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행하기

1.
Paulo Coelho의 블로그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10초면 읽을 수 있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글을 올립니다. 10 Sec Read라는 제목입니다. 아주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글입니다.

이번 주는 노점카페에 앉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주인공입니다.

Jean was out walking with his grandfather in Paris.
At one point, they saw a shoemaker being insulted by a customer who claimed that there was something wrong with his shoes.
The shoemaker calmly listened to his complaints, apologised and promised to make good the mistake.

Jean and his grandfather stopped to have a coffee.
At the next table, the waiter asked a man if he would mind moving his chair slightly so that he could get by. The man erupted in a torrent of abuse and refused to move.

‘Never forget what you have seen,’ said Jean’s grandfather.
‘The shoemaker accepted the customer’s complaint, while this man next to us did not want to move.

‘People who perform some useful task are not bothered if they hear some critics to their work, but people who do no useful work at all always think themselves very important and hide their incompetence behind their authority.’

2.
이 글을 보면서 경청(傾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傾聽 兼聽 偏聽

“어떻게 듣느냐”도 중요하지만 “듣고 어떻게 행하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듣는다”는 행위는 무언가를 행하기 위함입니다. 듣고도 행하지 않으면 결국 불통과 다름아닙니다.이럴 때 생각나는 글귀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해 다 알고 있는 글입니다.

良藥苦於口
忠言逆於耳
諫言逆於耳
金言逆於耳

한번 출처를 알아볼까요? 먼저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편(篇)에 나온 내용입니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혼란과 분열 속에서 중국(中國)을 통일하고 진(秦)나라를 세운 후 스스로 황제(皇帝)라 칭한 영정(영政)이 죽자 시황제(始皇帝)의 폭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수 많은 이들이 도처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세력을 규합, 진제국(秦帝國)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진제국은 진나라 타도를 내세운 반란군들에 의해 시황제 사후 4년 만에 멸망하고 마는데 진제국을 멸망시킨 영웅호걸 중 유명한 두 사람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2대 황제 원년(元年:B.C. 209)에 군사를 일으킨 뒤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 훗날의 한고조)과 초(楚)나라의 항우(項羽)다.

서로 자웅을 겨루며 천하를 호령하던 두 사람은 무도한 진제국을 멸한다는 대의를 위해 서로 협력하여 진(秦)나라에 대항해 싸우게 되는데 진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진의 도읍이었던 셴양(咸陽(함양))을 향해 진격하던 이 둘 중 먼저 셴양(咸陽(함양))을 점령하고 입성한 사람은 유방(劉邦)이었다.

항우(項羽)에 앞서 역전(歷戰) 3년(B.C. 206)에 셴양(咸陽(함양))을 점령한 유방(劉邦)은 먼저 3대 황제인 자영(子孀)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뒤 바로 진시황의 내궁이었던 아방궁(阿房宮)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더 더구나 전장의 고달픔과 고초에 시들어 있던 유방은 휘황찬란한 아방궁의 위용과 그 안 가득 쌓인 보물에 매료되고 아리따운 궁녀들에 현혹된 채 그만 넋이 나가 앞으로 항웅와 벌일 싸움이나 전투는 생각지도 않고 전장의 일은 모두 잠시 멈춘 뒤 그냥 그대로 궁 안에 머물러 주흥에 빠져들게 된다.

이 때 그의 강직한 용장 번쾌(樊 )가 유방에게 말하길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으니 지금부터가 대업을 이룰 큰 시기이니 부디 왕궁을 떠나 다른 적당한 곳에 진을 치십시오’라고 충고하게 된다. 하지만 유방은 번쾌의 충정어린 진언을 듣지 않고 여전히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자 이를 본 책사 장량(張良)이 다시 유방에게 가 ‘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폭정을 해서 천하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전하와 소신이 이처럼 왕궁을 드실 수 있는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 잔적(殘敵)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입정하시자 화려한 아방궁(阿房宮)의 재보와 미색(美色)에 현혹되어 포악한 진왕 (秦王)의 음락(淫樂)을 배우려 하신다면 이는 곧 하나라의 걸왕이나 은나라의 주왕과 같은 악왕(惡王)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於耳利於行], 독약(양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而利於病]’고 하였나이다. 부디 번쾌 의 진언을 가납(嘉納:권하는 말을 기꺼이 들음)하시오소서.’라 간하며 앞으로의 일에 대비해 진용을 갖추고 전투에 대비하길 간절히 요청하게 된다.

장량의 충정을 헤아린 유방은 크게 깨닫고 아방궁에서 물러나 진영을 함양 인근 전략적 요충지인 패상(覇上)으로 옮겨 군대를 정비하게 되는데 이 일로 유방은 진정 진나라의 폭정에 신음하는 백성을 위해 군대를 일으킨 사심없는 자라는 소문이 나며 민심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3.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편(篇)에 나온 내용입니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길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곧은 말을 하는 충신이 있었기에 번창했고,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무조건 따르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멸망했다. 임금에게 다투는 신하가 없고, 아버지에게 다투는 아들이 없고, 형에게 다투는 동생이 없고, 선비에게 다투는 친구가 없다면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고로 말하길, 임금이 잘못을 저지르면 신하가 간(諫)해야 하고,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르면 아들이 간(諫)해야 하고, 형이 잘못을 저지르면 동생이 간(諫)해야 하고,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친구가 간(諫)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나라에 위태하고 망하는 징조가 없고, 집안에 패란(悖亂)의 악행도 없고, 부자와 형제에 잘못이 없고, 친구와의 사귐도 끊임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듣고 사리판단을 하여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다른 행동을 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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