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들었던 소식중 가장 큰 충격은 BC카드 차세대프로젝트의 실패입니다. IBM과 LG CNS라고 하면 한국금융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주사업자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중단’ 혹은 ‘실패’라고 하니 놀랄 일입니다.? 또다른 소식도 있습니다. 한투증권 차세대프로젝트도 연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IBM과 SK C&C가 주사업자인데 개통일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문에 보도된 경우외에 더 있다고 합니다. 해외 프로젝트의 고객이 불만을 늘어놓은 경우도 있고 보험쪽도 실패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란 발주자와 수주자의 관계, 수주자들 협력업체간의 관계 및 개발자들간의 관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실만으로 실패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최근의 경향으로써의 실패를 보면 좀 다릅니다.
지난 주 이 문제를 어떤 사장님의 고견을 들었습니다. 그 분께서 진단하는 현상은 단순합니다.
“최근 프로젝트의 실패율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정한 회사 혹은 프로젝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적인 문제라는 시각입니다. 그러면 원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면 몇 년전만 하더라도 중급개발자라고 하면 중급개발자로서의 실력과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프리랜서를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개발팀을 구성하여도 실패할 확율이 낮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고 합니다. 중급개발자라고 하지만 실력은 중간정도의 초급개발자입니다. 비용은 중급이지만 산출물은 초급입니다.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력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속되게 말하면 “씨가 말랐습니다.”
이런 비슷한 시각을 아래기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IBM은 CMBS 시스템 설계와 일부 개발을 진행했지만 회계처리나 결산 영역은 기본적인 개발도 수행하지 못했다. 또 성과관리, 한도관리 등 미들 오피스 영역에 대해서도 진행이 미흡했던 것으로 국민은행은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이 건으로 인해 국민은행은 한국IBM에게 지체보상금 요구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외에 한국IBM은 지난 2007년 주사업자인 동부CNI의 하청형태로 참여한 동부생명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서도 인력 투입에 문제가 발생해 그동안 진행한 결과물들이 수준 미달이라고 판단돼 수행하기로 했던 사업영역을 동부CNI에게 이관하고 철수했다.
한국IBM 출신의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IBM의 컨설턴트 및 시스템통합(SI) 인력들에 대한 변화가 많다”면서 “과거 사업 수행 경험이 많은 인력들은 대다수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라고 전했다.
금융권 프로젝트 수행 잇단 실패…’농협사태’로 업계 기피
위 기사는 IBM만을 놓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형IT서비스업체는 동일합니다.한투증권 차세대프로젝트중 개발부분은 SK C&C가 주사업자입니다. 개발팀을 구성할 때 비용을 절감하려고 하청을 주지 않고 프리랜서를 직접 고용하였다고 하네요. 비용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프리랜서의 질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금융IT의 인력구조를 놓고 볼 때 특정한 회사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두 개이상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영업의 속성상 수주를 합니다. 수주를 하다보면 낮은 가격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2.
지난 10년동안 IT서비스가 버틴 이유는 2000년 인터넷 거품과 벤처열풍 때 시장에 들어왔던 고급인력덕입니다. 이후 3D로 낙인 찍히면서 새로운 고급인력을 들어오지 않고 있는 인력도 지쳐서 전업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사를 보면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11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IT 인재 양성을 위한 한국 대학교육의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06~2009년 국내 주요 100개 대학의 IT 관련학과 입학 정원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로, 특히 전산·컴퓨터 관련학과가 전기·전자공학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산·컴퓨터학과의 경우 2006년 80명, 2007년 77명, 2008년 76명, 2009년 73명으로 매년 1~3명씩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전기·전자공학도 2006년 87명에서 2009년 85명, 같은 기간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도 67명에서 61명으로 줄었다.입학 정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입시 경쟁률 역시 전체 학과의 평균 경쟁률 밑돈다.
보고서는 이처럼 IT 관련 학과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우수 대학의 컴퓨터공학 전공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IT 인력 양성 말로만? 대학 정원 4년째 감소중에서
덧붙여 앞서 사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전공학생중 상위 30%는 비전산적 대기업에 취직하고 중간 30%는 대기업이 전산실(관리직)으로 취직하고 나머지 40%만 개발직으로 취직한다고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매력이 없는 그저그런 직업일 뿐입니다.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결론입니다.
3.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어떤 보험사는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사례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첫째 프로젝트 수행에서 위기관리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기간산출 등을 보수적으로 한다.
둘째 개발자와의 계약은 업체명을 가린 상태에서 이력서를 기준으로 하여 실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한다.
셋째 개발자 채용이나 개발자간의 팀빌딩은 전적으로 발주사의 책임으로 하며 이에 따른 위험을 진다.지금까지 기간단축과 비용절감형 프로젝트 발주를 지양하고 위험관리를 최우선으로 한 프로젝트 관리를 지향하다는 계획입니다.
증권사의 IT들은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다른 것을 떠나 빅뱅방식의 프로젝트는 더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전면 재개발이 지닌 위험을 관리할 정도의 인력이 없기때문입니다. 아니면 관리를 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핵심은 개발자인데 개발자를 전제하지 않은 프로젝트 수행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체 IT인력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비용구조때문에 경영진의 동의를 받기 힘든 선택입니다.반대로 지금까지 발주-수행-인수와 같은 소프트웨어개발을 지양하고 임대 혹은 유틸러티컴퓨팅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멀리 보면 90년초부터 이어져온 IT서비스가 앞으로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썼던 글들입니다.
(덧붙임)디지탈데일리의 박기록기자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기사를 쓰셨네요.
늘 하던 얘기였지만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군요.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좋아하는 개발을 할 수 있다는게 마냥 좋지많은 않습니다.
제 뒤는 누가 이을까요… 에효~~
현직에 있으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관리를 하면 모르는가 봅니다. 소통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사실 개발자정책은 중기적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혹 내일 시간되시면 나오세요….건강하시고.
금융권만의 일은 아닙니다.
모든 분야에서…과업범위에 맞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고
정해진 예산에 짜맞추는 과업이 보통이며
수주를 해도 협상에 의한 과업추가..가 다반수고..
따라서 과업에 맞는 기간산출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계약과 착수가 늦어져도 끝나는 날자는 정해져 있고..뭐 그런…
과업에 맞게 인력투입을 하자니 안남고..
투입된 인력이 죽어라 해야 하는 분위기.
암울한 분위기..
보든 IT종사자들이 이런 환경을 만드는데 동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 탓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
결론은 확장일변도의 경제정책의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너무 광범위하나?
예…광범위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나가셨어요?(^^)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셋째 개발자 채용이나 개발자간의 팀빌딩은 전적으로 발주사의 책임으로 하며 이에 따른 위험을 진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문구네요…
항상 책임소재를 따지니까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