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두 색깔

1.
11월 하면 어떤 색깔이 떠오르나요? 저는 회색입니다. 마지막 잎새가 남은 앙상한 가지에 드리운 잿빛 하늘. 그리고 가슴속까지 스미는 찬 바람 그리고 거리에 휘날리는 낙옆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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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을 갖도록 한 영화가 한편 있습니다. ‘코드 네임 콘돌'(Three days of Condor)입니다. 스드니 폴락 감독이 로버트 레더포드와 페이 더너웨이와 같이 만든 스릴러입니다. 회색으로 가득한 사진들로 내부고발자의 외로움을 표현하였습니다. 페이 더너웨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두 사람이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Turner: Lonely pictures.
Katy: So?
Turner: You’re funny. You take pictures of empty streets and trees with no leaves on them.
Kathy: It’s winter.
Turner: Not quite winter. They look like November. Not autumn, not winter. In-between. I like them.

2.
물론 회색만은 아닙니다. 빨강, 노랑이 대표하는 가을색입니다. 그렇지만 은빛도 참 아름다운 가을이자 11월의 색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결혼의 여신’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 보면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주도 산굼부리의 억세가 바닷바람에 물결을 이루며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 아릅다웠습니다.

가족들이 같이 여행을 떠난지도 재작년입니다. 큰 딸이 고3인 2013년, 아빠의 무관심(^^)과 말없는 믿음으로 뒷바라지를 하여야 하는 때라 어디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닙니다. 현재 하는 일을 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부담감도 여유를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회사를 접은 이후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몇 년도 11월이 끝입니다.

삶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2013년 11월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2013년을 마무리하든 내년에는 같이 떠나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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