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혹은 석유시대의 종말

1.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배경은 IMF 구제금융을 전후로 한 시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IMF 구제금융 이후를 살아가는 요즘 IMF이전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IMF 구제금융이전 3저호황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특히 1986년부터 1988년 사이에 ‘저금리, 저달러, 저유가’라는 3저에 힘입어 국제수지가 흑자로 반전되고 GNP성장률이 연 1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때를 말합니다.

저금리 : 1970년대 말 이후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세계 각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였습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돈을 빌리는데 들어가는 이자 비용이 낮아져 기업들이 돈을 끌어다 쓰기가 수월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이 활성화됩니다. 또한 1980년대 초 우리나라는 ‘외채 위기’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금리가 인하되면서 외채 상환 부담이 감소하여 경상 수지가 호전되게 되었습니다.

저달러 : 1980년대 미국은 대일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쌍둥이 적자). 이에 미국은 미일간의 합의(플라자 합의, 1985)를 통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엔화(일본 화폐)의 가치를 올렸습니다. 플라자 합의가 발표되자 달러화 환율은 1달러에 235엔에서 20엔이 떨어지고, 1년 후에는 달러의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예를 들어 달러 대 엔화의 환율이 1달러=240엔이었을 때는 일본제 240엔짜리 물건이 미국에서는 1달러에 팔렸겠지만, 달러 대 엔화의 환율이 1달러=120엔(1달러의 가치가 240엔에서 120엔으로 떨어짐)이 되었을 때는 일본제 240엔짜리 물건이 미국에서는 2달러에 팔리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반면에 일본 엔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비하여 높아짐으로써(240엔으로 1달러 밖에 살 수 없었는데, 이제는 240엔으로 2달러나 살 수 있음. 즉 엔의 가치가 높아짐. 엔고 현상), 곧 일본 제품이 미국 팔리는 가격이 상승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미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입니다. 너무 비싸진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데다가 가격도 싼 한국산 제품이 잘 팔리게 되어, 수출이 늘어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저유가 : 1985년 12월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은 고정 유가제를 폐지하고, 이들 국가들이 서로 시장 점유율 확대 정책을 취하게 됨에 따라 1년 만에 국제 원유가가 3분의 1이하로 하락하였습니다. 이로써 원유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던 한국 경제는 생산비 절감과 가격 경쟁력 회복으로 무역 수지와 경상 수지의 흑자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지나서 되돌아보면 3저호황에 취해 한국경제를 구조개혁하지 못한 탓에 IMF구제금융을 맞았을 수 있습니다. 요즘 3저호황과 비슷한 국제적인 환경인 ‘신3저’이라고 합니다.

How the U.S. and OPEC Drive Oil Prices

다만 호황이 아니라 악재임이 다릅니다. 이중 저유가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습니다. 그중 2014년 조선일보가 기획기사로 다룬 저유가는 ‘저유가의 장기화’와 ‘석유시대의 유지’라는 시각으로 분석을 합니다. 석유시대의 종말을 둘러싼 낙관과 비관중 낙관에 기초한 기사로 보입니다.

[저무는 검은황금①] 저유가 장기화 “100弗 시대 다신 안온다”
[저무는 검은황금②]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이란 핵협상
[저무는 검은황금③] 저유가 장기화가 韓경제에 미칠 영향은?
[저무는 검은황금④]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 “원유 소비 내년에나 회복”
[저무는 검은황금⑤] 김연규 한양대 센터장 “해외자원개발 새 모델 만들어야”
[저무는 검은황금⑥]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소장 “저소비형 구조 전환 필요”
[저무는 검은황금⑦] 정민 현대경제硏 연구원 “유류비축 늘려야”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는 아래의 글들에서 석유시대를 둘러싼 논쟁을 잘 정리해줍니다.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① 석유 가격에 숨겨진 비밀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② 석유 시대의 종말?

2.
몇 일전 프레시안에 올라온 ‘저유가’ 지속되는 건 미국의 ‘음모’? 은 ‘석유시장의 종말’ 혹은 ‘석유시대의 종말’이라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기사는 뉴욕타임지의 Oil Prices: What’s Behind the Drop? Simple Economics를 줄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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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프린스톤대학 해롤드 교수가 쓴 The Death Throes of Oil을 인용합니다.

지금 산유국들이 처한 딜레마가 바로 ‘석유 시장의 종말’이며, 산유국들이 ‘자원의 저주’로 존망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진단도 대두됐다. 프린스턴대학교 역사학과 해럴드 제임스 교수는 “산유국들이 지금 죽기 직전의 고통을 느끼는 단계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제임스 교수는 “기술 발전에 따른 자원의 세대교체”가 국제유가 하락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석탄이 고갈되지도 않았는데 주에너지원으로서 석유에게 밀려난 것처럼 석유도 주에너지원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따라, 석유 역시 이제 ‘에너지원의 세대 교체’에 직면한 연료라는 것이다.

해롤드 교수는 석유시대의 종말을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오히려 저유가에 따른 지정학적인 변화를 이해하라고 권고합니다.

Rapidly changing commodity prices can upend the geopolitical landscape as well, sparking political instability – or worse. And today, oil seems to be going the way of timber and steel, losing its strategic importance. Large amounts of energy will still be needed for the basics of modern life, including data processing and storage, but it will increasingly come from other sources.

(중략)
In other words, the security challenges implied by dropping oil prices are likely to be more significant than the economic risks. But security challenges can be costly. For example, the difficulties the EU faced in 2015 are likely only to grow in scale and severity. So there is a strong case to be made for rich countries using the economic windfall from dropping oil prices to fund efforts to deal with the geopolitical consequences. In this light, German Finance Minister Wolfgang Schäuble’s recent proposal to pay for accommodation for refugees with a European petrol tax makes perfect sense.

Policymakers in industrialized countries need to stop thinking about falling oil prices as representing risks to the economy and start considering their geopolitical implications. Given the scale of the challenges likely to come, policy coordination will be necessary. The blowback from ever-cheaper oil is a problem that no country is likely to be able to deal with on its own.

3.
석유시대를 둘러싼 논쟁이 현실에서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석유시장 혹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말하는 분들이 인용하는 글을 새길만 합니다. 아울러 세계경제포럼이 다룬 ‘4차 산업혁명’도 석유시장의 종말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그리고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은 자원 고갈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 전환은 새로운 연료가 더 효율적이면서도 값도 쌌기 때문에 일어났다. 만약 석유 생산 정점이 근래에 도래한다면 인류는 또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원 고갈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기사가 둘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보는 지표중 하나가 ‘돈의 흐름’입니다. 가치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 서로 다른 투자를 합니다.

베트남은 일본과 러시아 기술로 원전을 건설하려고 하지만 자금이 잘 들어오지 않아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1040조원대)은 올해부터 석탄기업 투자를 회수하기로 지난해 결정했다. 한국전력의 5개 발전자회사도 석탄발전량 비중이 63%여서 투자회수 기준인 30%를 넘는다. 포스코도 유력한 후보 기업이다.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를 약 24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두 번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도 20억 달러에 샀다.

값싼 전기를 그나마 뒷받침해온 석탄은 산업혁명의 박물관에 넣어둘 ‘악마의 에너지’로 이번에 확실히 낙인찍혔다. 수십년을 지배해온 ‘석유 고갈론’도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다. 배럴당 30달러 시대에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석탄과 석유가 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세상의 작동방식이 달라져서 에너지원을 바꿔야 할 때다. 그럼에도 석탄·석유·원자력에 계속 매달린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
[특집 에너지 대전환 시대 <상>]신재생에너지, 선택 아닌 필수다중에서

버핏이 ‘석유시대의 종말’에 투자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시그날도 있습니다. 중기투자일까요?

하지만 글로벌 ‘큰 손’ 워런버핏은 오히려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마켓워치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주 미국 대형 정유사 필립스66 지분 254만주를 1억9800만달러(한화 약 2400억원)에 사들였다. 버핏은 지난해 8월 필립스66지분을 처음 매입한 이후 올해 들어 갑자기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버핏이 필립스66 지분을 사는데 지난 한달간 투자한 돈만 1조원 규모이며 지분율은 13.6%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워런버핏이 사모으는 정유株 반등하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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