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말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주일 듯 합니다. 모든 사람의 삶이 평탄하지 않고 나름의 굴곡이 있고 씨줄과 날줄이 얽히고 섥힌 채 이어지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가 있는 시작이었습니다.
아내는 위로 오빠, 아래로 남동생이 둘이 있습니다. 결혼전 오빠는 공부하러 미국으로 갔고 그 곳에서 정착했습니다. 저도 처남이 결혼해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번 봤을 뿐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과천에서 집을 알아본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오빠가 한국으로 역 이민온다고 하네요. G1인 미국이 옛날 같지 않다고 합니다. 이민자의 삶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처남이 지난 주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과천으로 이사하지 않고 처가에 머물고 있지만 조만간 이웃사촌이 됩니다. 주말 처남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처럼 딸기아빠입니다. 한국말은 서툴지만 그래도 듣고 이해를 합니다.
밥을 먹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가장 놀란 점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였습니다. 무척 엄격하더군요. 뭐라고 할까, “가족의 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생활에서 각인시켰습니다. 이를 테면 밥을 먹고 설겆이를 시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군 말없이 합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투정을 부립니다. 어떨 때는 신경질을 부립니다. “음! 내가 잘못했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웃이니까 자주 만나다 보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늦은 나이에 다시 스타트업을 하지만 처남도 역이민을 했으니 쉽지 않은 인생길을 선택했네요.? 처남 가족과 새로운 시작입니다.
2.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종교만을 놓고 보면 다양합니다. 어머니는 불교, 아내와 둘째딸은 천주교. 아버지와 큰 딸 그리고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당연히 종교간의 갈등은 없습니다. 만약 기독교 교회를 나갔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되었지만… 큰 딸이 아주 친한 친구들의 가족들은 천주교 신자입니다. 가족끼리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저를 보고 성당에 나오라고 권유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여름 청계산 자전거 라이딩하면서 다시 권유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가을부터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말이 씨앗이 된다고 하나요 지난 주말 입교식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친한 친구가 전도를 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심각히 고민해 본 적없는 아주 세속적인 사람입니다. 가끔 신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은 있었죠. 최근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었습니다. 한동안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인데 ‘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재미있습니다. 산에 갈 때 자주 찾는 절이야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수행을 하는 곳이라 편안히 절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자인 신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은 저 자신에게 무척이나 큰 변화입니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중도에 포기할지 무늬만 신자로 남을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것은 큰 변화입니다.
아내가 성당에 나가보라고 권유했던 이유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혼자 다니는 생활을 좀 줄이고 공동체적인 생활을 해보라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봉사하는 삶을 살자”입니다. 뭐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걱정이네요. 입교식이 끝난 이후 수녀원에서 하는 바자회에서 반나절이상 술을 먹었습니다.ㅠ.ㅠ 성당에서의 만남은 어떨지…..
3.
두번의 만남과 시작은 인간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제 이야기하는 시작은 사실 저와 관계가 없습니다.그렇다고 저와 무관한 것도 아닙니다. 신을 포함한 모든 것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시작일 듯 합니다. 이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갖는 꿈중 하나는 ‘물리학자’입니다. 공학적 시각으로 시간과 공간의 시작과 끝을 탐구하고 싶은 욕망입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신’입니다. 잘 모르지만 현대 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공리를 허무는 실험입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은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60나노초 빨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한 길이 열렸다고 합니다. 물론 검증 과정입니다. 오류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지만 절대적 진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뉴튼에서 아인슈타인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놀라운 변화는 자연을 이해할 때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는 원리가 부정된다는 점입니다. 과학이 가지는 위대함을 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가디언은 이렇게 표현했네요.
“과학이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사실’(fact)이며 그에 대한 해석은 그 다음 문제’라며 ‘과학의 역사는 언제나 상상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해 온 역사”
마지막 시작은 직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입니다. 흔히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정치만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도 없습니다. 한국처럼 국가권력이 시장을 지배하는 나라는 더욱더 중요합니다. 또 실패할 수 있는 인생에서 재기를 할 기회를 주는 것도 정치입니다. 진보적인 시각을 갖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중 1987년체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5.16이후 이어진 군사독재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의 틀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때가 1987년이고 이 때의 정신이 헌번에 담겨져 있습니다. 어떤 세력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하고 어떤 세력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가자고 합니다. 어떤 모습을 담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2012년 국회의원선거-대통령선거입니다. 이 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시대정신이 2012년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한국사회가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때라는 인식입니다. 나름 진보적인 색깔이 약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12년체제의 출발로써 진보세력의 통합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일요일 민주노동당의 대의원대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참여당과 합당을 다뤘는데 부결했다고 합니다. 진보신당도 2/3, 민주노동당도 2/3를 넘지 못해 좌절되었습니다. 좌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저는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2012년과 MB의 종식을 위한 첫걸음이 힘들어 보입니다.
흔히 인생이 자신 혹은 주변의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어떤 시작은 아주 오랜동안 후대에 이를 때까지 조금씩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시작은 마음의 평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관계의 시작과 끝속에서 나의 인생을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