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신한은행 본사가 있는 남대문에 있었습니다. 신한은행 IB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관계하고 있었습니다. 개발했다고 말할 수 없네요. 사실 개발도 못하고 IB업무를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니까(^^)
모 부장님때문에 프로젝트에서 일하면서 주변에 솔직히 말했습니다.
“나는 IB업무를 잘 모릅니다. 특히 Back Office와 관련한 업무는 ‘꽝’입니다.”
속으론 “IB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여야 하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일을 시작하였고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르면 배워서, 알면 아는 만큼 열심히 해야죠.
일을 하면서 ‘참으로 새롭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증권사 업무중 트레이딩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했던 경험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MTM, Exposure, Outstanding….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바로 ‘말’이 통하지 않을때 입니다. 남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을 머리속에서 사전을 놓고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다시금 모은행 프로젝트와 관련된 제안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안서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회사에서 몇 년전 ‘외환은행’ 차세대 외국환 및 국제금융시스템 제안서와 산출물을 보았습니다.
Reuter에서 나온 Kondor+를 이용하여 국제금융업무와 관련된 백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은행 프로젝트를 할 때 Kondor+과 Murex를 Front Office로 놓고 KTP라는 패키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패키지가 아니라 인하우스방식으로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신한은행 프로젝트를 할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도 좀더 자세히 AS-IS시스템이 하는 일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새롭게 보입니다.
2.
현재 자본시장통합시스템과 관련하여 은행은 AS-IS시스템을 보면 크게 국제금융시스템과 유가증권시스템이 있습니다. 국제금융은 외화상품을 처리하는 시스템이고 유가증권시스템은 원화상품을 취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백오피스시스템이니까 당연히 Confirmation, Settlement, Accounting과 같은 업무를 처리합니다.
은행이 금융투자회사와 비교하여 독점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외환입니다. 금융투자회사들는 기관간 거래에는 참여할 수 있어 서울외국환거래, 한국자금중개에 회원으로 참여하여 거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고객거래도 불가능하고 자산규모도 은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Kondor+라는 제품은 외환(Spot, Forward, Swap등을 포함)상품을 거래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자세히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국내 모든 은행 딜링룸에는 Kondor+라는 제품이 설치되어 있지않을까 합니다.
Kondor+로 FX뿐 아니라 Money Market , 외환채권등 거래를 많이 합니다. 처음 Kondor+를 제품을 사용할 때는 아마도 후선업무를 수기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러다 후선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몇몇 회사(은행)은 KTP와 같은 Reuter제품을 사용했고 몇몇은 인하우스로 제품을 개발하여 사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Kondor+ – KTP 처럼 같은 회사제품일 경우 STP(Straight Through Processing)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허나 인하우스제품의 경우 Kondor+과 후선업무시스템(Back Office System)를 연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Kondor+라는 제품의 특성을 잘 알는 Reuter와 같은 회사들의 도움으로 Front Office부터 Back Office에 이르는 과정을 끈김없이 이어지도록 하는 STP를 갖춘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듯 합니다.
3.
시스템이란 항상 정체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업무가 변화하고 발전하면 시스템도 같이 진화합니다. 기술이 진화하기 때문에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된 업무요건등을 충족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등을 검토합니다.
자본시장통합시스템과 관련하여 변화를 이르킨 먼 원인은 개인적으로 IMF사태가 아닐까 합니다. IMF이후 은행권의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국가의 통제를 받던 은행이 좀 자유로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여수신을 중심으로 수익모델을 변화하여야 하고 미국의 Investment Banking과 관련한 개념들이 도입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FX이외의 파생상품도 거래하고 원화관련 상품도 거래하면서 다양한 시스템적 요구가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국제금융시스템도 구축하고 원화유가증권시스템도 구축하고 신탁관련 시스템도 구축하였을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준 계기가 아마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은행이 본격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추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분산된 업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위험과 관련된 지표들은 원화와 외화로 나누지 않고 통합으로 조회하고 싶어하고 지연된 값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계산돈 값을 원하기 시작합니다. 프론트부문에서 업무가 다양화하면서 Murex, Sophis와 같은 제품등을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4.
자본시장통합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보면 은행의 국제금융 혹은 유가증권업무를 십 여년 이상을 한 경험을 가진 업체들입니다. 지난 20여년동안 투자은행과 관련된 업무를 해온 업체들입니다. 이제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함께 일을 해야 합니다.
함께 일을 하려면 서로간에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짜피 Confirmation, Settlement, Accounting과 같은 업무는 동일하게 처리하여야 합니다. 통합을 위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Workflow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어보니까 2007년쯤 모은행에서 국제금융업무를 개발할 때 처음 적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개념은 아닙니다. Kondor이나 Murex와 같은 외국산 제품을 보면 Front Office에서 발생한 Deal을 처리하기 위한 Workflow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상품별로 Event속성을 분석하여 Workflow를 통해 후선업무들이 이음새없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이를 보고 배워서 한국형 시스템에 적용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시스템도 그렇고 신한은행도 그랬고 다른 모든 은행들도 비슷할 듯 합니다.
투자은행업무와 관련된 시스템 진화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5.
별로 많이 알지 못하지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틀린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틀린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역사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은 앞으로 변화할 방향을 추측할 수 있기때문에 중요합니다. 업무의 흐름, 시스템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응을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통합과 STP가 마무리되면 다음은?
투자은행업무로 돈을 벌고 싶다면 ‘다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통합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은행은 무슨 고민을 할까요? 경영진이나 현업은 무슨 고민을 할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