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자파를 많이 쐬는지 아니면 신진대사가 느려졌는지, 주말 이틀 땀을 푹 흘리지 않으면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어제 김장을 담근다고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면서 몸이 더 뻣뻣해졌습니다.
제가 세운 원칙대로면 아내와 함께 해야 하지만 기말고사때문에 몇 학생 보충사업을 해야 해서 혼자 길을 떠났습니다.들깨를 갈아 떡국을 끓여서 요기를 하고 어디로 갈지 구글링하였습니다.
두개 단어가 떠오릅니다. ‘육봉’ 그리고 ‘케이블’.
케이블능선은 송신소 케이블카가 다니는 능선을 말합니다. 육봉? 처음 육봉의 육이 고기 육(肉)인 줄 알았습니다. 바위와 암석이 많으면 성기를 상징하는 바위들이 많아 붙인 이름인 듯 하였습니다. 그게 아니더군요. 여섯 육(六)입니다. 여섯 봉우리를 오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해서 육봉이라는 이름을 붙여습니다.
길이 만만하지 않다군요. 3봉과 4봉은 장비가 없으면 타지 말라고 합니다. 혼자 가는 길이라 조심스러웠습니다.
2.
문원폭포입니다. 겨울이라 떨어지는 물도 부족하고 얼었습니다.
문원폭포에서 우측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약간 올라가지 육봉을 가르키는 안내판이 보이더군요. 이 때부터 모 등산회를 졸졸 따랐습니다. 오를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송신소쯤에서 찍은 육봉능선을 보면 “아!”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좌측부터 봉우리를 세면 여섯째가 육봉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이 국기봉입니다. 이름을 참 편하게 지었습니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면서 따라 올랐습니다. 처음에 그럭저럭 오르다 바위길을 하나 만났습니다.
첫번째 봉부터 장벽입니다. 헉헉 오르다 앞에 암벽이 떡 가로막고 서있는데 바위틈을 오르다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도저히 잡을 곳이 없어 앞에 가던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번째봉은 높이 더 높아 보였지만 해볼 만 했습니다.
두번째 봉을 올라 내려오는 길입니다.
이제 아침부터 걱정을 한 세번째 봉입니다. 역시나 위험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고민없이 그냥 우회로를 선택.
네번째 봉으로 가는 길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눈앞에 네번째 봉이 보입니다.
다들 올라갑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여성 한분이 뒤돌아 내려옵니다.
“왜요?”
“그냥 낭떠리지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요!”
고민없이 저도 우회로로 갔습니다. 중간에 네번째 봉이 끝나는 곳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길을 보았습니다.
뒤에 오시던 등산객이 내려오는 길을 찾지 못하고 멈춰있었습니다. 누군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래도 천천히 내려오시네요.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경력이 있어보입니다. 이럴 때 당황하면 사고가 나는데……
저 멀리 목적지인 관악산 송신소가 보입니다. 네번째 봉을 우회하고 올라야 합니다.
이제 육봉으로 지나 국기봉입니다. 지나온 길이 아찔합니다.앞으로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기봉정산이 보입니다.
드디어 국기봉입니다.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이 다행입니다.
3.
국기봉에서 송신소까지 어떤 길일지 모르지만 육봉능선보다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또 오릅니다.중간에 커다란 바위를 만났습니다. 왕관바위라고 합니다.
드디어 송신소 도착입니다. 처음 봅니다. 과천에서 멀리 보입니다만 가까이 보니 웅장하네요.
송신소앞 헬기장에서 잠시 요기를 합니다. 본당에서 오신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시는 분이 저처럼 자전거를 좋아하는데 겨울에 무리를 해서 무릎이 많이 상했다고 합니다. 사실 무릎이 찬바람을 맞으면 좋지 않습니다. 이제 내려가야할 때.
사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리 힘든 길은 아닙니다. 천천히 내려가는 길. 케이블 여섯번째 철탑에서 멋진 광경을 봤습니다. 연주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기상대, 연주암도 보입니다. 겨울이라 경내에 인적이 드믑니다.
철탑을 한번 더 지나 내려와서 연주대를 보니 화장실에 줄이 늘어섰네요.(^^)
내려오는 길, 두꺼비 한마리가 등산객을 맞이합니다. 여기서 다시 송신소를 봅니다. 아름답네요.
4.
육봉능선은 안양쪽 팔봉능선과 어울려 관악산 등반의 백미라고 합니다. 고소공포증이 없고 암벽을 잘 타면 평가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암릉을 타다 보니 몸이 많이 굳었습니다. 결국 아이폰 강화유리를 깨먹기도 했고.
그래도 좋은 길입니다.
몇 주 관악산을 오르면서 느낍니다.
“따뜻한 햇빛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대, 길을 나서라 관악산으로…..”
좋은 등산을 하셨네요.
아이폰을 깨먹었으니 우째요? 다시 하나 사셔야 하나?
건강 조심하시고..등산에 맛을 들이셨으니 …
산을 한번 가보고 뭐라 하는건 진짜로 장님이 코끼로 다리 잡기네요.
이름은 하나지만 산은 너무나 많은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겸허해 진다고 해야 할까?
좀 추워지니까 찬바람을 맞으며 나가기가 싫네요.
그래서 겨울엔 주로 등산.
조만간 송년회를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