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인이 된 후 가장 많은 경조사는 결혼입니다. 이런저런 관계로 얽힌 분들이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옵니다. 그렇게 이삼대를 보내고 나면 곳곳에서 2세를 보았다는 소식이 날아듭니다. 얼마 후 “백일잔치, 돌잔치에 오라”는 문자가 휴대폰을 장식합니다. 탄생의 기쁨이 있으면 떠남의 슬픔도 있습니다. 또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커가면 의례것 “어느 대학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송년회나 신년회의 단골메뉴입니다.
여기까지 지난 세월 많이 겪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전혀 새로운 일을 경험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지인 – 선후배중 자제가 결혼을 하였습니다. 대학동아리 선배입니다. 학번상으로 3년위입니다. 두 주전 동아리 모임에서 청첩장을 받았을 때 기분이 묘하더군요. 저는 딸만 둘이라 큰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지꿋은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형님!이제 할아버지가 되는 기분이 어떻세요?”
언제일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될 수 있는데 담담하신 듯 합니다. 그래도 만감이 교차하신 듯 하네요. 결혼식 날. 동아리 선배들이 많이 참석하였네요. 저도 어디 가면 나이든 축에 들어가는데 그 날은 막내였습니다. 음식 나르고 선배들 뒷치닥거리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즐겁네요. 앞에 있지 않고 뒤에 있다는 편안함입니다.
2.
결혼식이 있었던 날 오후, 큰 딸이 참여하고 있는 리코더합주단의 정기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중학때 처음 시작하여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정기발표회지만 고등학생 단원이 별로 없네요. 리코더를 전공으로 하지 않는 한, 대학입시와 별로 관계없는 리코더를 할 이유가 없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큰 딸은 하고 싶어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절대로 막지 않습니다. 꼬박꼬박 연습에 참가하지 않지만 잊지는 않습니다.
어제 발표회는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있었습니다. 합주, 독주. 우리 가곡,서양의 고전 및 현대작품등으로 채워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큰 딸은 전체 합주를 제외하면 텔레만앙상블로 세 곡을 합주하였습니다. 그중 모짜르트의 유명한 작품입니다.
독주자들은 대부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반에 다니거나 합격한 학생들입니다. 비발디의 작품뿐 아니라 현대 작곡가의 곡도 연주하였습니다. 현대곡은 소프라노와 알토 리코도를 한번에 불거나 공명을 이용하지 않고 입으로 내뿜는 공기자체의 소리를 이용합니다.
세월이 흐르더라도 리코더라는 악기가 큰 딸의 인생과 함께 할 듯 합니다. 같은 날 서울여성플라자에 열리고 있던 김점선,정경자 화가의 판화전시를 구경하였습니다. 여백이 느껴지고 맑은 느낌의 색을 사용한 편안한 그림들이었습니다.
3.
지금은 함께 하고 있는 딸들이 언제간 곁을 떠나겠죠?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하지만 어느 때부터 공간도 달리 하고 또 어느 때엔 시간도 달리 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오겠죠?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가 짊어진 운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