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ot The Nation

1.
한홍구교수가 한겨레신문에 주말마다 연재하고 있는 글이 있습니다.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

연재를 시작하면서 유신시대를 되돌아 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유신시대의 모습은 서로 경합하는 여러 개의 역사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현재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부각시키려는 장면이나 흐름은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박정희는 ‘아, 박정희!’이지만, 또다른 사람들에게는 ‘악, 박정희!’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70년대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시작되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 70년대는 평화시장에서 타오른 전태일의 불길로 시작되었다. 평화시장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세월을 보냈어도 사장님의 역사와 시다의 역사가 쉽게 하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신시대는 산업화가 본격화한 시대입니다. 독재가 시작한 산업화는 오늘 1%의 사회를 만든 뿌리입니다. 유신은 오늘까지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여성노동자들은 지금 잘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원풍은 지금도 200명 가까이 모이고, 동일방직도 100명 가까이 모인다. 청계피복의 지난번 모임에는 80여명이 나왔는데 아직도 평화시장 부근에서 미싱 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더러는 눈이 나빠져 더이상 미싱을 타지 못하고 건물 청소를 하며 먹고살고 있었다. 원풍에서도 남편 잘 만난 소수 빼고는 다 마트에서 식당에서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개중에는 드물게 새누리당 당원이 된 사람도 있지만, 다들 여전히 그때 노조 활동하던 그 마음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미용실에서 4대강 사업 찬양하는 손님과 언쟁을 벌여 손님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얘기는 꼭 하고야 마는 것이 70년대 민주노조 활동을 했던 여성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자식들은 대부분 대학생이 되었지만, 심야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야 하고, 졸업해도 비정규직이라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야 한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양립할 수 없다고 하지만 민주화를 한 주역들에 의한 산업화가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경제민주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성취가 민주화와 산업화라면 그 역사는 반드시 다시 쓰여져야 한다. 그 성취의 진정한 주역은 박정희도 아니고 몇몇 이름난 민주화운동가들도 아니다. 우리가 가장 기억해야 할 사람들은 그 시절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 자신들이 인간임을 자각하고,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다. 그 당시 민중의 최전선을 지킨 것은 남성노동자들의 무쇠팔뚝이 아니라 가녀린 ‘공순이’들이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은 그들의 역사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2.
오늘의 유신시대를 끝낼 모두를 위하여! Reboot the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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