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국가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려고 하면서 시장과 국가는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자본시장도 같습니다. 나라별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이용하는 기술 역시 같습니다. 여의도와 월스트리트의 레이턴시 경쟁은 제도상의 차이로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나노초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왔던 레이턴시경쟁이 멈짓하는 듯 합니다. 나노초를 넘어서서 피코초로 경쟁이 나아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여의도와 월스트리는 각각 다른 이유로 멈춰 있습니다. Latency to Zero라는 표현처럼 물리학의 경계인 빛의 속도에 도전할 것처럼 보였던 레이턴시 경쟁이 왜 주춤거리는지 살펴봅니다.
전자거래소가 지배하는 현대 거래소는 대부분 가격/시간우선의 원칙으로 매매체결을 합니다. 이 때 또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매매체결거래소에 먼저 도착한 주문을 우선 처리하는 시간우선의 원칙입니다. 트레이더와 매매체결거래소를 가장 가깝게 위치하는 방법은 트레이더의 시스템과 매매체결시스템을 같은 공간에 놓는 것입니다. 어떤 현대의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공간상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레이턴시는 줄어듭니다. 거래소의 코로케이션서비스가 나타난 배경입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의 거래소가 코로케이션제도를 두지 않습니다. 여의도와 월스트리트를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어떤 제도보다 레이턴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책입니다.
거래소가 코로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이 NYSE나 NASDAQ을 봅시다. 매매체결시스템과 코로케이션 IDC는 10G 혹은 40G의 LAN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아마 지연이 마이크로초수준일 듯 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마이크로초 혹은 나노초수준의 경쟁은 Order Queue Postion을 위한 Time Priority를 얻기 위한 경쟁력입니다. 그렇지만 월스트리트는 마이크로와 나노사이에서 레이턴시경쟁을 하지만 Jitter와 같은 물리적인 이유로 경쟁이 주춤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요? 2011년 KRX Inter Party Social Project를 실시할 때 받았던 자료중 하나를 공개합니다. 2011년 자료이므로 2013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교를 위한 자료적 의미는 있습니다. 증권사 FEP에서 거래소 FEP까지 Ping 시험을 한 결과입니다.
평균 | 편차 | 최소 | 최대 | |
---|---|---|---|---|
유가증권시장 | 5.9 | 0.3 | 5.5 | 9.1 |
코스닥시장 | 6.2 | 0.4 | 5.7 | 9.8 |
파생상품시장 | 13.2 | 1.2 | 12.5 | 19.4 |
시세 | 4.5 | 1 | 4.3 | 17.9 |
모든 경우 0.5밀리초이상의 편차를 보입니다. 이런 편차를 보인 이유는 한국거래소의 제도, 회원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기준입니다. 이 때문에 아래와 같은 주문흐름(Order Flow)은 모든 주문에 공통입니다.
코스콤시세분배시스템 – 증권사 시세분배스위치 – 주문시스템(시세수신-의사결정-주문생성) – 미니원장(증거금 및 주문유효성검사) – 증권사FEP – 여의도전화국 – 한국거래소FEP – 한국거래소 주문접수(MR) – 한국거래소 주문체결(ME)
이중에서 여의도전화국이후 구간은 전 증권사가 공통입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트레이더나 증권사의 입장에서 손을 쓸 수 있는 구간은 아닙니다. 주문이 발생하는 시작점을 기준으로 하고 주문시스템이 100마이크로초의 지연을 가진다고 하면 FEP구간이 보여주는 숫자는 전체 레이턴시중 99.2%가 넘습니다. 네트워크, 미니원장, FEP가 아주 빠르다고 하여도 트레이더의 주문이 가장 먼저 주문접수 Queue에 도달한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코스콤에서 시세를 받을 때 발생하는 Jitter(편차)와 증권사FEP에서 거래소로 주문을 보낼 때 발생하는 Jitter(편차)가 주문시스템,미니원장 및 FEP에서 발생한 편차보다 훨씬 큽니다. 절대적인 시간으로 보면 나의 주문보다 몇 밀리초가 늦은 주문도 한국거래소에 먼저 도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의도에서 밀리초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마이크로나 나노초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2.
그렇다고 레이턴시경쟁이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나요? 아닙니다. 여의도와 월스트리트는 서로 다른 의미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월스트리트를 보죠. 지난 해말부터 월스트리트의 핵심은 FPGA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빛의 속도가 핵심입니다. Microwave기술입니다. 최근 CME와 Nasdaq이 시세를 마이크로웨이브로 송수신하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코로케이션과 마이크로 웨이브는 공간과 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코로케이션은 거리를 최소화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는 빛의 속도로 거리에서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차별적인 속도로 시세서비스를 제공하여 투자자들간에 레이턴시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레이턴시는 절대가 아니라 상대입니다. 조금이라도 빠르면 틈새를 만듭니다.
여의도의 코로케이션은 WAN으로 막혀있고 마이크로웨이브는 앞서 언급한 회원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해 차단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레이턴시 경쟁은 의미가 있을까요? 주문시스템에서 레이턴시 경쟁을 하는 것이 무의미한다는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레이턴시 경쟁은 의미가 있습니다. 주문을 수탁할 수 있는 증권사는 법적으로 허가를 받고 한국거래소의 회원사이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주문수탁사는 회원시스템 접속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해 동일한 접속환경을 가집니다.
1. 증권시장의 경우 다음 각 목의 통신회선
가. 메인 : 5회선
2.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다음 각 목의 통신회선
가. 메인 : 제4조제2항에 따라 부산에 회원전산센터를 설치한 회원의 경우 3회선
③ 제1항 및 제2항에서 배정하는 통신회선의 용량은 다음 각 호의 범위 내로 한다.
1. 증권시장의 경우 12M
2.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4M
FEP이후 구간은 증권사가 직접 관리하는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레이턴시를 관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증권사간 레이턴시경쟁은 제한적입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더는 유가증권은 12M, 파생상품시장은 4M의 통신회선을 거쳐서 거래소로 주문을 냅니다. 유가증권 12M라는 통로를 두고 누가 먼저 Time Priority를 얻을지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2009년 DMA서비스가 극소수 트레이더를 위한 서비스일 경우는 다르지만 지금처럼 DMA서비스가 특화주문서비스로 보편화한 상황에서 증권사내 트레이더간의 레이턴시경쟁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내 트레이더들간 경쟁에서 Time Priority를 얻지 못한 주문이 한국거래소에서 Time Priority를 얻을 확율은 매우 낮습니다.
증권사내 Time Priority라고 하더라도 DMA트레이더마다 FEP세션을 달리하면 다른 트레이더의 주문과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12M 통신회선을 오직 하나의 FEP세션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문수탁사마다 다르지만 하나일 수도 있고 두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FEP 세션이 복수이기 때문에 병렬로 처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12M 통신회선을 통하여 거래소를 전달할 때는 순차적인 방식이기때문에 마이크로수준의 경쟁은 유효합니다.
증권사간 레이턴시 경쟁에서 증권사안( 內) 레이턴시경쟁이 여의도의 특징입니다.
어떤 경쟁을 하고 있을까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경쟁이 가능합니다. 시세레이턴시를 줄이거나 FEP 레이턴시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시세레이턴시는 코스콤의 시세분배용 스위치가 증권사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DMA트레이더가 외국인투자자처럼 FEP를 직접 개발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증권사내부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들과 차별화를 하여야 합니다. 주문시스템은 트레이더마다 다르므로 남는 것은 미니원장과 FEP입니다. 최소한 FEP의 속도를 대폭 개선한 Built-In방식의 FEP을 사용하려고 하는 시도입니다.
3.
그러면 2009년 증권사를 옮겨다니던 메뚜기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앞서 FEP이후 거래소구간의 편차가 밀리초수준이라고 하였습니다. 증권사내에서 줄일 수 있는 레이턴시 수준이 밀리초 수준이면 증권사를 옮겨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Order Flow에서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는 부분은 아래입니다.
코스콤시세분배시스템 – 증권사 시세분배스위치 – 주문시스템(시세수신-의사결정-주문생성) – 미니원장(증거금 및 주문유효성검사) – 증권사FEP
지금은 증권사간 레이턴시 차이가 마이크로초수준이지만 2009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밀리초였습니다. DMA가 생소하였고 HTS를 통한 주문이 보편이었던 시절 레이턴시경쟁은 밀리초수준이었습니다. 세자리밀리초를 두자리밀리초로 줄이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집니다. 마찬가지로 두자리를 한자리로 줄이면 FEP이후 구간의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절재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좀더 좋은 숫자를 보여주는 주문수탁사로 옮겨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초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 메뚜기는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시세이든 주문이든 모든 데이타는 여의도전화국을 거쳐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KRX(코스콤)-여의도전화국은 공통입니다. 여의도 전화국과 증권사 전산실사이에서 데이타가 왔다갔다 합니다. 그런데 같은 여의도라고 하더라도 증권사 전산실의 위치는 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삼성증권 전산실은 여의도 전화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화국과 가장 짧은 거리입니다. 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지연이 적으므로 속도가 빠릅니다. 그렇지만 차이가 절대적인 수준은 아닙니다.상대적이며 경쟁 가능한 범위입니다. 절대적이라면 다른 증권사 DMA 비즈니스가 불가능했겠죠.
이제 각 증권사 및 트레이더가 경쟁하는 부분만 남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네트워크입니다. 시세나 주문데이타를 주고 받으려면 네트워크카드와 스위치를 통하여야 합니다. 10G를 지원하는지, 네트워크카드는 가속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20~30%정도 차이가 생깁니다. 이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마이크로초수준입니다. 또한 IT투자를 하면 누구나 구축가능합니다. 2012년 주문수탁제도가 바뀔 때 10G투자를 앞서기 위한 투자였습니다만 지금은 뒤쳐지지 않기 위한 투자입니다. 남은 부분은 주문시스템과 미니원장 및 FEP입니다. 이 경우 하드웨어=서버장비는 동일하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많은 경우 DMA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속도를 개선하려고 미니원장과 DMA용 FEP를 별도 갖추고 있습니다. HTS트레이더와 다른 조건이므로 HTS와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미니원장과 DMA용 FEP들을 비교하여야 합니다. 대략 두자리 마이크로초 전후로 차이가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사후증거금 투자자란 미니원장을 거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4.
이상 길지만 월스트리트와 여의도의 레이턴시를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서 드는 생각은 2011년 시도했다가 실패하였던 KRX Inter party Latency Project입니다.
소셜프로젝트 “KRX Inter Party Latency 측정”을 제안합니다
2011년이후 2012년을 전후한 시점에 코스콤이 이와 비슷한 측정을 하였다고 합니다. 놀랄만한 결과라고 하지만 비공개로 남아 있는 데이타입니다. 주문수탁사가 레이턴시경쟁을 하고자 할 때 공개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내부에서 어느 만큼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알려면 신의 영역인 FEP이후 구간에 대한 데이타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금 소셜프로젝트 KIPL Project를 제안합니다. 한국자본시장의 시장접속속도에 대한 통계데이타를 같이 만들어보실 의향은 없으시간요?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의미있는 사회적 데이터가 모이길 기원합니다.
소박한(^^) 저의 소망입니다. 역시나 난관은 무척 많겠지만.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