 위탁증거금을 내면 된다.
증권사들, 줄지어 해외선물 시장 뛰어든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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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들을 보면 공통으로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선물에 비해 진입 문턱이 낮아서……”

달리 말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파생상품시장의 합리화,건전화를 위한 개인투자자 규제조치’를 피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인투자자가 선물거래를 하려면 사전교육(금융투자협회 30시간)과 모의거래(거래소 50시간)를 이수하고 3000만원 이상 예탁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1년 이상 선물 거래경험이 있고 5000만원 이상 예탁한 개인투자자들만이 옵션거래를 허용했다.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인 셈이다. 이 제도는 올 하반기 준비 작업을 거쳐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연이은 규제에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증권 파생상품 담당자는 “차라리 파생상품 거래세가 낫지 이건 시장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발상”이라면서 “현재 선물 고객 60%가 1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 예탁금을 내고 거래하고 있는데 예탁금을 이렇게 올리면 다수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개인이 빠진 시장에 기관투자자들까지 나가면서 ELW 시장처럼 고사될 것”고 지적했다.

특히 잇따르는 국내 선물옵션 시장 규제안은 해외선물옵션 시장으로 투자자가 옮겨가는 유인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선물옵션 시장의 경우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자의 해외선물 누적 거래량은 총 1446만2704계약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2010년 484만4624계약을 기록했던 해외선물 거래량은 이듬해 607만9131계약으로 늘어 직전해보다 25.48% 증가했고 2012년에는 54.17%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증권업계 “파생 ‘적격’ 개미로 제한…해외선물옵션시장만 웃을 것”중에서

2.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시장 합리화정책’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주장하던지, 누구나가 짐작하는 이유는 ‘파생상품거래로 손실을 보는 개인투자자들이 사회,정치적 문제로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시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것을 ‘개인투자자의 보호’라고 표현합니다.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정책을 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면 추진한 결과도 같이 보고 정책의 유효성을 따져야 합니다. 국내파생시장을 떠난 투자자중 해외선물로 발길을 돌린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고 있을까요? 아마 증권사 리테일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숫자를 아실 듯 합니다.

금융위원회가 마진FX의 레버리지율을 규제하기 이전 투자자의 손실을 다루었던 기사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진FX과 비슷한 모양을 보일 듯 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5월 기준 5천958개 FX마진 거래 계좌 중 90%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2010년 말 기준 80%, 2011년 75%, 2012년 말 65%로 손실 계좌 비율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투자자 60% 이상은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데다 개인들이 외화와 외화 간 통화 변동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원화를 환전해 달러-유로화 FX마진을 거래할 경우 달러-유로화 간 상대적인 통화 가치의 변동폭과 달러-원화간 환율 변동 폭을 동시에 정확히 예측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 90% 손실…투자"인가 투기”인가중에서

금융감독원이 전수 조사를 하면 사실여부가 나오겠지만 들리는 소문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손실을 우려하여 국내투자자 보호정책을 폈지만 해외선물로 간 개인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금융위원회의 파생상품시장 합리화정책의 결과!

‘죽어가는 시장’을 만들었고 ‘손실 보는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규제 완화, 시장이 바라는 활성화를 기대합니다만 우려스럽습니다. 상상 이상을 정책화하는 금융위원회라 해외선물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우려스럽네요. 마진FX처럼.

2 Comments

  1. 문광화

    재미있는 글들, 도움되는 내용이 아주 많아서 한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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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Post author)

      감사합니다. 추석연휴 편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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