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가는 길, 생존

1.
후배가 페북에 남긴 글을 보았습니다. 2003년 도곡동 대로변에 사무실이 있을 때 옆사무실을 사용했던 회사 소식이었습니다. 이름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 약칭 소만사라고 합니다.

2003년과 4년사이에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본 기억만 남아 있어서 동영상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매출 100억 달성’

축하할 일입니다. 보안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한 길을 걸어서, 수많은 수련을 견디고 이겨내고 달성한 목표라 더욱더 뜻 깊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동영상을 보면서 찹찹했습니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시작했지만 약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서  어떤 회사는 시장에서 뚜렷히 자리를 잡고 있고 저는 다시금 스타트업을 하고 있기때문입니다.  “배가 아플 정도는 아니더라도”(^^) 성공한 모습을 보고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하면  성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2.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영업을 위해 고객사도 방문하고 관련업체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생각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어떤 차이가 10년이 지난 후 현재 다른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가?”

전문적인 연구를 할 것도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인터뷰를 할 수도 없고 그냥 단상만 스쳐지나 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은 비즈니스모델입니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인터넷때문에 곳곳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프로젝트는 나오고 사람은 없고 프로젝트 하나를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대부분 SI라는 이름으로 솔류션과 인력파견개발을 병행하는 모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회사들중 안정적인 회사를 보면  라이센스비용이든 월 유지보수료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존 혹은 발전전략으로 지속적인 수입창출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회사를 만들고 A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B도 만들었습니다. A는 월 몇십 혹은 백단위정도 수입이 들어옵니다. 처음에 껌값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해, 두해 시간을 흘러서 고객이 쌓이다 보니 어떤 회사는 월 몇 천, 어떤 회사는 월 몇 억의 고정수입이 들어옵니다. 쉽게 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10년이었습니다.

아는 사장님은 말합니다.

“10년동안 겪었던 그 고생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느냐!”

결과를 놓고 보면 단순하지만 한달,두달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대부분 자금문제였고 인사문제도 있었을 겁니다. 부침도 거듭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겨내고 생존하였습니다.

3.
수도 없이 반추하였던 지난 10년을 다시금 되돌아 봅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처절한 생존의식입니다. 아내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은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를 받아 사업을 했기때문에 알게 모르게 의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자립했다고 하지만 무의식엔 누군가에 기대려고 해”

아마 맞을 듯 합니다. 92년 노동운동의 과학화라고 하면서 바른정보를 만들었을 때도, 넥스트웨어를 설립하고 1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할 때도, 자금운용이 어려울 때 손을 벌린 곳도 가족이었습니다.

“가다 보면 누군가 해결해주겠지.”

뭐 이런 생각이 잠재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어 회사의 생존보다는 회사의 미래만을 고민했습니다.현재와 현재와 현재가 모여서 미래인데 현재가 없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빨리 회사를 성장시키고 성공을 하여야 하는 조급함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10년이고 100년이고 긴 시간을 호흡하며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한 두해사이에 승부를 보려고 무리를 했습니다.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한나라 말기 동탁을 몰아내기 위하여 원소를 맹주로 거병을 합니다. 위기를 느낀 동탁은 낙양에 불을 지르고 장안으로 천도를 합니다. 동탁을 쫓아가자는 조조와 이를 반대하는 원소.  결국 조조는 혼자 동탁을 쫓아갑니다. 결국 목숨만 건지는 패배를 당합니다. 조급함입니다.유표와 손견의 싸움에 손견이 죽임을 당하는 것도 역시 조급함입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 한두해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10년이고 20년이고 길고 긴 승부입니다. 한번의 전투에서 이겼다고 다음 전투에 이기란 법은 없습니다. 회사를 일으켰으면 길고 긴 승부의 세계로 뛰어든 것인데 급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를 잊었습니다.

4.
다시금 스타트업을 하면서 타고난 본성이 밑에서 꿈틀거림을 느낍니다. 지금도 급한 성격이 사업에 여유를 가지못하도록 합니다.긴 승부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만 긴 승부를 하여야 합니다. 길고 긴 시간 싸울 수 있도록(?) 병참도 챙기고 기반도 닦아야 합니다.

본성에 거스리는 경영.제가 해야 합니다.

2 Comments

  1. dolppi

    아.. 소만사가 아직 살아남아있군요.. 저도 직장생활을 벤쳐에서 시작했다보니 그시절 고만고만했던 회사들의 소식이 가끔 궁금해지곤 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두군데 회사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나는 부도나서 완전 없어졌고, 다른 하나는 계속 주인이 바뀌더니 그냥 다른 회사로 합병됐죠. 사업은 참… 쉽지않아보입니다.

    그래도. 제가 이제껏 직장생활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건 모두 처음 회사에서 배웠습니다. 지식 보다는 자세를 배웠고, 그건 당시 CEO가 열정적으로 불어넣어 주었던 것들입니다. 열정적인 리더는 말단 직원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치죠.. 어느 누군가는 상무님께 큰 인생의 빚을 지고 있을 거에요. ^^

    세상에 대한 제 “촉”이 뭐 그닥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요즘은 변동성이 아주 큰 세상인 것 같습니다. 금융권도 많이 변하겠지요. 뿔뿔이 흩어져있는 우수한 IT 인력들이 그대로 사그라들지만은 않을 거라는 희망도 가져보구요. 이집트에서 목도하는 것처럼 밑바닥의 반란도 있을거라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상무님이 guru인건 아시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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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글을 보니까 딱 저를 기분좋게 하려는 뜻이 느껴지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은 일은 좋을 일이고 왜 달랐는지는 내가 항상 배우고 고쳐야 하는 일이라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자극이죠. 긍정적 자극.

      한우물을 파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도 주고. 정말 축하할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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