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두 얼굴

1.
지금 살고 있는 과천과 인연은 84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84년 봄 ?대학때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과 서울대공원으로 놀러왔던 때입니다. 그 때 허허벌판이었습니다. 다시 세월이 흘러 90년대 초반 신혼 살림을 대림동에서 할 때 어느 날 좋은 봄날 관악산 등반을 하고 과천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보니 동네가 너무 멋졌습니다. 낮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햇빛도 잘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곳에서 살면 참 좋겠다…..”

말이 씨앗이 되었을까요? 95년쯤 부모님과 함께 과천으로 이사와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천하면 대부분 아파트를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중앙동, 부림동, 문원동은 단독주택단지입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지만 다가구 주택입니다. 과천에 살지 않으면 모르는 진실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가구라고 하지만 집을 처음 지었던 분들마다 다른 가구수로 지었습니다. ?어느 주택에 몇가구가 사는지 알려면 도시가스 계량기가 몇 대인지를 보면 됩니다.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작으면 3가구, 많으면 10가구가 넘습니다.

과천의 지하는 다가구 주택 반지하방에 세 들어사는 세입자들입니다. 과천은 전국에서 반지하거주자 비율이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계획상 3층이상은 건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집주인은 ?반지하방을 많이 만들어 임대소득을 올리려고 합니다. ?낮은 가격으로라도 서울근처에 살아야 하는 세입자의 이해가 맞물립니다.

겉으로 보면 살기좋은 거주지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지하라는 어두운 공간이 있습니다.

2.
지난 토요일 가벼운 등산을 하였습니다. 저녁에 대학 동아리 동기와 송년회가 있어 가볍게 우면산을 향했습니다. 사당과 과천을 연결하는 도로가 나기 이전 남태령 옛길이 있습니다. 남태령 옛길을 따라 선바위로 나오는 길입니다.

사당에서 남태령 넘어 오다 왼쪽으로 있는 마을이 양지마을입니다. 햇빛이 아주 따뜻히 잘 들어 양지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남태령 옛길은 맨 발로 걸어도 될 정도를 황토흙길입니다. 제주 올레길이니 지리산둘레길에 비할 바 아니지만 ?가볍게 산을 타면서도 산책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지난 여름 푹풍 후유증으로 뿌리채 뽑힌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였습니다.

선바위로 나와서 다시 우면산을 타려고 안골을 지나 뒷골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별천지더군요. 과천에 같은 단독이라고 하더라도 성북동 북한산자락의 단독같은 단지가 몇 곳 있습니다. 청계산 밑자락 사그막골에 자리잡은 장군마을. 과천성당 옆 관악산자락에 자리잡은 장군마을. 갈현동 통신부대가 있는 곳. 넓은 대지에 새로운 지은 주택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뒷골은 같은 듯 달랐습니다. 자료를 보니 2002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지난 몇 년사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지가 보통 몇 백평입니다. 건물도 각자 특색있게 지었습니다. 그린벨트가 다 해제되지 않았을텐데 점점 우면산 위로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3.
과천은 농촌도시입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농업, 특히 원예에 종사합니다. 과천에서 양재로 나가는 길가에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예전에 원예단지였고 비닐하우스집이 즐비했던 곳입니다. 아직도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지하방 10평과 타운하우스100평. 비교체험 극과 극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같은 도시에 서로 다른 삶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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