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써 7주째입니다. 하나은행 자본시장통합시스템부터 시작하여 제안서를 쓰느라 주말이 없습니다. 남들은 프로젝트 시험한다고 휴일근무를 하는데 저는 제안서때문에 휴일근무를 합니다.(^^;)
몸과 마음이 황폐화하지 않도록 노력을 합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책을 거의 못읽고 있습니다. 설전후로 샀던 이종선씨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를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제안서를 쓰느라 읽어야 하고 정리하여야 하는 자료들이 많으니까 빈자리를 만들어 채우고 생각하도록 해야 하는데….
대안이 주말 자출을 하고 가능하면 영화라도 한편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자출이라도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져서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노력합니다. 영화는 몰입이 되지 않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난 몇 일동안 둘째아이와 다큐를 보았습니다. EBS에서 2007년에 방영한 공룡의 진화와 멸종을 다뤘습니다.
어제는 멸종. 제가 아는 지식은 소행성충돌로 공룡이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지만 꼭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쌓였고 마지막에 소행서 충돌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고 합니다.
100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느끼는 시간단위는 100년을 넘어 상상하지 못합니다. 공룡 멸종을 들을 때 저는 100년 혹은 그보다 약간 긴 시간을 상상합니다. 그렇지만 다큐에서 다룬 시간은 오천만년입니다. 지구의 나이로 보면 한순간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인간으로 보면 억겁(億劫)의 시간입니다.
잠자는 것같은 대륙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화산으로 분출하고 지진을 일으킵니다. 바다 수면의 높이가 바뀌고 상상이상의 기후변화를 겪습니다. 기온이 8도이상 올라갔다고 합니다. 습지가 살아지고 사막과 같이 황폐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공룡은 살아있는 지구가 가져온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멸종하였습니다.
2.
저예산 SF영화중 카르고(Cargo)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서기 2267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더이상 생존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인류는 지구 궤도상의 우주정거장으로 거처를 옮겨서 근근히 생존을 이어갑니다.
우주정거장에 살고 있는 난민들은 돈을 벌어서 4광년이나 떨어진 레아(Rhea)라는 식민지로 이주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영화는 화물을 운반하는 우주선에 탑승한 여의사가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립니다. 그저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지을 건축자재로 알았던 화물(Cargo)은 단순한 화물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주인공은 진실을 확인한 순간 우주정거장에 진실을 알립니다.
여의사 포트만과 화물선 항해사 린드버그. 서로 다른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린드버그는 인류가 희망을 찾기 위한 시간을 위해 Rhea라는 허상을 이용하자고 합니다. 포트만은 허상은 허상이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진실은 Rhea가 허상이지만 지구엔 다시금 녹색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당신은 누구편인가요? 아마도 감독은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 인류문명에 대한 비판. 권력의 비인간성. 이런 시각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듯 합니다.
다시금 공룡으로 돌아가봅니다. 지구적 변화, 우주적 변화앞에 인간은 한줌의 먼지 아니면 하느님과 같은 창조자와 같은 존재일까요?
먼 미래에 인류가 어떻게 진화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인류는 그저 시간과 공간을 거역할 수 없는 작은 생명체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