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따라하기’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큰 손들의 뒤를 쫓아 매매하는 투자유형입니다. 재야고수라고 하는 분들이 제공하는 ‘장중리딩’에 따라 매매하는 것도 ‘따라하기’입니다. ‘따라하기’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가량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세력중 하나인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하면 매도를 하고, 매도를 하면 매수를 하는 매매전략도 ‘따라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의 시작은 외국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따라하기’는 자본시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아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투자가 있으면 항상 같이 있었던 모습입니다. 아마도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따라하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07년 미래에셋이 압도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때입니다. 2007년 11월 기사입니다.
증권가에 ‘미래에셋 따라하기’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펀드매니저들도 ‘미래가 뭘 샀을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주식형펀드 수탁액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육박한다.
“따라하면 돈 법니다”=증권 전문 사이트나 일반 인터넷 포털 재테크 사이트에는 최근 ‘미래에셋 따라하기’류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정보를 알려드립니다(네이버)’ ‘실패를 줄이는 전략-미래에셋 따라하기(다음)’ ‘미래에셋이 꾸준히 순매수하는 종목 리스트(팍스넷)’ 같은 글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장 중에 ‘미래에셋이 ○○주식을 샀다’는 메신저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흐름이 미래에 집중되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래 따라하기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에 미래에셋 따라하기 바람중에서
같은 기사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 때 ‘따라하기’는 신뢰성이 있는 정보는 몇 개월의 시차가 있고 시차가 없는 정보는 소문에 근건한 투자였습니다.
문제는 정보의 신빙성이다. 합법적으로 미래에셋의 운용 전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5% 이상 지분을 매입했을 때 1개월 안에 금융감독원에 내야 하는 공시와 3개월마다 한 번씩 발행되는 운용보고서가 그것이다. 다른 것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소문 수준이다.
아마 ‘장중 리딩’이라는 실시간 매매타이밍서비스가 시장에 관심을 받은 때도 이때가 아닐까 합니다.
2.
이제는 너무나 보편화된 ‘장중 리딩’.
그렇지만 2010년을 ‘따라하기’를 이끈 주역(?)은 자문형 랩입니다.2010년 8월 기사입니다.
대다수 자문형 랩이 일반 펀드나 직접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문형 랩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일 한 국내 증권사의 강남지역 지점 직원은 “주식 투자자금의 일부를 자문형 랩에 투자한 고객들에게서 나머지 여윳돈으로 자문형 랩 계좌의 매매내역과 똑같이 투자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자문사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고객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문형 랩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의 투자는 연 3% 안팎인 자문형 랩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소 가입금액(3,000만원~5,000만원)만 내고 자문형 랩에 가입하기만 하면 투자자문사의 주식거래 내역을 자신의 계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인들 ‘자문형 랩 따라’ 열기중에서
‘따라하기’는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따라하기’를 작전으로 이해하는 시각입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9일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자문사 따라하기’ 투자가 성행하는 것은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문형 랩 등 투자일임계좌의 매매 내역을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공개 기간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2주 정도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문형랩종목 실시간 공개하지 않는다중에서
그렇지만 이전 글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감독당국은 ‘자율적인 공개’를 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공개시점을 실시간에서 다음날로 늦추고 있습니다.
4일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은 자문형랩 계좌의 거래내역 공개시점을 각각 1일과 3일 뒤에 공개하고 있다. 자문형랩의 투자 종목이 공개되고 나서 투자자들이 이를 따라하다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예컨대 A라는 투자자가 1억원을 투자한 자문형랩의 거래내역이 실시간으로 계좌에 공개되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오면 다른 계좌에 있는 2억원으로 매매 주문을 내는 따라 하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문형랩에서 편입한 특정 종목들이 ‘자문사 7공주’로 불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지난해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창의투자자문의 자문형랩도 곧바로 포트폴리오가 공개돼 ‘따라하기’가 이뤄졌었다. 하지만 랩어카운트가 편입한 종목을 투자자들이 쫓아서 매매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급등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시에는 시장 평균 이상으로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의 자문형랩 따라 하기로 부작용이 나타나 거래 공개시점을 실시간에서 다음날 공개로 바꿨다”며 “이젠 실시간 따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 따라기 힘들어진다중에서
3.
‘띠라하기’는 시대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이렇게 오래된 흐름인 ‘따라하기’를 관통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 시장에서 검증된 – 세력이든 수익률이든 – 포트폴리오는 다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투자자들은 매매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보길 원한다.
저는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선물이나 옵션 혹은 ELW와 같은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속도(Latency)를 추구하는 것과 다른 흐름입니다. 아마도 ‘소셜트레이딩’이 등장하고 확산되는 배경은 투자자의 이런 요구가 있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새로운 것처럼? 열광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랜된 것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라는 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문사 및 증권사들이 ‘소셜트레이딩’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셜트레이딩’이라는 말이 회자한지도 반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무얼까? 감독당국의 규제? 그렇지만 조건은 누구나 동일합니다. 성공하려면 규제를 뚫고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어제 읽은 기사중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미투(me too)’ 전략으로도 따라올 수 없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올해 소원입니다. “
박재욱 신한카드 상품 R&D센터 차장의 말입니다. 경쟁에서 이기 위해 필요한 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