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자전거출근

1.
7월 어느 날인가 쓴 글입니다.

그동안 남대문에 나가 있었습니다.

석달 빨리 철수를 하였지만 이번주부터 본사가 있는 여의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몇년전 서여의도에 회사가 있을 때 토요일이면 일부러 양재천->잠실->여의도로 운동겸 출근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여의도로 출근을 하려면 과천에서 남태령을 지나 동작대교밑에서 한강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초보자에게 남태령은 장벽입니다. 그런데 몇번 오고가고 하다가 무서움(^^)은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남은 장벽은 출근후 땀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바로 샤워입니다.

오늘 자출사(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글을 올렸습니다. 여의도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 분이 친철하게 여의나루역근처에 편의시설을 이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면티에 반바지입고, 양복과 셔츠는 가방에 넣고 남태령을 넘으려고 합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면 가장 좋아할 사람들이 가족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술자리를 일찍 끝내거나 약속을 하지 않아야 하니까 이래저래 좋으니까!!!!

7007-1번을 타고 올림픽대로를 지나 여의도로 올 때 자전거로 홀가분하게 달려가는 분을 보면 만원버승 시달리는 내 스스로가 안스럽습니다.

그래서 자출..자출..자출을 마음속으로 외치고 다녔습니다.

이번주엔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강화도로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에 출발해서 초지대교를 지나 강화도 일주는 아니더라도 몇군데 가보고 돌아올 계획입니다.

사고는 그렇게 강화도를 갔다온 날에 발생했습니다. 일사병에 걸려 추위를 느꼈고 팔까지 부러졌습니다. 그렇게 두달이 흘렀습니다.

2.
지난 주 금요일. 부모님이 멀리 시장에 가신 아침. 아내에게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자전거로 출근하면 안될까? 그냥 시험삼아 한번 해보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남태령 말고 양재천을 따라 여의도갈 께!”

밥상에서 아이들과 토론까지 하면서 아내를 설득하려 했지만 표결결과 3대1. 완패였습니다.? 원래는 표결결과에 승복을 해야 했지만 그냥 짐을 싸들고 자전거로 집을 나섰습니다. 다만 약속대로 양재천을 따라 갔습니다. 출발시간이 8:00.? 자전거로 출근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남으로 출근하는 자출족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여의도까지 가는 길은 눈을 감고도 갑니다. 워낙 자주 다닌 길이지만 출근으로 가는 건 처음입니다. 아침해를 등지고 9시 전후에 반포구간을 통과하는데 자출족은 나만 남았습니다. 조용히 느릿느릿 자전거로 회사앞에 도착.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섰습니다. 예상대로 30Km정도 나왔습니다. 아침에 잠실까지 왕복 운동하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3.
한번 길을 뚫어놓으면 계속 하는 것은 쉽습니다. 항상 처음이 어렵죠. 반대를 하던 아내나 부모님도 앞으론 큰 반대가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퇴근할 때 느낌을 보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가장 문제는 길이 너무 어두웠습니다. 물론 자전거용 전조등으로 앞을 비추지만 운전을 하기엔 시야가? 너무 좁았습니다.? 또 운전자들이 낮과 비슷한 속도로 달립니다. 야간이면 방어운전이 필수일텐데 속도계가 보이지 않아서 모르지만 느낌상 25Km이상으로 달리는 듯 하였습니다. 이 때 정면충돌하면 전치 4주는 보통일 듯 합니다.

전조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처럼 자기만 앞을 잘 보겠다고 반대편에서 오는 운전자의 시야는 생각없이 밝힙니다. 눈앞이 하얗습니다.

4.
4대강사업을 해서 4대강을 따라 전국을 자전거로 다닐 수 있다고 좋아 합니다. 한강에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한다고 기뻐합니다. 그냥 다 낭비입니다. 자전거로 도로가 아니라 시골길이면 그냥 자전거가 달릴 수 있습니다. 서로 조심하면 국도로도 달리면 됩니다.

자전거가 녹색성장에 중요한 토대라고 합니다. 단 전제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레저나 운동용이 아니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주말에 한강에 나가면 자전거열풍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자전거열풍은 약간 비정상적입니다.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많습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안전하게 매일 風光步로 출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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