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이란 누군가 지나간 흔적입니다. 흔적들이 쌓이다 보면 이름이 붙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도 잊혀졌던 기억의 복원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이 떠나서 없어졌던 길은 원래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였습니다. 그래서 둘레길은 과거로의 여행입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둘레길은 가장자리나 경계입니다.테두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천을 기준으로 청계산을 한바퀴도는 길입니다. 그냥 과천종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산하는 분들이 말하는 청계산 둘레길은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중심으로 도는 길인 듯 합니다. 저는 ‘작은 둘레길’이라고 합니다.
청계산 큰 둘레길은 두개의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작년 여름 과천 곰돌이동산에서 출발하여 양재 화물터미널로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관악산을 가볍게 오르면 보통 걸어서 올랐다가 걸어서 내려옵니다. 청계산도 곰돌이동산에서 시작하여 청계사에서 점심공양을 먹고 다시 걸어서 사그막골로 오면 가벼운 등반입니다.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걸어서 다녀오는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지난 겨울 서울대공원을 한바퀴 돌 때 산악자전거 타는 분들이 옥녀봉을 간다는 말을 내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경험의 끝점과 두번째 기억의 시작점을 이으면 서울대공원을 시작과 끝점으로 청계산을 한바퀴 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길을 나섰습니다.
2.
지난 토요일 걸었던 자취입니다. 대략 5시간정도 걸었습니다.
서울대공원 – 옥녀봉 – 매봉 – 만경대 – 석기봉 – 절고개삼거리 – 청계사고개 – 과천매봉(응봉)
– 곰돌이동산 뒷길 – 과천중앙교회
우선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보통 서울대공원 좌측으로 걸어서 서울랜드 썰매장옆으로 난 도로를 타고 갑니다. 저는 달리 했습니다. 서울대공원을 자동차로 찾으면 경마장방향에서 현대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약간 높은 고개 두개가 있습니다. 한 고개를 넘고 두 고개를 입구에서 좌측으로 올랐습니다. 십 여분 오르면 잘 다져진 등산로가 나옵니다. 옥녀봉과 서울대공원을 연결하는 등산로입니다.
관악산이 바위길이라면 청계산은 흙길입니다. 옥녀봉 가는 길은 아주 전형적인 청계산 길입니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바닥은 푹신푹신한 흙입니다. 한 시간쯤 가면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만납니다. 이제부터는 첫번째 경험입니다. 다만 그 때는 내려오는 길이지만 토요일은 올라가는 길입니다. 생각해 보면 과천 매봉 가는 길과 양재동 매봉가는 길은 비슷합니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고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토요일도 등산객으로 넘쳐나더군요.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 걸스카우트 학생들, 직장단위 단합대회. 직장단위로 온 분들중 이트레이드증권도 있더군요. 아마 본사에서 온 듯 했습니다. 어디까지 갈까 궁금했는데 매봉을 지난 옛골로 빠지더군요. 아마 내려가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는 일정이었나 봅니다. 옥녀봉에서 매봉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입니다. 무릅에 부담을 덜 주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나무계단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정 구간은 서초구민들의 기증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였고 기증자 이름 및 글 한마디를 담았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천사백여 계단이었습니다. 계단좌우로 진달래를 가꾸어 놓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진달래능선’이라고 합니다.
아! 매봉을 오르면서 작년 여름 보았던 스님이 토요일도 돌문바위앞에서 모탁을 두드리고 계시더군요. 저도 소원성취를 위해 돌문바위를 돌고 매봉으로 향했습니다.
하여튼 와글와글 바글바글거리는 매봉을 지나 만경대, 석기봉. 석기봉 정상에서 봄 바람을 힘껏 들이 마신 후 마황굴로 가는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폐쇄하였더군요. 작년 여름까지 석기봉 아랫길이 열려 있어서 마황굴을 보았는데 그 사이 바뀌었습니다. 절고개 삼거리부터 과천까지 한달음입니다.
과천 매봉앞 우회로를 따라 매봉 1약수터와 2약수터를 이어서 곰돌이공원 뒤길. 다시 고개 하나를 넘어서 과천중앙교회 삼거리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15:00입니다.
3.
서울대공원 둘레길, 청계산 큰 둘레길, 청계산 자전거둘레길. 이렇게 저 나름의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돌고도는 길이 다 그렇듯이 두 방향이 가능합니다. 청계산 큰 둘레길도 과천 매봉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반대도 가능합니다. 날이 덥고 땀이 많이 흐르면 옥녀봉이 어떨까 합니다. 몸이 피곤하고 지쳤을 때 약수로 목을 축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반대는 운동량이 큽니다. 청계사부터 만경대까지 계속 바윗길 오르막입니다. 옥녀봉에서 만경대는 대부분 계단으로 된 오르막과 다릅니다.
이제 남은 길은 청계산 작은 둘레길.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이용하는 길인 듯 합니다. 덧붙여 입장료도 필요합니다. (^^) 한번 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