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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와 국가재정정책 이후 피케티가 방한했습니다.
방한을 맞아 한겨레신문 이경 논설위원이 칼럼을 썼습니다. 요즘 이 분의 칼럼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피케티는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추기면서, 소수에 대한 세금 강화로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피케티의 경제철학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면, 한국의 성장신화는 우리 시대에서 멈추고 말 것이다.” <21세기의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방한하기 직전에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이 발언은, 피케티에 대한 보수진영 한편의 적대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보진영이 이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했는데, 피케티가 답을 내놓았다. “보수주의자들은 내 책에 우려할 게 아니라, 불평등 자체를 우려해야 한다. 불평등을 확대시킨 건 내가 아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불평등한 현실을)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직시해야 한다.”(<한겨레> 회견) 핵심을 찌른 대꾸라고 생각한다.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44.9%?중에서
이 칼럼에 나온 행사는 보수의 경제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경제입니다. 칼럼에서 인용한 주장의 전문입니다.’피케티의 조세정책과 한국 시사성’이라는 주제발표입니다.
피케티의 주장은 한국의 자본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도움 되지 않는 경제철학임. 피케티는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치기면서, 소수에 대한 세금강화로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누구의 경제적 희생이 없이도 소수 부자들의 자본축적이 가능하다면, 이를 배 아픔 정서로 소수에 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2.
방한한 피케티가 JTBC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중에서 한국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송 : 한국의 경우를 말씀하셨는데 전 세계 경제성장률 1.5%보다 높은 약 3.5% 수준이었다. 최근 한국 일부 경제학자는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이 자본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에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한다. 이런 한국의 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피 : 한국은 경제성장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영구히 지속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한국은 꽤 부를 축적했고 일본과 서유럽의 75% 수준이라 볼 수 있는데 앞으로 5~10년만 지나면 한국은 일본·서유럽 GDP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해서 앞으로 한국에도 자본수익률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중국처럼 급성장하는 국가에서도 불평등 문제를 민주적이고 투명한 장치와 정책으로 제어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요하다면 한국도 조세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송 : 한국에서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높지만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을 앞지르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소득과 국민소득 비율인 베타의 수준이 미국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는데, 한국은 소득세가 20%이고 기업세가 28%가량 된다. 그러나 증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이 상당히 큰데.
피 : 우선 책에서 한국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 불평등 측정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도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총 세수를 GDP로 나누어 보면 30% 이하로, 이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덴마크의 경우는 50%이고 이 국가들은 생산성 역시 최고 수준이다. 한국도 바로 50%로 높여야 한다는 건 아니고 국가의 조세 정책이란 건 복합적 판단을 요하는 것이지만 한국이 만약 세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예를 들어 공교육에 투자한다면 한국처럼 사교육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에선 장기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송 : 결국 복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일부 복지학자의 주장과는 달리 복지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다.
피 : 돈을 어디에 쓰는지에 달려 있다. 교육·복지에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이 경제성장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평등주의에 입각한 토지 분배 덕분 아닌가 한다. 21세기에는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원하고 그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할 때다.
그래도 가장 흥미있는 부분은 미국 주류 경제학자를 평가한 부분입니다.
송 : 책에서 언급한 미국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같은 비판적 생각을 갖고 있나.
피 : 미국 경제학계에도 좋은 친구가 많고 그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미국 주류 경제학자들이 너무 자신만만하고(self-confident), 자기중심적(self-centered)이어서 역사학·사회학·언론학 등 사회과학의 다른 분야들이 자신들처럼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나는 이 점이 상당히 미성숙하다고 본다. 경제학자들은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경제 현안들에 대해 자신들이 아는 것이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하면서 경제 현안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만 조금씩이나마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21세기 경제의 특징은 불평등의 심화입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피케티적인 도전이 ’21세기 자본’이라면 미국 주류경제학자의 도전은 ‘새로운 경제학 원론’입니다.
The Institute for New Economic Thinking가 주도하는 작업으로 ‘The Economy‘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입하면 PDF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도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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