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일하고 있는 은행 엘리베이터엔 매주 한자로 된 좋은 글귀가 실립니다.
兼聽卽明 偏聽卽蔽
“여러 의견을 들으면 밝게 볼 수 있으나한쪽만 들으면 진실이 가려진다.”
출처를 알아봤습니다. 삼국지에 이런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관우와 장비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오를 공격한 유비의 70만대군은 서천에서 괵정까지 7백리에 걸쳐 군사를 주둔시켰다.
때는 한여름이였다. 유비는 모든 진영을 산간시냇가로 옮겨 더위를 피하도록 했다.
이때 마량이 유비에게 걱정스런 얘기를 한다.‘ 만약 오의 군사가 공격해 오면 어떻게 대응하실려고 이렇게 명령을 내리십니까 ?’
유비가 말했다.
‘나도 병법을 좀 압니다’
이에 마량이 다시 말했다.
‘옛말에도 여러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밝게 볼 수 있으나 한쪽 의견만 들으면 바로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폐하께서 통찰하시기 바랍니다'(古云兼聽卽明 偏聽卽蔽 望陛下察之)
그러자 한참을 생각한 유비는 ‘진도(陣圖)를 그려 제갈량에게 보여 주시요’
마량은 전투배치도를 열심히 그려 제갈량에게 들고 갔다.이를 받아본 제갈량은 깜짝 놀란다. 결국 70만 대군을 직접 이끈 유비는 오의 장수 육손에게 대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2. 이 고사성어는 자치통감에도 나옵니다.
서기 628년, 당태종이 제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던 어느 날, 당태종은 위징에게 물었다.
“나라의 군주로서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또한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경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위징은 이렇게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입니다(兼聽則明, 偏信則暗).”위징은 이어서 역사적 교훈을 예로 들면서, 군주가 한쪽의 말만 듣고 한쪽의 말만 믿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하였다.
위징은 이렇게 말하였다.
“진(秦)나라 이세는 조고의 말만을 믿다가 멸망하게 되었고, 양(梁)나라 무제는 주이(朱異)만을 믿다가 스스로 굴욕을 당하게 되었으며, 수(隋)나라 양제는 우세기(虞世基)만을 믿다가 고성각(鼓城閣)의 변을 초래하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상황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의견을 듣는다면, 이러한 재화(災禍)는 막을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요임금은 자주 백성들을 찾아다니며 물었기 때문에 묘(苗)라는 나쁜 사람의 일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 수 있었고, 순임금은 눈과 귀가 밝았기 때문에 공공(共工)이나 곤(?), 환두(驩兜) 등의 잘못된 행동이 빠져나기지 못하였습니다. 때문에, 명철하고 지혜로운 군주는 언로(言路)를 막지 않으며, 아래 사람들의 상황을 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비로소 정확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위징의 말을 듣고 당태종은 그의 식견에 감탄하며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3.
조선일보 10월 18일자에 화이자(Pfizer)를 이끌고 있는 제프 킨들러(Kindler) 회장의 경청형 리더십을 보자.
킨들러의 ‘경청형 리더십’“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회장님이 보는 21세기의 인재상은 뭔가요?
“화이자의 임무는 ‘보다 건강한 세상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에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고, 화이자의 최고 자산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혁신적인 약을 생산하는 힘들고 긴 과정을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영역의 인재를 찾기 위해 골몰합니다.”
화이자 제약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엔 ‘임상시험 전문 요원(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이라는 새로운 직업 군을 만들어 업계에 CRA 채용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정직함’입니다. 리더는 상황을 자신의 주관 없이 최대한 적나라하게 보고할 수 있는 스태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스태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일의 능력이나 전문성 역시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리더가 알아야 할 일들을 여과 없이 보고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회장님에게 ‘경청형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 점이 최대 제약회사의 리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항상 ‘하나님이 인간에게 귀 두 개와 입 하나를 준 이유가 반드시 있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말하는 두 배 이상을 들어야 합니다. 솔직히 바쁘게 돌아가는 일터에선 와글와글 떠드느라 듣는 게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웃음) 하지만 리더가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동료들과 조언자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화이자에선 내부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큰 신경을 씁니다. 이 때의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양방향이어야만 합니다.”
―회장님의 경청형 리더십이 오늘날 같은 경제 위기에는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경제 위기들과 수많은 정보를 스태프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잡힙니다. 따로 태스크포스 팀을 가동하지 않고도, 상황 보고를 듣다 보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계획을 수립해야 할지, 단초를 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런 일들은 늘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위기에서든 안정적인 상황에서든, 리더는 항상 같은 마음을 갖고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4.
동서양에서 역시 듣는 것은 리더십의 핵심입니다.문제는 어떻게 듣느냐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경청이라는 말이 유행인가 봅니다. 경청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주의깊게 듣다”입니다. 사실 주의깊게 듣는 것이 쉽은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견해를 재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곡을 하기 때문이죠.
청(聽)자는 ‘귀 耳’와 ‘임금 王’‘열 十’‘눈 目’‘한 一’‘마음 心’ 등 여섯 자의 한자로 만들어졌다.‘왕의 귀’에 ‘열 개의 눈’ 그리고 ‘하나의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으라는 뜻이란다. 말을 배우는 데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마음의 눈으로 상대와 하나가 되는 것이 경청의 핵심인 것 같다.
경청 – 마음을 얻는 지헤 81쪽
어떻게 경청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아닐까 합니다.
나를 표현하는 말 한마디로 가장 잘 나를 표현하려면
“많이 읽고 많이 듣고 주의깊게 듣고 그리고 생각하고….”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