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늙어가는 증상들

1.
이미 지난 일입니다. 그 때를 되돌아 보면 회사가 망할 징조는 곳곳에 있었습니다. 경영자이니까 위험은 숫자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빨간색 숫자가 문제가 아닙니다. 빨간 숫자는 경영자가 ‘하루종일’ 돈을 구하는 일에 몰두하도록 합니다. 이 때부터 없던 일이 생깁니다. 직원들이 동요합니다. “지금은 어려우니까 조금 고생하자. 조금만 참으면 잘 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래도 동요가 이어집니다. 드디어 사표를 내는 사람이 한명 나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표를 낸 직원도, 남아 있는 직원도, 경영자도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빨리 도망치려는” 것을 압니다. 한번 기우뚱한 기업이 회생하려면 엄청난 고통이 필요합니다. 고통을 같이 하지 못하면 결국 파산합니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도 갖지 못한채 갑자기 다가온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망한 경우입니다.

자연의 생명체처럼 기업도 생명체입니다. 사회적 생명체라고 하고 법적으로는 ‘법인’이라고 하여 ‘인격’을 부여합니다. 기업도 생명이므로 낳고 성장하고 늙고 죽는 과정을 밟습니다. 다만 인간과 달리 생명주기가 1년일 수 있고 10년 혹은 100년 일 수도 있고 천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인간처럼 순차적인 과정으로 죽음에 다가가지 않습니다. 애플처럼 죽었다 다시 살아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거대한 신생아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기업도 나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나이는 진짜 숫자입니다. 설립한지 아주 오랜 기업도 젊은 기업이 있고 막 설립한 회사지만 늙은 기업도 있습니다. 늙은 기업은 망해가는 기업, 죽어가는 기업과 다릅니다. 늙은 기업이 무엇일까요?

2.
늙은 기업은 두가지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늙은 기업입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늙은(?) 사람들입니다. 파릇파릇한 젊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증권개발자들이 늙어간다

그러나 더큰 문제는 기업의 문화가 늙은 경우입니다. 매일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 다른 부문은 모릅니다. 자본시장IT를 보면 ‘노화’라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모습입니다.

혁신이 없습니다. 혁신은 도전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도전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실패는 남과 다른 발전전략에서 나옵니다. 결국 자본시장내 새로운 발전전략을 시도하는 경우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융투자회사의 전사적인 전략이 아니더라도 IT부분의 전략도 있고 자본시장IT회사들의 전략도 있을 수 있지만 새로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안정에 취해 있습니다. 도전과 모험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성공이 안정적인 유지를 가능하기때문입니다. 지난 십여년 치열한 경쟁속에서 생존한 기업들은 시장내에서 일정한 지분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회사는 회사대로, 자본시장IT회사는 회사대로 생존가능합니다. 무언가 기술적인 성취를 위하여 도전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잘하고 월급 잘 받고 휴가를 제 때 가면 됩니다.

일터에 신바람이 없습니다. 체바퀴 돌아가는 다람쥐같습니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하고 아니면 야근을 합니다. 굳이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곤합니다.

LG경제연구원이 작성한?기업 쇠퇴의 6가지 징후에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늙은 기업을 회춘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건희회장은 ‘위기론’과 ‘호통론’으로 대처하였습니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삼성 개혁의 핵심 키워드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복귀 당시 한순간에 추락하던 도요타를 지적하면서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면서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이후 삼성전자는 신수종 산업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삼성그룹 변화의 원동력이 돼 왔다.

그런데 지금 자본시장이 위기라고 합니다.

3.
자본시장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과장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자본산업 위기론

그렇지만 숫자를 보면 자본시장은 위기입니다. 위기이기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옵니다. 위기끝에 구조개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경기순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위기는 경기순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일 듯 합니다. 자본시장이 위기라고 하면 자본시장IT도 위기입니다. 위기의 징후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곳이 비용입니다. 마른 수건도 짜는 판에 불필요한 IT프로젝트이면 다 취소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비용을 줄입니다. 자체 인원을 더 투입합니다.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노동강도는 높아집니다. 반면 매출은 급감합니다. 파란색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자본시장은 위기, 기업도 위기. 반면 직원들도 늙어가고 조직문화도 늙어가고 있습니다. 자본시장IT들이 위기를 넘어서 혁신으로 나아갈까요? 사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해외IT기업들입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한국시장을 두드립니다. 월스트리트에서 검증받은 제품들입니다. 숫자의 위기,기술의 위기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위기는 ‘기업의 노화’입니다. 위기에 맞서 도전할 힘들이 없어 보입니다. 그것이 진짜 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위기가 닥치면 숫자를 강조합니다. 혁신이고 도전은 사치이고 기업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스티브잡스의 애플입니다. 자서전에서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존 스컬리의 애플을 비판하면서 열정을 강조합니다.

When describing his period of exile from Apple ? when John Sculley took over ? Steve Jobs described one fundamental root cause of Apple’s problems. That was to let profitability outweigh passion: “My passion has been to build an enduring company where people were motivated to make great products. The products, not the profits, were the motivation. Sculley flipped these priorities to where the goal was to make money. It’s a subtle difference, but it ends up meaning everything.”
Steve Jobs Solved the Innovator’s Dilemma중에서

위기는 기회입니다. 위기는 시장질서를 파괴합니다. 과거에 없던 틈을 만들어냅니다. 틈을 뚫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면 그것이 기회의 출발입니다. 기회를 디딤돌로 혁심을 이어간다면 자본시장IT의 지배자가 될 수 있지않을까요? 이런 꿈을 위한 스타트업들이 생겼으면 합니다. 경쟁은 패배를 불러오지만 성공도 가져옵니다.

2 Comments

  1. ethan

    좋은말씀해주셨네요..저도 여의도 증권사에 근무하는 쥬니어로서 많이 공감이 갑니다. 저희 회사도 증권사중에 2등이라면 서러운 회사지만 몸집이 비대해짐에 따라 윗분들도 그냥 현재 자리에 있길 더 바라는거 같네요. 뭐를 새로 하자고 해도 과연될까? 과거에 계신 선배들이 급변하는 현재 세계의 금융의 전선에서 새로움을 이끌기에는 많이 역부족인거 같습니다. 이래서야 우리나라의 금융발전이 과연 가능은 한것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보니까 스팸처리가 되어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오늘 내가 보는 있는 모습은 부정적인 면이 나의 미래가 아니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기업내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너무 명확해서…

      더운데 건강하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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