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화하기 위해 단순하면서 인간사의 다양함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있을 듯 합니다. 연기자가 제대로 대본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장면은 교훈적입니다. 지난 주말 ‘명가’의 한 장면입니다.
살기 위해 내놓은 땅문서를 모아 최국선에게 매입하라고 했던 무봉이 떠나려 하자 최국선과 반돌이 마주앉아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 경주에 내려왔을 때 저때문에 번번히 사기당하고 큰 곤경에 빠트렸던게 소인 가슴에 한으로 맺혀있습니다.”
“무봉아 내가 재산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라고 보느냐”
“나는 흉년에는 절대 땅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 자손들에게도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그럴 것이다”
“왜인지 아느냐”
“나의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이르시길, 남의 약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해서는 안된다’하셨다. 비록 ‘선한 뜻을 세우기 위함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곤궁함을 이용하서는 안된다.’하셨다. 하물러 내 재산을 늘리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흉년에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내놓은 땅을 헐값에 사들인다는 것이 정녕 옳단 말이냐?”
“지금 내 결정으로 인해 가솔들의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 허나 나를 믿고 내 뜻을 따라다오. 너희 둘은 부디 내 곁에서 나를 도와다오. ”
“무봉아 부디 떠난다는 말은 하지말라. 나의 노여움은 너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너에게 나의 뜻을 제대로 한번도 전해주지 못한 나에 대한 노여움이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너희들과 재물의 풍요로움은 나누었으나 뜻을 함께 나누지 못한 것같구나.”
2.
드라마를 보면 지주인 최국선은 농업기업가입니다.? 기술혁신도 하고 사업 다각화도 합니다. 경영자 최국선은 고민이 많습니다. 우선 파종할 때 직파법을 대신하여 이앙법을 도입합니다. 김 매는 노동력을 대폭 줄여 생산력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겨울과 봄 보랫고개때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양잠을 할 계획도 세웁니다.? 지주와 소작농이 7:3으로 나누던 관행도 병작반수제로 전화하는 방법으로 노동의욕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시행합니다.
최국선의 기업(起業)은 할아버지 최진립의 뜻(경영이념)과 아버지 최동량의 기술(농업기술)을 합친 작품입니다. 극중 최동량이 전하는 유교적 기업이란 무엇인지 잘 나타납니다.
“청빈함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너를 보면서 청빈이 아닌 청부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겠구나. 나의 탐욕을 채우는데만 눈이 어두우면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욕망인지라 결국에는 자신의 욕심속에서 썩어가게 마련이다. 헌데 너가 부를 쌓아가고 있는 방법은 우리집의 곡간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에도 윤기를 돌게 하고 있지 않느냐? 썩지않는 부랄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아니 어쩌면 부의 가치를 진정 이런데 있지 않은가 싶구나. 무릇 사람으로 태어나서 굶주리고 싶은 자가 누가 있으며 헐벗고 싶은자가 누가 있겠느냐? 내가 쌓은 부로 인해 그들도 굶주리지 않고 헐벗지 않을 방법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깨끗한 부의 길이 아니겠느냐?”
조선시대 신분은? 아마 현대 재산보다 더 큰 차별이었습니다. – 사실 현대의 재산도 신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국선이 말한 ‘재물의 풍요로움은 나누었으나 뜻을 함께 나누지 못한” 이라는 말은? 드라마용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많은 생각을?줍니다.
3.
최국선은 자신의 곳간이 비워질 정도로 구휼미를 내주었습니다. 사회적 책임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사회적 책임경영처럼?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하여야 할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일입니다. 현재 기업은 내 곳간이 비워진다고 직원을 구조조정합니다.
KBS 드라마 명가(名家))는 정치적 배경으로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드라마를 보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얼마전 어떤 분이 말을 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 돼야한다. ”
철학없는 기업(起業), 졸부들의 기업(起業)을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우울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