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ncy경쟁이 오늘의 일일까?

1.
Low Latency라는 말이 점점 더 많이 증권산업에 회자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던 ELW관련 압수수색도 시작은 Low Latency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아마 증권산업에 준 충격은 미국 Flash Crash에 버금가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주말부터 몇 일 계속 만나는 사람들과 ‘ELW 압수수색’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수사결과가 어떻게 발표하든 금감위, 금감원 그리고 한국거래소는 검찰이 치고나온 사건을 뒷수습을 하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Low Latency라는 화두가 최근 몇 년사이의 일일까요?

95년 처음으로 HTS를 개발할 때 속도는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윈도우환경에 맞는 멋있는 트레이딩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면 되었습니다. 97년도 HTS를 개발할 때는 서버의 안정성이었습니다. 97년 IMF사태이후 주춤거리던 증권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온라인고객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하였기때문입니다.

98년 HTS를 개발할 때 처음으로 속도와 편리성이라는 화두를 받았습니다. 이 때 미국온라인증권사 화면을 참고하여 설계했던 화면이 종합화면이었습니다. 관심종목과 주문창을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하여 시세조회 및 주문입력을 빠르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때 반응속도는 빠르면 3~4초였습니다. 보통 HTS와 같은 주문은 Point And Click방식입니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1초미만의 반응속도를 요구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이 때부터 HTS를 개발하지 못했기때문에 정확하지 않습니다. 또 얼마후 빠른 주문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클릭을 한번만 하여 주문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흔히 이런 진화를 주문속도개선이라고 합니다. RFP를 보면 대략 이런 말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더가 보면  주문속도나 Latency나 같은 의미입니다.  이미 전자적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트레이더는 속도=Latency에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HTS도 역시 Latency를 줄이기 위한 지난한 걸음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98년 HTS가 대중화된 이후  증권사는 HTS 콘텐츠뿐 아니라 속도를 둘러싼 Latency 경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트레이더는 Latency를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요구하는 Latency가 몇 초범위이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
아주 작게 잡아도 1초이내의 Latency를 놓고 경쟁하던 증권사는 새로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KRX가 차세대인 Exture를 개통하였기때문입니다.  이때 나온 자료를 보면 체결반응속도가 0.05초로 이전보다 70배가 향상되었습니다.  이제 50 밀리초를 전후한 범위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변화된 속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역시나 외국계 트레이더입니다. 선물를 통하여 DMA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둘씩 이슈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코스콤의 파워베이스를 이용하는 금융투자사들의 LAN접속입니다. 이 때 쟁점이 되었던 숫자는 4밀리초입니다. 즉, LAN접속을 하던 4개사의 선물옵션 매매주문 체결속도가 0.012초로, 0.016초인 다른 증권사·선물사에 비해 0.004초 빨랐기때문입니다. 이때가 2009년 입니다.  또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증권사의 FEP을 다시 여의도로 옮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역시 앞의 사례처럼 한자릿수 밀리초를 둔 다툼입니다.

초단위의 경쟁이 두자리를 넘어 한자리수 밀리초 경쟁으로 진화하였습니다.

KRX의 매매체결속도는 매매형태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HTS를 이용한 Point & Click 방식의 매매가 DMA와 자동매매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8년이후 증권사 영업실적 보고서를 보면 국제영업부문을 중심으로 DMA전략이 등장합니다. 바로 외국계 트레이더가 증권사에  DMA매매를 요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외국계의 변화는 국내트레이더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속도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같은 길을 가야 했습니다. 국내 DMA 트레이더들이 등장하고 거래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API를 이용한 자동매매로 전환합니다. 모든 변화는 Latency를 줄이고 속도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입니다.

3.
쩐의 전쟁. 돈을 둘러싼 경쟁은 항상 제도와 규정을 넘어서서 나아갑니다. 돈을 향한 욕망이 제도보다 앞섭니다. DMA매매는 더 빠른 속도, 더 낮은 레이턴시(=Low Latency)를 요구합니다. 전용FEP서비스를 제공하고 코로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어떤 경우엔 FEP프로세스와 전략실행프로세스를 같은 장비에서 Domain Socket으로 연결합니다. 위험관리는  최소화하거나 생략합니다.  특정한 고객을 위하여 너 비싼 가격의 장비를 들여서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드디어 Latency경쟁은 밀리초를 넘어서서 마이크로초로 다가갑니다. ELW DMA트레이더는 거래소구간을 제외한 구간에서 낮은 두자리수의 마이크로초에 도달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미국 Naked Access입니다.  Flash Crash보고서를 작성한 SEC-CFTC의 공동보고서도 Sponsored Access가 Naked Access로 변질된 점을 원인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속도를 위한 무한 경쟁이 다양한 예외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시장이 무너졌다는 시각입니다.

Latency를 둘러싼 경쟁은 이렇게 진전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제도와 규정은 여전히 Before-Exture에 놓여져 있습니다.

주문속도가 초 혹은 높은 밀리초단위일 경우 주문을 접수하는 시간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역전이라는 현상도 민감하지 않고 정체되지만 않으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경쟁입니다. 남 보다 내 주문을 몇 마이크로초수준에서 빨리 접수시키길 바랍니다.  트레이더의 요구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감독규정도 그렇고 거래소도 그렇고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Exture는 밀리초단위로 주문을 식별합니다. 마이크로초단위로 차이가 있는 주문은 Exture가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냥 같은 밀리초의 주문입니다. 마이크로초로 바라보면 주문역전이 당연히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밀리초로 바라보기때문에 주문역전은 없습니다. 그저 거래소FEP가 내주문을 빨리 처리해서 매매체결시스템에 보내길 바랄 뿐입니다.트레이딩시스템이 마이크로초단위로 경쟁하면 당연히 매매체결시스템도 마이크로초단위로 식별하여 체결하여야 하지않을까요? Before-Exture시절 유닉스가 Timestamp하던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접속과 관련된 감독규정은 2009년 삼성증권의  문제제기이후 “공중전화망을 통하여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자본시장법 제36조를 변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DMA와 비DMA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는 시간우선의 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거래소는 시간우선의 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DMA가 없을 때는 이무런 이슈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DMA가 확대되면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4.
이와 관련하여 해외거래소들이 최근 동향을 유념해서 봐야 합니다.

NYSE,BATS,EUREX,SGX등 유력 거래소들이 Timestamp와 관련된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초단위를 기본으로 하여 Timestamping을 하고 있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트레이더나 고객들이 접속하여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속도에 민감한 트레이더가 속도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Latency Tranparency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ELW DMA 수사가 어떤 결론이 나든간에 감독기관에 주어진 과제는 Latency Tranparency라고 생각합니다. 밀리초로 주문을 바라보는 한 투명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시간우선의 원칙을 DMA환경하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규정하지 않는 한 역시 투명성은 없습니다.  시장참여자의 필요에 의해 자유에 맡기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어야 합니다.

신의성실의 의무는 공정한 경쟁을 위함입니다. 무엇이 공정한 경쟁인지, 감독당국이 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5.
DMA라는 말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습니다.DMA를 어떻게 정의하여야 할까요? 우선 국제증권감독기구는 다음과 같이 DMA를 정의합니다.

“ DMA  as ‘Direct Electronic Access’, which it defines as the process by which people transmit orders on their own (i.e. without any handling or re-entry by another person) directly into the market’s trade matching system for execution.

이상의 정의를 놓고 보면 한국의 모든 트레이딩은 DMA입니다. 그런데 증권사 영업은 DMA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어떤 증권사 영문 영업자료를 보면 우리가 DMA라고 이야기하는 서비스를 Sponsored Access라로 합니다. 맞습니다. 외국사례를 놓고 이야기하면 한국의 DMA는 외국의 Sponsored Access와 비슷합니다. 단, 거래소의 코로케이션서비스가 아니라 증권사의 코로케이션서비스라는 점만 빼면.

따라서 위에서 사용한 DMA는 Sponsored Accesss입니다. 별도의 중개없이 FEP에 직접 접속하여 주문을 내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DMA는 이런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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