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여의도에서 일하면 횟집에서 모임을 자주 합니다. 횟집중 회보다 덤(つきだし)로 승부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노량진이 그립습니다. 예전엔 여의도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은 가깝습니다만 택시로 가야 했습니다. 9호선이 뚫리면서 전철로 5분이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랜 전부터 지금까지 일로 얽혀온 분입니다. 최근 계약때문에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노량진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광어와 우럭중 싼 값으로 광어를 선택하고 음심점으로 이동. 한잔 먹고 한 입.두잔 먹고 한 입.슬슬 본론을 이야기했습니다.
후배가 말하더군요.
“사장님하고 협력하기로 했으므로 사업을 공유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2.
예전이면 그냥 넘어갈 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공유’라는 말처럼 공허한 말이 없더군요. 공유 즉 ‘함께 한다’는 말입니다. 뜻을 모을 때나 의기투합할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렇지만 뜻만 모으고 의기투합한다고 사업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오고가는 현금이 중요합니다.
몇 달전 아는 분에게 돈을 벌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진행과정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번.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릅니다. 수주를 해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수료를 어떻게 할지 말이 없네요. 그냥 ‘공유’라는 말은 있었지만 ‘몇대몇’으로 할지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후배가 한 말을 들으면서 같은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공유라는 말은 무의미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대 몇으로 나누느냐다. 사람들이 갈등하고 싸우는 이유도 공유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는 얼마 나는 얼마’를 놓고 다투기때문이다.”
3.
사업을 하다 보면 무수히 느낍니다.
“좋은게 좋은 건 이익이 배제된 관계뿐이다”
이익을 배제하고 만날 수 있는 관계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족,친구들. 사회에서 만나는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해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들입니다.
“좋은게 좋은 건 아니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게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것은 숫자입니다.
현재 아이스트를 하면서 파트너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첫 파트너와 사업방향을 이야기하고 나서 바로 협의한 내용이 매출배분입니다.
몇 대 몇이냐고요? 1:1입니다.
그렇지요. 구두약속처럼 허망한게 없습니다.
인간관계와 계약관계는 다른 것인데, 계약에 대해 너무 관대하고 무지한 것이 결국은 갈등과 실패를 가져오더군요.
경영자의 능력중 간과하는 것이 성격입니다. 사실 성격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타고한 성격은 크게 바뀌지 않으니까.
다음주에 약속을 잡죠!(^^) 설명을 드릴 일도 있고~~
영화 “소셜 네크워크”를 보니까,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주커버그가 자기 친구한테 창업을 종용하면서 바로 이익분배부터 협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국애들이 어릴때부터 경제관념이 자리잡히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서 그런건지, 원래 하버드 대학생 정도면 공대라도 창업과 관련된 학습이 어느정도 되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먼저 협의하는 모습이 굉장히 Coooooool 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친구라도 확실한 선을 그어 놓는 모습이 왠지 탐탁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익’과 관련된 부분은 명확히 정해두지 않으면 결국 안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기 마련이죠.
보려고 보려고 맘 먹고 있지만 아직 못 본 영화가 월스트리트2와 소셜네트워크입니다. 주말에 볼 계획입니다. 볼 때 참고로 하겠습니다.
적은 글이 모두가 타당합니다. 다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성격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왕조를 세운 입장에서 보면 군신관계를 잘 정리하여야 오래 권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당태종이 그렇듯 조선 태종도 역시 개국공신을 칼로 정리하였습니다.
태종이 정리를 못했으면 아마도 세종이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냉정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숫자는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여야 그 의미가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