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아니, 소프트웨어라는 유령

1.
요즘 새로 출시하는 금융상품에 너도나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붙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주식 종목 선택·분석·주문까지 원스톱…씽크풀 라씨
인공지능 활용한 ISA 상품 다음달 국내 첫 출시
HTS도 인공지능 시대…유안타증권, 특허권 취득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왜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하는지를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마켓팅 전략입니다. 그래서 여의도에 ‘인공지능’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으니 유령입니다.

여의도처럼 월스트리트도 유령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닌 로봇(Robot)이고 소프트웨어입니다. 뉴욕타임즈가 특집으로 보도한 기사입니다.

The Robots Are Coming for Wall Street

위 기사의 부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Hundreds of financial analysts are being replaced with software. What office jobs are next?

금융산업이 소프트웨어와 로봇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다룬 르뽀입니다. 영어입니다만 한글번역본이 전문으로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켄쇼(見性): 월스트리트를 호령하는 인공지능 (1/3)
켄쇼(見性): 월스트리트를 호령하는 인공지능 (2/3)
켄쇼(見性): 월스트리트를 호령하는 인공지능 (3/3)

기사는 Kensho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Kensho가 만든 소프트웨어인 Warren이 하는 역할입니다.

Kensho, is a Japanese word, synonymous to Satori. They both essentially mean Insight, a glimpse into Enlightened, Awakening which leads into further training to deepen the insight.

Kensho was founded in 2013, in Boston and offers a technology that revolutionizes the way financial information is processed; It speeds up the cumbersome spreadsheet crunching, from a couple of days to minutes. It uncovers relationships that can lead to trade signals (Buy/Sell). It organizes our thinking around what we don’t know. It is the commercial incarnation of Watson in the financial space.

Kensho’s software is called Warren, inspired by an older, wise and patient uncle that knew all the answers (says co-founder D. Nadler). But of course, there is an immediate association with Warren Buffet. Warren is a cloud-based software that can find answers to more than 65 million question combinations in an instant, by scanning more than 90,000 sources such as economic reports, monetary policy changes, and political events and their impact on nearly every financial asset on the planet. Kensho is also in the process of building a massive unstructured geopolitical and natural world event database, which will allow processing such information and their relationship to financial events. Questions are simply typed in natural language in a simple Google-like text box.
Kensho: Warren is like Watson and Siri, for analysts, investors and traders중에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켄쇼는 똑똑한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처럼 검색어와 관련된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훑어낸다. 이 과정은 인간의 개입 없이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학습한다. 어떤 의미에서 바로 이 부분이 켄쇼라는 소프트웨어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련 검색어를 직접 입력하고 위키피디아부터 예전 기사까지를 일일이 찾아야 했다. 켄쇼의 검색 엔진은 사건을 추상적인 특징에 따라 분류한다. 예를 들어 ISIS가 시리아 중부의 팔미라(Palmyra)라는 도시를 장악했다는 내용과 프랑스군이 공습을 했다는 내용은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는 카테고리 아래 묶이는 동시에 각각 어느 쪽이 공격하는 쪽이고 어느 쪽이 공격을 받은 쪽인지를 켄쇼가 스스로 인식해 검색 결과상에 분류해 표시한다.

소프트웨어는 또한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사람들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하는 자산 가격의 변화를 찾아낸다. 켄쇼가 알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검색을 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특징을 제대로 장착하기 위해 네이들러는 구글에서 세계 모든 도서관의 대분류 작업에 참여했던 머신러닝의 귀재를 영입했다.

어떤 사건 묶음을 선택한 뒤에 담당 트레이더는 옵션 메뉴에서 특정 시기별, 혹은 특정 투자나 특정 자산 관련 정보만 솎아낼 수 있다. 가장 넓은 범위의 자산이란 독일 주식, 호주 달러, 다양한 원유 등 세계 40여 가지 주요 자산 묶음이다. 어느 것이든 원하는 정보를 입력한 뒤 보고서 작성(Generate Study) 버튼을 누르면 몇 분 안에 도표로 가득한 보고서가 생성된다. “시리아 내전 격화”라는 주제 아래 묶여있는 27개 사건으로 네이들러는 시연을 계속했다. 첫 번째 도표는 내전이 격화된 이래로 몇 주 동안 천연가스, 원유 가격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반대로 아시아 주식시장과 미국, 캐나다 달러가 호조를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일어나는 사건 중에서도 어느 유형의 사건이 어떤 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하여 과거 동향을 토대로 살펴봤을 때 어디에 무게를 두고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최적의 거래 전략인지도 포함됐다.

2.
로봇, 소프트웨어는 금융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당연히 숙련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줄어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뿐 아니라 사실상 뉴욕시의 경제 전체를 숙련직 노동자들이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금융 애널리스트, 언론, 출판업자,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지금껏 뉴욕시의 경제 구조는 어쩌면 이런 변화에 둔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켄쇼 같은 회사가 몰고 온 변화는 지금껏 자신을 예외라고 여겼던 경제 자체가 직면한 상황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영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바클레이의 CEO 자리에서 해고된 안토니 젠킨스는 지난해 가을 한 강연에서 금융업계 전반에 “우버와 같은 충격(Uber moments)”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버가 택시업계는 물론 물류, 운송업계 전반을 뒤바꿔놓고 있는 것처럼 금융업계도 근본적인 변화가 잇따르리라는 것이다.

“많게는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몰라요. 은행 점포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겁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희망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고용 규모가 20%는 줄어들 겁니다. 좋은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부터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고, 금융 상품의 투명성도 제고돼 고객들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덤터기 씌우는 일 같은 건 줄어들 겁니다. 어쨌든 몇 년 전 금융 위기를 일으키고도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가 남아있는 듯한 금융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기계가 먼저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상대적으로 단순한 일을 하는 하급 직원들입니다. 임원들은 제일 마지막에 영향을 받겠죠.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할 것입니다.”

네이들러는 랩탑 컴퓨터를 닫았다. 이 모든 일이 불과 몇 분 안에 이뤄졌다. 네이드러는 비슷한 수준의 보고서를 사람이 작성하려면 총 40시간 정도의 노동이 필요할 거라고 말했다. “그냥 40시간이 아녜요. 평균 연봉 35만 ~ 50만 달러를 받는 사람들의 40시간이죠.”

온라인이 오프라인 거래를 가장 빠르게 대체한 분야 가운데 하나인 주식 거래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자동화가 골드만삭스 같은 조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식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사고 팔린다. 차베스는 온라인 거래가 시작되면서 옛날처럼 전화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 직원 숫자가 600명에서 4명까지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이야기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트레이더는 새로운 거래 방식 자체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 나아가 고속 거래(high-speed trading), 즉 빠르게 사고파는 거래를 관장하는 데이터 센터에는 새로운 유형의 일을 해줄 직원이 필요하다.

골드만삭스는 정확히 직종별 인적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온라인 트레이딩 부서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일했던 폴 초우는 트레이더 열 명이 예전 방식으로 하던 일을 프로그래머 한 명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트레이더 인력만 놓고 보면 규모가 1/10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마지막 트레이더를 맨해튼 사무실 4층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였다.

그러면 로봇의 역할이 만능이고 천하무적일까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소프트웨어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입니다. AI progress fails to convince all investors를 번역한 기사중 일부입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은 점점 커졌고, 투자자금은 관련 헤지펀드로 몰렸다. 머니 매니저들이 앞다퉈 컴퓨터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퀀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에 대한 회의론이 아직 팽배하다고 FT는 전했다. 뉴론 캐피털의 로버트 힐먼 대표는 “AI의 사용으로 투자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궁극적인 변화가 아닌 효율성 향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캠프리지에 소재한 퀀트 헤지펀드인 캔탭 캐피털의 이완 커크 대표는 대부분의 AI가 소위 패턴 인식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수많은 잡음과 혼란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패턴을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커크 대표는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가 매우 흥미롭긴 했지만, 룰이 분명한 게임에서 이기는 것과 투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내 AI의 역할에 대해 낙관적인 퀀트 전문가들조차도 AI의 활용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독창적이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금융시장의 변덕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점에서다.
“바둑과 트레이딩은 달라”…인공지능, 금융투자 한계론 ‘솔솔’중에서

3.
로봇과 소프트웨어에 의해 변화를 맞고 있는 금융산업. 핀테크로 시작한 금융의 디지탈화는 금윤산업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곳이 골드만 삭스입니다.

Goldman Sachs is a tech company에서 골드만삭스 CEO인 Blankfein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Goldman Sachs Is a Technology Firm

실제로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IT기술자는 페이스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34,400명중 1/4정도의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좀 지난 글이지만 Goldman Sachs의 경쟁력과 IT현황을 읽어도 현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Goldman in Ventureland: The inside story of how—and why—Goldman Sachs became a tech-investing powerhouse

According to Goldman’s tech team members who spoke with Business Insider, of about 33,000 full-time employees at the bank, 9,000 of them are engineers and programmers.

Facebook’s total payroll, which includes non-tech personnel, consisted of 9,199 workers as of the last day of 2014, it said in its annual filing with the SEC. That number includes the many non-tech employees who are there to support and sell the product.

Goldman’s 9,000 also eclipse the entire payrolls of Twitter, which has 3,638 employees, and LinkedIn, which has 6,897 employees. Facebook and Twitter don’t offer breakdowns of their staffs. In its filings, LinkedIn reveals that more than half of the employees work in non-tech functions including sales, marketing, and general and administrative capacities.
Goldman Sachs is a tech company중에서

Goldman is not the only Wall Street bank to notice how technology is changing the world – all of its major competitors have been talking a lot more about technology, spending a lot more money on it and trying to win more business from tech clients. But Goldman has arguably been the most aggressive in making strategic investments and reshaping itself for a digital world. Roughly one-quarter of its 34,400 employees now work in tech.
How Goldman Sachs is trying to transform itself into a cool tech company중에서

한국 금융회사의 리더들은 대부분 “IT는 비용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알파고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고 핀테크가 금융을 위협하고 디지탈화를 촉진하는 현재, 너무 굳건한 벽이어서 무너지지 않을 줄 알았던 벽이 허물어질까요? 이제 금융은 투자이고 경쟁력이라는 말도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금융과 IT는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이 곧 I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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