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일보 Weekly Biz는 경영을 다룹니다. 경영이란 꼭 기업가만이 아닙니다. 세상과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기때문에 모든 꼭지가 다 유익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그래서 나는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들도록 하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 않은 글 하나가 저를 붙들었습니다. 회사는 아이로봇입니다.
[Weekly BIZ] [Story] 로봇 최강국 일본 그들을 구한 건 美製 로봇이었다
아마도 “로봇을 실용적으로 접근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질문을 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초기에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대기업의 성공보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회사를 처음 만들면 뜻대로 이루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책이나 글은 “시련이 닥쳤지만 꿈을 이루기 위하여 열정적으로 일했다”는 식으로 묘사를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로봇의 앵글 CEO는 솔직합니다.
앵글 CEO는 MIT에서 석사를 받은 직후인 1990년 아이로봇을 창업했다. 그때 나이가 겨우 22세. 사업자금은 은행대출?10만달러, 신용카드대출 1만달러가 전부였다. 사무실은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 차렸다. 직원은 6명뿐. 일감을 주려는 회사도?없었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재로 쓰이는 로봇을 만들어 겨우 수지를 맞췄다. 앵글 CEO는 “창업하고 처음 6년 반 동안은 ‘이번 달?월급은 또 어떻게 마련하나’라는 고민으로 한달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회사를 어떻게 살렸나.
“닥치는?대로 하청 일감을 따냈다. 뺨을 만지면 웃음소리를 내는 장난감 아기 로봇, 빌딩 청소용 로봇 차량, 유정(油井)에 들어가?수리작업을 하는 로봇…. 뭐든지 만들어 팔았다. 기술력이 쌓이니까 미 국방부의 지뢰제거 로봇,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팔아서 돈이 되는 로봇을 당장 만들지 못하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덤볐다. 직원들과 함께?하루 18시간씩 일했다. 제때에 납품만 잘하면 현금을 주니까 좋았다. 빚지지 않고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기술도 축적할 수 있었다.”
창업후 6년을 월급 줄 걱정을 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하여 무조건 하청을 받았습니다.그래서 두가지를 얻었습니다.
“생존하였고 하청속에서 기술을 축적하였습니다.”
실용주의라고 표현하였지만 모든 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을 배웁니다. 바로 높은 성능 더하기 낮은 가격입니다. 흔히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저가수주라고 합니다만 경쟁력이라는 단어는 저가와 맞지 않습니다. 경쟁력이 있으면 저가라고 하더라고 수익을 보장합니다.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낮은 가격이 꼭 필요합니다. 물론 작은 기업들이 원가개념을 잘 못잡긴 하지만…..
?”아이로봇은 돈이 별로 없었다. 당장 로봇을 팔아서 돈을 벌지 못하면 그냥 없어질 회사였다. 우리는 팔리는 로봇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성능은 좋아야 했고, 가격은 낮아야 했다. 항상 두 가지 기준을 지켜야 했다.”
실용주의란 결국 생존입니다.
2.
아이로봇을 보면서 또다른 기업을 떠올립니다. 대학 동문들중 상당수가 창업을 하였습니다. 그중 휴맥스가 있습니다. 동기들중 일부가 참여한 기업이었습니다. 대표이사는 변대규씨입니다.? 창업을 한참 지난 후 동기로 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노래방 반주기에 얽힌 사연입니다.
수학도 잘 못하고….그래서 포기했죠.” 박사 학위 수여식을 코앞에 둔 1989년 초,그는 대학원생 친구들과 학교 근처 포장마차에 모여 서로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장난처럼 의견을 모은 것이 바로 창업이었다.
“평소 지도교수님께서 공대생은 논문 작성보다는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죠.우리 연구실 친구들이 그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사업계획이니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젊은 혈기 하나 믿고 창업을 결정했죠.”
당시 그들에게 없던 것은 사업계획뿐만이 아니었다.당장 사업자금이 문제였다. 은행에 담보로 내세울 집 한 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로,변 사장은 다짜고짜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다.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000만원짜리 보증서를 신청했더니 창구 직원이 대뜸 집 등기부등본을 달라는 거예요.그래서 ‘저는 하숙생인데요’라고 했더니 직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하숙생이 보증을 받으러 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더군요. 그것도 모자라 옆의 직원한테 이야기하며 자기네들끼리 킬킬거리며 웃더군요. 어쨌든 결국 보증서는 받았어요. 박사 학위를 보고 그랬는지.”
사업 초기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처음 5년 동안 해마다 1~2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다 접었다.변 사장은 “시장이 필요한 것은 놔두고 휴맥스 내부 구성원들이 관심있는 것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처음 성공한 것이 가요반주기였다.그 과정도 거의 우연에 가까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컴퓨터용 영상처리 보드를 만들었는데 출시 후 광고에 제품의 여러 용도 가운데 마지막에 ‘영상 위에 자막을 올릴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어요.
기술자 입장에서는 이 기능이 별로 안 중요하다고 여겨 마지막에 넣었던 것이죠.그런데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이 문구에 집중된 거예요. ‘이것이 시장이 원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의 CEO 나의 청춘 나의 삶](27) 변대규휴맥스 사장중에서
실용주의적 기술관입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나 벤처들에 필요한 시각입니다. 아이로봇의 CEO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니나 혼다는 연구·실험 차원에서 로봇을 만들었다. 그들은 성공한 기업이고 이익이 많은 기업이니 수천만달러 이상을 퍼부을 수?있었다.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을 과시한 것이었다. 이 로봇들이 안 팔려도 소니, 혼다는 그대로 소니, 혼다로 남는다. 연구·실험 그?자체로 만족한 것이다.
아마 저도 실용주의자가 아니었나 봅니다. 수많은 R&D를 했지만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거의 없으니까.(^^)
3.
사실 국내 소트프웨어로 창업을 한 기업들이 걷는 길과 비슷합니다. 생존하려고 SI를 하고 SI를 통하여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성장을 모색합니다.
그런데 아이로봇과 다른 길을 갑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기술을 축적할 수 있도록 영감과 도움을 주었던 프로젝트는 수많은 프로젝트중 두 개정도였습니다. 90년 초반 신입개발자들이 오픈환경에서 네트워크서비스를 개발할 때, 90년중반 처음으로 증권HTS를 개발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배운 기술을 팔아서 돈을 법니다. 먹고 살지만 성장과 발전도 진보도 없습니다. 기업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란 대부분 제품을 이용하여 업무를 구현하는 일이기때문입니다.? 기술적 성능이 차별화요소가 아닙니다. 오년 혹은 십년동안 SI를 하다 보면 결국 기술은 없고 업무지식만 남습니다.
아이로봇의 실용주의를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너무 실용적이기 때문에 기술을 엔지니어링이나 테클놀로지가 아니라 그냥 막노동로 바라봅니다. 머리가 있고 몸이 있는 사람이면 항상 가능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봅니다.
4.
아이로봇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영화가 떠오릅니다. 아이로봇이라는 회사명도 윌 스미스가 주인공이었던 아이, 로봇 (I, Robot)과 같습니다.? 인터뷰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인류와 로봇의 미래는?? 우선 로봇 기술이 인체 안에 들어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존재를 보면서 이것이 인간인가, 로봇인가를 구분하는 문제가 벌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은 소리를 잘 듣게 해주는 장치를 귀에 심을 수 있다.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앞을 보게 해주는 장치도 초기 형태로 이미 개발돼 있다. 원래 인간의 귀보다 훨씬 잘 듣게 해주는 귀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멀쩡한 인간 귀를 뽑아내고 로봇 귀를 달아 넣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휴대폰 없이도 통화를 하게 되고, 아이팟 없이도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외과병원에 가서 멀쩡한 인간 눈을 뽑아내고 로봇 눈을 장착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스크린 없이도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수학 시험을 볼라치면 수학 선생이 ‘자, 모두 플러그를 뽑을 것!’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상황, 로봇과 인류의 공존 여부는 지금 고민할 것은 아니다. 그전에 우리가 대답을 내놓아야 할 문제들이 많다.”
사이보그를 다루었던 수많은 영화가 떠오릅니다. 아마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가 대표적일 듯 합니다.? 착한 로못(Good Robot)이 미래의 핵심상품이라고 합니다. 착한 로봇은? “나이 드신 엄마·아빠를 잘 모시는 로봇”입니다. ‘이브의 시간”이라는 만화영화가 떠오릅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공방중 삼성이 스탠리 큐브릭감독이 1968년에 만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합니다.
영화적 상상력, 만화적 상상력 아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인문적 상상력을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회사가 성공할 듯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추고 있으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비즈니스적 상상력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다만 상상이 상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지만.
Websphere LLM이라는 제품의 자료를 잠시 사용했습니다. Exture+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혹 도움이 될까해서 이해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