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사고가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맥증권, 옵션 주문실수 460억 손실…외국인 6000억 순매도…1970선 붕괴
그동안 여의도에서 주문사고가 많았습니다. 2013년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1월 KB투자증권의 주문사고가 있었습니다. 손실액은 200억전후였습니다. 6월 KTB투자증권에서 주문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손실액은 140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맥투자증권입니다.
그동안 주문 사고는 제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KB투자증권 주문 사고이후 나온 알고리즘거래 관리방안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Knight Capital 주문 사고 이후 미국 SEC가 Regulation Systems Compliance and Integrity (“Reg SCI”)를 마련한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사고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파산가능성’입니다. 감독기관이나 금융회사의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결과입니다.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사고를 1995년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갔던 베어링스은행과 연결짓기도 합니다.
‘손실’과 ‘파산’이 각각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다릅니다. 그래서 후폭풍이 엄창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당장 증권회사의 경영진이 위험한 자기 매매나 DMA를 자발적으로 규제(?)하는 일이 생길 듯 합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까요?
2.
왜 알고리즘이 비정상적으로 동작했을까요? 솔직히 비정상이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 자체의 오류인지 혹은 알고리즘을 구현한 프로그램의 오류인지도 모릅니다. 알고리즘매매시스템을 구축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부분이 있습니다. Pre-Trade Risk Management입니다. FIA부터 시작해서 CFTC까지, 그리고 해외의 각종 기관들이 제안하는 표준권고가 있습니다. Recommandation이기때문에 강제규정은 아닙니다. 최소한 권고를 받아드렸다고 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듯 합니다.
Sec Rule 15C3-5과 원장
FPL에서 내놓은 위험관리 권고안
FIA의 Market Access Risk Recommandation
물론 위의 권고처럼 정적인 위험관리로는 부족하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금융수학강의를 맡고 계신 김도형박사는 동적인 위험관리를 주장합니다.
한맥증권 주문실수의 원인과 예방 대책 – 새로운 알고리즘 주문 리스크 관리 방안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권고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권고이기때문에 검사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EC가 마련한 것이 Reg SCI입니다. 알고리즘을 검사를 하고 이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는 조치입니다.
왜 시험이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글이 있습니다. Knight Capital 사고 이후 월스트리트의 변화를 살짝 보여주었던 글입니다. 이미 프랍트레이딩과 위험관리에서 소개한 것처럼 FIA는 알고리즘매매를 하는 회사들이 지켜야 할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권고하였습니다.
버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작년 여름에 월스트리트에서 회자되었던 전설적인 버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버그가 초래한 피해는 우리 돈으로 5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였다. 해당 버그를 낳은 사람이 자신이 실수를 깨닫는 순간 느꼈을 아득한 기분, 땅 밑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도저한 절망을 생각해보면 동종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천억원짜리 SW버그가 주는 메시지중에서
3.
HFT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하지만 기계에 의한 매매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기계트레이더의 위세는 여전합니다.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기계는 트레이더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작동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시스템을 파괴합니다. 시스템의 파괴란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알고리즘트레이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CFTC와 KRX가 만든 위험관리방안 외에도 FIA나 FIX 등에서 수많은 위험관리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비정상적인 동작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Chicago Federation에서 발간한 “How to Keep Markets Safe in the Era of High-Speed Trading”가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험관리권고를 적용하지 않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능력, 소프트웨어 개발의 프로세스, 불완전한 알고리즘등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알고리즘거래이든 아니든 파생상품 거래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증권회사에 몇 십년을 근무한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험관리는 비용입니다.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숫자가 중요한 경영자는 ‘안전한 숫자’ 보다 ‘위험하지만 더 많은 숫자’을 원하지 않을까요? 더 큰 숫자에 대한 욕망은 위험을 비용으로 치부하고 결과에 집착합니다. 앞서 보고서가 나열한 현상이 나옵니다.
Chicago Fed Study Blasts the Lid Off of High Frequency Trading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권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온 권고중 최소입니다.
Limits on the number of orders that can be sent to an exchange within a specified period of time
A “kill switch” that could stop trading at one or more levels
Intraday position limits that set the maximum position a firm can take during one day
Profit-and-loss limits that restrict the dollar value that can be lost.
이중 Kill Switch와 같은 것과 과다호가 제한(Limit Order)은 Exture+가 도입한 부분입니다. 나머지는 증권회사들이 선택할 영역입니다. 그러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SEC나 CFTC 혹은 FIA의 권고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면 시장의 저항이 있겠지만 수긍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매매 자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면? 가장 우려스러운 모습입니다.
김도형 박사의 동적인 위험관리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현재 가격이나 전일 종가 대비 과도한 틱 이상의 주문이 나갈 때 방지하는 기능만 있었어도 한맥과 같은 실수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이미 2005년에 대부분 시스템에 반영되어 있었을텐데, 한맥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죠.
황석주씨의 의견이랑 비슷하네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을 왜 증권사가 하지 않았냐” 하는 점이겠네요. 강제할 수단을 찾겠죠. 그렇다가 강제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을 때 가장 손 쉬운 방법은 “못하게 하는 것”.
하여튼 내년 Exture+ 개통전에 새로운 정책이 나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