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데라 남아공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비슷한 삶을 살아온 대통령을 가진 남아공과 대한민국. 아주 멀고먼 나라지만 친숙합니다. 고인을 기리면서 2010년에 썼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또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명복 또한 빕니다.
1.
아이폰용 앱중에서 air video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폰은 곰플레이어나 KMPlayer 처럼 다양한 코덱을 지원하지 않고 오직 mp4만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mp4포 포맷을 변경하여 아이폰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겪습니다. 그런데 air video는 실시간으로 대부분의 동영상을 자막과 함께 변화해 줍니다. 아이폰을 소형극장으로 탈바꿈시켜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r video 서버를 PC에 설치하고 집에서 Invictus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화면의 크기가 느낌을 다르게 하더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딸들이 숙제한다고 난리라 아이폰으로 감상할 수 밖에….
소수 백인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이 붕괴되던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에게 이 때는 1945년 광복절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994년 선거에 의해 정권을 잡은 만델라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요? 수 세기동안 억눌린 흑인의 권리를 일순간 되찾아오는 방법? 흑백인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조국건설?
영화는 후자를 위해 백인들의 전유물인 럭비를 이용하는 만델라와 프랑소와 피나르가 주장으로 이끄는 남아공 럭비팀 ‘스피링복스’가 갈등하면서 조국을 하나로 만드는 뜨거운 이야기를 다룹니다.
만델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고 영감을 불어넣으며 사람들을 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로 보여진 결승전이 열리는 그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하나였습니다.
“저 소리가 들려?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봐. 이게 우리의 운명이야”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가 경기중 동료를 다독이면서 한 말처럼 남녀노소, 흑백, 빈부의 차이를 넘어 새로운 조국을 위한 함성으로 메아리쳤습니다. 아마도 92년 월드컵때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던 내 함성처럼, 아니 더 크게 더 목 놓아…
2.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3S정책이라고 있습니다. 스포츠(Sports),섹스(Sex),영화(Screen)을 이용한 대중의 정치적 성장을 무력화=우민(愚民)정책입니다. 5,6공화국시절 맹위를 떨쳤습니다.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행사를 놓고 다른 평가도 존재합니다. 국위를 선양하였고 나라가 일보전직하였다고 합니다.
국민의 정부시절엔 월드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붉은 악마가 등장하였고 광장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고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얼마전 MB정부하의 동계올림픽도 말이 많았습니다. 김연아선수의 아름다운 연기에 감탄을 하면서도 하루종일 올림픽방송만을 하는 SBS를 나무랍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절을 시장과 자본에 의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배받는 현재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합니다. 만델라가 럭비월드컵을 놓고 보여던 관심이 이후에 대중동원과 조작으로 스포츠를 이용하는 3S정책으로 변화하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흐름속에서 정책이 위치하고 있는가가 아닐까 합니다.
3.
다음 달이면 월드컵이 열립니다. 방송 3사가 중계권을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퍼블릭 엑세스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스포츠 중계에 퍼블릭 엑세스를 갖다 붙이니 말입니다. 방송 3사가 하루종일 월드컵을 중계하고 한국경기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경기를 전국민이 볼 수 있도록 중계하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SBS를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동계올립픽때 채널선택권이 있어 무척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여전히 채널선택권을 갖고 싶습니다.
만델라가 했던 말.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고 영감을 불어넣으며 사람들을 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진실로 스포츠가 통합과 영감의 기제로 작용하려면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채널선택권도 거창하게 말하면 그런 것이 아닐지… MB정권이 의도적으로 3S정책을 쓰지는 않지만 – 쓴다고 해도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 – 통제가능한 영역에서 스포츠등을 통해 하나의 암시를 주고자 노력합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자…우리는 국격을 높이고 있다.”
물론 자유를 제한하면서.
4.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감동적인 시가 모건 프리만의 목소리에 실려서 흐릅니다.
만델라대통령이 좋아했던 William Ernest Henley(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Invictus(인빅터스)입니다.
‘Invictus’
나를 덮고 있는 이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
정복되지 않은 영혼을 주심에
나는 이름 모를 신들께 감사드리네잔인한 운명의 손아귀 아래에서도
나는 움찔하거나 소리내 울지 않네
몽둥이로 맞아 내 머리 피투성이라도
난 무릎꿇지 않네이 분노와 눈물의 땅 너머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하네
기나 긴 세월의 위협에도
난 두려움에 떨지 않으리내 앞의 문이 얼마나 좁든지
어떤 형벌이 나를 기다리든 상관없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인빅터스를 보면 리더십에 대해 만데라와 스프링복스팀 주장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후도 리더의 역할에 대해 찬찬히 그립니다. 저는 스포츠로 보았다면 조성기선생님은 리더십으로 읽었습니다.
조성기의 스크린속 리더십
http://news.joins.com/article/646/4157646.html?ctg=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