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임원의 공개 사표

1.
몇년 전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은행인 JP.Morgan의 역사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역사만큼 어떤 사물을 이해하기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이후 또다른 회사의 책을 하나 샀습니다. 그 때 산 책인 골드막삭스라는 책입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금융 리더

Low Latency나 HFT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외 기사를 읽을 때 골드만삭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2010년 봄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1분기 영업일동안 하루만 빼고 트레이딩으로 이익을 보았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 Big Banks Score Perfect 61-Day Run

리먼브라더스 사태이후 월가의 투자은행이 무너지고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CEO는 유명한 말을 합니다.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방어하는 이야기로 들리면서 “Occupy Wall Street”를 자극합니다.

“We have a social purpose and I’m doing God’s work.”

여기서 말한 사회적 목적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입니다.

We’re very important. We help companies to grow by helping them to raise capital. Companies that grow create wealth. This, in turn, allows people to have jobs that create more growth and more wealth. It’s a virtuous cycle.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골드만삭스가 예전같지 않다고 합니다. 실적도 추락하고 있습니다.

모간스탠리는 2분기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각각 20억 9000만달러와 14억 7000만달러의 순익을 올리며 골드만삭스의 이 분야 수익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능가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 순익은 16억달러와 14억 5000만달러였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2.
제가 금융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월스트리트나 여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항상 관심을 가집니다. 어제 뉴욕타임지에 실린 기사가 하루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Why I Am Leaving Goldman Sachs

전직 골드막 삭스 임원이 12년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면서 공개 사표를 뉴욕타임즈에 실었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사회적 목적(Social Purpose)’이라고 했던 투자 은행의 본분을 망각한 듯 합니다. 돈의 노예로 전락한 듯 합니다. 다시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앞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강혜신의 오늘의 미국’에서 번역방송을 하였네요. 아래를 가시면 팟캐스트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왜 골드만 삭스를 떠나는가: Opinion of the day

그리고 번역 글입니다.

문제를 간단히 말하면 골드만 삭스는 클라이언트의 관심은 뒷전이고 돈 버는 일만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투자회사에 속하는 골드만 삭스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할 때와는 너무 달라서 나는 더 이상 양심을 지키면서 골드만 삭스에서 일할 수가 없습니다.

골드만 삭스의 성공은 언제나 회사의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팀웍이나 성실함, 겸손함, 그리고 언제나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옳은 일을 하는 문화였습니다. 그런 문화가 골드만 삭스가 성공했고 143년 동안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받은 비밀소스였습니다.

골드만 삭스를 성공하게 한 것은 돈 만 벌려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돈만 벌려고 했다면 그렇게 오랜동안 회사가 빛나지 못했을 겁니다. 직원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골드만 삭스가 존재했습니다. 오랜동안 사랑하면서 일해온 골드만 삭스의 그런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저는 슬픕니다. 더 이상은 회사에 자부심이나 믿음이 없습니다.

3만 명이 넘는 직원 가운데 나는 10 대 1의 경쟁을 이기고 선택됐고 그 이후 다른 입사후보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 나는 뉴욕에서 여름 인턴 프로그램을 담당했는데 수천 명 학생 가운데 80 명의 대학생이 선택됐습니다.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골드만 삭스가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 말할 수 없는 나는 보면서 회사를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역사가 골드만 삭스에 대해 쓸 때 아마 지금의 CEO 로이드 C. 블랙훼인(Lloyd C. Blankfein)과 사장 게리 D. zhs(Gary D. Cohn)이 골드만 삭스의 문화를 잃게 했다고 기록할 지 모릅니다. 회사의 윤리가 기울어지는 게 장기생존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믿습니다.

나는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군데 큰 헤지펀드 회사와 미국에서 가장 큰 다섯 군데 자산관리회사, 중동과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펀드에 자문을 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평균 자산은 1조 달러 이상이었고 나는 언제나 내 클라이언트에게 내가 믿고 있는 바를 말하면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골드만 삭스가가 돈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도 말입니다. 그런 자문은 이제 골드만 삭스에서 인기가 없는 자문이고, 그게 곧 골드만 삭스를 떠날 때라는 사인이기도 합니다.

골드만 삭스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가?’ 회사는 리더십에 의해 바뀌었습니다. 리더십은 대개 올바른 예를 만들어 실행하는 아이디어입니다. 지금 회사의 리더십의 전부는 회사를 위해 돈을 많이 벌게 하는 데 쏠렸습니다. 그러면 쉽게 승진합니다.

지금 골드만 삭스에서 리더가 되는 지름길은 a) 클라이언트에게 골드만 삭스가 빠져나오려고 하는 분야에 투자하게 하는 것, b) 골드만 삭스에 이득이 되는 클라이언트를 사냥하는 것, c) 불변의 자리지키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리더들이 골드만 삭스스 문화를 채우고 있습니다. 나는 단 1분도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되는 질문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 파생상품 미팅에 참석했었습니다. 골드만 삭스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지에만 집중하는 모임입니다. 만일 당신이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어서 그런 모임에 참석했다면 당신은 클라이언트의 성공이나 발전은 회사 운영의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믿을 겁니다. 클라이언트를 망가뜨리는 말을 어떻게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지도 나를 질리게 합니다.지난 12개월 동안 나는 다섯 명의 관리자들이 클라이언트를 멍청이(“muppets,”)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고 어떤 때는 이 메일로도 그런 언급이 오고 갑니다.

골드만 삭스에서 정직함은 부식됐습니다.여러기관에서 조사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에게 복잡한 상품구입에 사인을 하라고 날마다 압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위관리가 기본 진실에 충실하지 않은 것도 놀랍습니다. ‘만일 크라이언트가 당신을 믿지 않는다면 결국 크라이언트는 떠난다’는 기본진실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 지와도 상관이 없이 클라이언트는 떠난다는 진실입니다.

최근 가장 많은 의문은 “파생상품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얼마나 돈을 벌게 했는가’ 입니다. 내가 분석가로 일하던 첫 해 나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 지 몰랐고 신발끈을 묶는 것도 몰랐습니다. 나는 당시 파생상품이 뭔지를 알아야 했고 재정을 이해해야 했으며 클라이언트를 알고 그들이 원하는 성공을 도우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자부심이 있었던 때는 풀 장학금으로 사우스 아프리카카에서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와 공부하던 때와 로즈 장학금을 받은 때, 쥬이시 올림픽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맥카비아 게임 테이블 테니스에서 동매달을 받았을 때입니다. 모두 지름길을 통하지 않고 힘들게 일한 결과였습니다.

지금 골드만 삭스는 지름길이 너무 많고 성취하기까지 충분한 담금질 과정이 없습니다. 내게는 더 이상 옳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이 양심선언이 골드만 삭스 이사진에게 경종으로 울리기를 바랍니다. 골드만 삭스가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기를 바랍니다.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골드만 삭스도 돈을 벌지 못하고 존재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윤리적으로 파산한 사람들을 걸러내십시요. 그들이 지금 얼마나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지와 상관없이 솎아내십시요. 그리고 다시 골드만 삭스의 문화를 만드십시요. 사람들이 골드만 삭스에서 옳은 이유로 일하고 싶게 하는 문화를 만드십시요. 돈 버는 것 만이 목적인 사람은 장기적으로는 골드만 삭스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클라이언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3.
사직서를 낸 레그 스미스의 책이 2014년 4월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대형 퀀트 펀드들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던 스미스는 이렇게 묘사한다. “구조화 파생상품을 사는 것은 가게에 들어가서 참치캔을 사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 만약 어느날 캔을 사서 집에 갔는데 캔 안에 개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 캔 뒷면에는 글자가 너무 작아서 거의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문구가 쓰여 있다. ‘내용물은 참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개밥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나 리비아 투자청, 오클랜드 시, 앨라배마 주,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기금과 재단은 모두 캔을 땄을 때 개밥을 발견한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종적으로 5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서브프라임 주택모기지담보부증권’이라는 합성 CDO(부채담보부증권) 상품을 팔면서 (골드만삭스가 자문한) 주요 헤지펀드들이 고객이 투자한 방향과 반대 방향의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스미스는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헤지펀드 매니저의 이메일을 인용해 이 파생상품이 “고객들은 물론 상품을 만들어낸 사람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 흉물 덩어리”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악마적 거래를 잘 성사시키는 직원이 천문학적인 돈을 회사에 벌어줬고, 그 대가로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챙겨갔다는 사실이다. 사소한 주문 실수를 자주 저지르기로 악명 높던 한 문제아는 어느새 공포 마케팅의 귀재가 되어, 낮 12시에 출근해도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 됐다.
지은이는 골드만삭스가 고객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고객의 편에서 정직하게 조언하고, 고객의 성공이 곧 회사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전통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대신 회사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지갑을 털어 이익을 낼 것인지만 생각하는 괴물이 됐다고 그는 폭로한다. 이를테면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하면서 고객을 반대 방향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중에서

4 Comments

  1. QTrader

    bit.ly/xXJxsH JP Morgan에서도 CFTC로 고자질이네요.
    거기다 배이더경도 abcn.ws/wGt9Wh 양심선언하고 제국을 떠나기로 하셨다네요 😉

    Reply
    1. smallake

      요즘 여유가 좀 있으신가 보네요. ㅋㅋㅋ

      Reply
  2. rapidspeed

    항상 좋은 내용에 많이 읽고 가는데,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어떤 금융사든지간에 고객, 직원, 주주 등 수많은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지속적이고 영속할 수 있는 금융사를 만드는 전략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는 듯 합니다.

    조금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입니다만, 제가 생각했을 때 최선의 전략은 ,,, 단순히 주어진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보다도, 고객의 입장에서 최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영속적으로 사회 속에서 기업을 존재시켜나갈 수 있고, 수익성도 실현할 수 있고, 직원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고객들도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를 쌓는 길이고, 신뢰를 핵심가치로 가지고 여겨야 하는 금융업이 추구해나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글을 New York Times에서 지면에 싣고 발행했다는 것도, 또한 이런 글을 많이들 읽고 논쟁을 벌여나가는 것 자체가 미국 사회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 가치를 최우선 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만 인정을 해주는 것이 지배적인 가치관이 되고, 이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영속하고 인정을 받는 그런 상황에 대해 이토록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작년 12월 호에서도 영속적으로 존재하고 수익을 내는 회사들의 특징에 마찬가지의 항목들이 꼽혔었습니다. 당장 수익이 안되더라도 고객의 가치를 우선 지켜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고객 가치를 우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서 쌓을 수 있었던 기업들이 바로 영속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진다는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기업이 사회에서 의미있는 존재로서 활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함께 하는 글들을 최근에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서 참 좋습니다.

    좋은 글을 이렇게 항상 공유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주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S : 이글 말고도 사실 오랫동안 이 블로그에서 좋은 글들을 정말 많이많이 접해왔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Reply
    1. smallake

      ‘고맙다’는 한 문장으로 주말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시네요.
      제가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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