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트워터로 올라온 글 하나를 읽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전자와 거래하지 않으렵니다.” 최근 한 부품업체 대표가 지식경제부 고위 관리에게 한 이야기다. 지경부 고위 관리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며칠 전 애플 본사에서 받은 한 통의 이메일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납품했는데 애플 본사에서 “부품을 잘 받았고 곧바로 결제계좌에 납품 대금을 넣었으니 확인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대기업에 어렵게 납품을 하더라도 물품 대금을 받기 위해 담당자를 만나려면 몇 번의 발품을 팔아야 하고 실제로 결제될 때까지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처럼 부품값 결제를 곧바로 해준다니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뻤다는 이야기다.이게 다가 아니다. 이메일 마지막 문장을 보는 순간 이 부품업체 대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최근 재료비 인상추세 등을 감안해 적정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당초 계약 단가에서 5%를 올려 입금하겠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휴대폰 부품사업에 종사했지만 한 번도 원도급업체가 단가를 알아서 올려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는 전언이다. 애플 본사에서 온 메일 한 통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와 거래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 결정적인 단초가 된 셈이다.
[클릭 현장에서] 갈 길 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중에서
2.
제조업과 소프트웨어개발업은 차이가 있습니다만 갑과 을사이의 계약관계는 큰 차이가 없을 듯 합니다. IT서비스의 경우 납품을 위한 개발기간이 길기 때문에 선급금, 중도금, 잔금으로 대금을 지불합니다.
선급금은 말 그대로 착수이전에 미리 받는 돈입니다. 개발에 들어가면 중도금을 받기 전까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지급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합니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선급금은 개발 착수이전에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착수하고 나서 한두달은 보통입니다.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투입한 개발자가 많으면 회사는 큰 타격을 받습니다. 현금흐름이 순식간에 막힙니다. 자금을 조달하여야 합니다. 조달비용이 발생합니다. 덧붙여 지연에 따른 손해도 발생합니다.
잔금. 참 문제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까지는 갑과 을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합니다. 허나 계약서를 작성한 순간부터 갑은 ‘상전’입니다. 3:3:4로 결제조건을 맺었다고 하면 잔금 40%는 고객의 검수확인을 받고 세금계산서를 청구한 후 받을 수 있습니다. 항상 문제는 ‘검수확인’입니다. 발주사는 항상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하는 동안 요구사항을 계속 바꿉니다. 결국 검수확인은 타협입니다.
“이것이 미진하니까 몇 명을 잔류하여 추가 개발하도록 하겠다.”
“운영상의 지원을 하기 위해 몇 달 무상으로 운영지원을 하도록 하겠다.”
이런 저런 식으로 계약외의 비용을 들여야 검수확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접수후 한달정도후에 대금을 받습니다.
3.
위의 편지가 사실이라면 애플은 위대한 기업입니다. 삼성처럼 하청업체의 이익을 빼앗아 자신의 이익으로 만들지 않고 애플은 협력업체와 함께 서로 발전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계속 경쟁력을 가지려면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은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원가절감도 한계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할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렇지만 발주사가 요건을 계속 변경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지연이 발생하고 비용이 늘어납니다. 개발자의 급여를 낮출 수도 없습니다. 결국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최소한 유지조차 힘듭니다.
“최근 재료비 인상추세 등을 감안해 적정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당초 계약 단가에서 5%를 올려 입금하겠다”
이 말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이런 회사가 생기겠지요.
우리 생애에 생겼으면 좋겠네요.
내가 그런회사를 만들고 싶은데..헐!..
퍼갑니다….
떼돈을 벌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월급 주고 월급 가지고 가고
회사를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이익만이라도 나면…
대다수 하청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생각이 아닐지..
경험이 짧습니다.
갑이 항상 갑은 아닙니다. 갑을 바라보는 또다른 Upper갑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프로세스는 맞습니다만 그런것들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갑들과,
또 갑이 원하는 만큼 을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정답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갑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것과, 을이 갑의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어느 것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결국 갑을의 입장차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뜬금없는 요청이긴 하지만 제안서를 보고 싶습니다.
제안서 내용에 대해서는 smalltalk 님의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Jaekyoon.lee@gmail.com 입니다.
smalltalk 님이 바라보는 미래와 비슷한 미래를 바라보는 아둥바둥 갑(?)입니다.
불편함이 있었다면 용서바랍니다.
갑을 악이고 을은 선이다.
이런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갑이라고 할 때 갑은 추상된 존재입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개개인이 아닙니다. 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관행속에 내재된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을…저도 그랬지만 말이 앞서고 영업이 앞선 경우 많습니다. 잘못 입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왜 을이 이래”라고 생각하면 대답이 없습니다. 선택한 것도 갑입니다. 발주사가 발주사로써의 권리와 의무를 철저히 했으면 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쓴 글중에 발주사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RFP를 몇천장씩 작성해서 제안을 받는 경우를 소개했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제안서상 한줄로 요건을 정의하는 일은 지양하여야 합니다.
하여튼 쉽지 않네요. 말씀대로 갑이라고 하여도 회사안에서 보면 또다른 갑도 있으니까…(^^)
프로젝트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좋습니다. 만남이 주는 기쁨!!!
참…말씀하신 요청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이제 40쪽정도 정리했고 앞으로 몇 일 더해야 합니다. 마무리되면 보낼께요.말씀하신 단서를 붙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