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핀테크열풍이 금융을 휩쓸고 있습니다. 잠시 변화의 흐름에서 물러나서 시간을 2014년으로 돌려보죠.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20일에 남긴 발언이 있습니다.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 때 발언입니다.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 생각하고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시무시한 말입니다. 이후 각 부처는 규제완화에 나섰습니다. 온갖 종류의 마피아를 몰아내자는 구호가 난무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수도 없이 만들었고 숨은규제찾기에 나섰습니다. 이런 결과를 담은 것이 ‘금융규제 개혁 종합대책’입니다.
이 때 많이 실망하였습니다. 대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딱이었습니다. 다시 시간을 현재로 돌리죠. 암덩어리를 대신하여 핀테크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월 15일 경제부터 합동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때 박근혜대통령이 한 발언이 현재 광풍의 시작입니다.
“핀테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데 출발이 늦었다. 핀테크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가 없는 지 미리 찾아내서 해결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를 갖춰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
금융위원회는 얼마후 아주 식상한 행사를 만들었습니다. 2014년공개, 비공개로 14번이나 진행하였던 숨은규제찾기 담회를 모아서 큰 공개행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2015 범금융 大토론회)
금융위의 브리핑 자리에서 어떤 기자는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1년전이나 지금이나 금융환경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소리없이 금융위원회의 권한을 위임하면 되는 일을 소리를 내서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감 없는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셨는데, 업계에서는 자료 보면 ´네거티브 전환´ 같은 경우는 늘 해왔던 얘기거든요. 이런 것들이 얼마나 금융위원회가 심도 있게 들을 것인지, 얼마나 많이 바꿀 것인지, 그냥 늘 대통령께서 하라고 하셨으니까 하는 행사는 아닌지, 이런 걱정이 좀 드는데요.
오마이뉴스가 전한 현장의 분위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도 읽었습니다.
금융계 인사 108명 ‘창조경제’ 지원 논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 등 봇물
범금융 대토론회 “핀테크 규제 없애달라, 검사 줄여달라”…쏟아진 요청들
수많은 말, 말, 말이 오갔지만 기억에 남고 한국 핀테크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키움증권 사장이 한 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핀테크를 하는데 있어 IT가 창조하고 금융사는 지원하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금융사는 왜 핀테크 등 IT기업 인수하면 안되는지 의문이다. IT회사가 금융업에 진출하는거 허용하려고 하면서 금융회사의 IT진출 막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주제로 금융권 ‘난상토론'”금융도 IT 할 수 있어야”..’규제완화’ 주문중에서
그리고 금융위웒장은 이렇게 화답합니다.
금융회사가 IT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를 많이 받았다.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할 생각이며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
키움증권 사장과 금융위원장이 한 말을 해석해볼까요?
먼저 “IT회사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 표현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지급결제와 관련하여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법의 개정을 검토중이라고 하였고 인터넷은행과 관련한 검토도 하겠다고 했을 뿐입니다. 현재도 IT회사는 법인 정한 진입장벽을 넘으면 금융업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키움증권입니다. 다우기술이 대주주입니다. 무슨 이유로 이 말을 했을까요? 아마도 후자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둘째 “금융회사가 IT진출하는 것을 막는다?” 솔직히 무슨 규제가 있는지 모릅니다. 다만 상식적으로 볼 때 대부분 금융회사, 금융그룹은 IT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IT회사를 인수하여 자회사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키움증권 역시 다우기술과 긴밀히 협력하여 IT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장이 할 말과 연결하면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은행도 핀테크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은행과 경쟁하여야 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이 핀테크회사를 인수하여 다른 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기 위하여 IT회사를 인수하는 형식일 듯 합니다.
대토론회를 읽은 소감입니다.
최소한 금융회사는 현재의 틀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바꾸고 싶은 것은 각 회사들이 하는 업무영역을 넓히길 바랍니다. 핀테크열품에 편승하여 영토확장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저는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IT가 금융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핀테크가 한국금융산업을 혁신하려면 무엇보다도 IT를 기반으로 금융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금융투자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발전하게 하려면 위탁매매를 하는 핀테크증권사들이 우우죽순생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경쟁을 더 크게 해야 합니다. 다른 산업에 대한 비슷한 문제의식이 담긴 기사입니다.
둘째 핀테크회사들의 투자 및 운영비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 및 IT 위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해외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White Label’입니다. 위탁을 확대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다른 예는 클라우드입니다.
물론 위의 기사에 대하여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클라우드은 업무 위탁이 아닙니다. 전산설비 위탁입니다만 전통적인 전산설비 위탁과 다릅니다. 현재의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및 전산설비 위탁에 관한 규정’을 대폭 개정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은 법속에 포함된 규제입니다. 아래 글이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규제의 특징입니다. 서로 물고 물리면서 규제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시겠지만, 규제 만들고 & 집행하는 부서가 같고 (SEC와 같이 open forum에서 논리가 만나는 대신) 비정규 채널이 계속 되는 한 변화가 쉽지 않을 겁니다.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금액과 조항을 넣어서 새로운 idea의 disruption을 막아야 하고 문제 생기면 나중에 걸어 넣을 상대방을 찾게 되면 결국 기존 사업자나 재벌에게만 기회가 돌아가게 되는 뻔한 상황이죠.
토론회에도 결국 기존 사업자와 재벌사와 그들의 대변인이 주종. 결국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져도 그들이 끼지 않으면 안되니 사업이 흐려지게 되고 결국 먹히게 되는 악순환.
금융위는 법 만들고 금감원은 감독만 하게 되는 형식으로 바뀌었으면… 검사, 판사, & 사형수까지 다 하는 상황에서는 핀텍은 피지도 못하고 텍도 없어 보입니다.
현재 준비중인 핀테크 서비스가 Disruptive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핀테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나라마다의 배경이 있을텐데 그점은 무시되는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