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STP경영과 증권산업

1.
 사실 7월 29일은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어느 누군가는 기념일이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금요일일 뿐입니다. 그런데 경제신문은 몇 일전부터 29일을 주목하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는 나름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2007년 행상에서 창조경영의 닻을 올렸다고 하기때문입니다.

 2010년 정도 되면 지금 예측하기에는 힘들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 디자인, 마케팅, 연구개발(R&D)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당장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4~5년 후 밀려올 큰 변화에 대비하자는 뜻이며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창조경영이 삼성의 조직문화속에서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 기술을 접목한다고 하니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 있을 때 수천억을 쏟아 부어도 모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다 실패하는 것을 수년간 보았습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엄청난 적자를 냈잖아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좀 더 소프트웨어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다
실패를 했죠. 식스시그마를 맹신하는 제조업체 마인드로는 소프트웨어를 가질 수 없었던 겁니다. 통신 업체와 제조 업체는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한번도 가져 본 적이 없고 기업문화도 그것에 맞지 않는데, 아무리 갖고 싶다고 해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어요?

저는 확신을 갖고 드리는 말씀이지만 듣는 업체 입장에서는 열 받은 얘기일 수 밖에요. (죄송해요. 악감정은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확신이 드는 걸 어떡해요.)


랬더니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이통사와 제조사 관계자 분들이 물으시길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M&A를 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투자를 하든, M&A를 하든 해당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영에는 최소한으로 간섭을
해야합니다.

스마트폰과 이통사/제조사의 딜레마중에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분의 우회적인 비판도 있었습니다.

양파 껍질 하나면 벗기면 한국은 여전히 농경사회다. 겉으로는 인터넷 시대의 최첨단을 걷는 것 같지만 의식 구조와 가치관은 농경사회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이 집단 공동체 의식과 수직적 위계질서가 사회 문화 코드의 핵을 이룬다.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이런 사회 문화 코드가 적합한가? 아니다. 우리의 농경사회적 가치관은 비보이의 성공을 가져다주었지만 구글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 기업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현정 글 대한민국진환론중에서

그리고 한해 전 삼성전자 임원이 실적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였습니다.

사람을 쓰고 버리고 그것이 정치이고 경영이지만..

2.
그리고 4년이 지났습니다. 이건희회장은  4년만에 열린 행사에서 세가지를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첫째 소프트 기술(Soft Technology).소프트웨어와 디자인,서비스 등 소프트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부품 수를 줄이고,가볍고,안전하게 만드는 것 등 하드웨어도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하드웨어 기술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야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둘째는 S급 인재(Super Talent).기술 확보를 위해선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

셋째는 특허(Patent).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이다.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

2007년이 총론이라면 2011년은 4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각론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삼성그룹에서 그렇게 실행계획을 짜겠죠(^^).  다른 것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S급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환경, 소프트웨어 인력을 육셩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 점입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지난 4년동안 S급 인재들을 뽑았지만 성장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천재로 들어왔지만 둔재가 되어버린 격입니다.

여기서 다시금 지난 번에 쓴 포식자조직과 창조성에서 강조한 임파원먼트와 조직문화가 떠오릅니다. 앞서 소개한 이현정씨의 글도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조직문화가 과연 바뀔 수 있을까요?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말한 것처럼 삼성을 제조업체중 가장 큰 스타트업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여전히 포식자 조직으로 남을지 궁금해집니다.

3.
 자본시장법을 말할 때 흔히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자고 합니다. 사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자고 해야 합니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말한 분이 있습니다. 재경부 장관을 하였고 지금은 산업은행 금융지주회사 회장인 강만수씨입니다. 강만수씨가 들고 나온 경영전략이 메가뱅크론입니다. ‘덩치를 키워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만들자”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을 달라고 했습니다.  스티브잡스 vs 이건희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vs 강만수를 비교하면 솔직히 더 큰 차이를 느낍니다. 탄식이 나옵니다.

“아!  우리나라 금융산업 리더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창조경영을 말할 때 삼성은 과거 1등 기업을 모방해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전략에서 탈피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고 했습니다. 전자나 자동차와 같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문은 의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증권산업은 아닙니다. Slow follower에서 Fast follower라도 되어야 합니다. 솔직히 그게 현실입니다.

2011년 창조경영론은 STP경영입니다. Soft Technoloy, Talent, Patent입니다. 사실 STP는 금융산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Straight Through Processing를 뜻합니다. 이제 새롭게 발전하여야 하는 증권산업도 이건희회장이 말한 STP경영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Fast Follower라도 되기 위하여 필요합니다.

Soft Technology는 말 그대로 금융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금융공학기술, 설계된 금융상품을 서비스로 창조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테일이나 법인영업을 잘하는 영업능력이 뛰어난 인재보다는 새로운 가치 혹은 기존 상품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Talent)을 가진 인재가 필요합니다. 덧붙여 특허는 점점 중요해집니다. 삼성증권의 미러링어카운트가 한 예입니다. 월스트리트도 알고리즘이나 위험관리부문 혹은 프라이싱영역에서 특허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희회장의 STP경영은 증권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시 삼성전자가 해결하여야 문제가 증권산업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포식자적 조직문화을 어떻게 창조적 조직문화으로 변화하도록 하여 STP경영이 실적으로 이어지도록 할까?”

목표도 있고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 리더는 어떤 모습으로 이끌어야 할까요? 김제동씨가 재미있는 분석을 했습니다. 인기있는 네명의 MC인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신동엽의 진행 방식을 ‘안경 벗기기’로 분석한 이야기입니다.

‘폭풍형’ 강호동.엄청난 에네지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강력한 바람이 확 불게 해 나도 모르게 안경을 벗고 ‘생얼’을 공개하고 있다. 갖은 이유를 동원해 결국 벗기는 스타일

‘솔선수범형’ 유재석 “아무 말 없이 자기가 먼저 안경을 벗는다. 그러면 주위 사람이 안 벗을 수 없다”

 ‘모기형’ 신동엽.”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앵앵거리다. 항상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략하고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허를 찌른다”

‘강압형’ 이경규.”이경규씨 경우는 지위, 나이를 이용해 벗어!하면 벗어야 한다.딱 한마디면 된다. 발로 차며 ‘벗어’라고 한다. 그래도 안 통하면 육탄전으로 직접 안경을 벗긴다”

 안철수씨와 박경철씨가 TV에 나와 21세기 요구하는 리더십을 이야기했습니다.

안철수는 “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굉장히 외향적이고 성격이고 목소리도 큰 사람이 어떤 위치에 오른다. 21세기에는 바뀌어 있다. 일반 대중이 리더를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는다. 저 사람이 과연 내가 따라갈만한 사람인가를 판단해서 따라간다. 리더십은 일반 대중이 리더에게 주는거다”고 설명했다.

박경철은 “공감과 연대, 수직이 아닌 수평, 직렬이 아닌 병렬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리더십의 주인이 될 수 있다”

 Pixar의 “Empower your creatives”가 다시금 떠오릅니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위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임파워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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