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철수 이후

1.
몇 일전 야후 코리아가 메일을 보냈네요. 내년부터 한국서비스를 종료하고 모든 서비스와 계정을 미국으로 넘긴다고 합니다. 야후메신저를 사용하려면 미국으로 계정을 옮기는데 동의해야 합니다 . 미국 기술자들이 야후메신저의 데이타를 보고 한국채권 거래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겠네요.

사건1. 인터넷시대가 함께 했던 야후코리아가 철수합니다.

1997년 국내 시장에 본격 정착한 야후코리아는 포털 시장의 강자로 굴림해왔다. 그러나 2000년 들어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 등에 밀려 최근 점유율 0.2%대까지 추락했다. 이때부터 야후의 철수는 진작부터 예고돼 왔다. 각종 풍문에 휩싸이며, 수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연속됐다.(중략)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고 판단한 야후코리아가 결국 철수를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야후 한국 철수]②절박했던 야후…15년만에 한국 시장 떠나중에서

사건2. 공정위원회는 증권사가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였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개 소액채권 매수전담 증권사들은 국민주택채권 1·2종,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의 소액채권 금리를 사전에 합의했다.이들은 매일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만나 가격을 맞추고, 한국거래소에 신고하는 수익률을 낮게 결정해 채권 매수가격을 높여 일반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국민주택채권 1종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담합을 시작해 2010년까지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증권사 소액채권 담합 무더기 적발중에서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자본시장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핵심은 야후메신저입니다. 야후메신저가 어떻게 한국채권시장의 핵심인프라가 되었을까요? 시작은 인터넷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죠.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놀라웠던 경험은 웹을 통한 정보 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생활을 바꾼 것은 메신저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지금 카톡이 트렌드인 것과 비슷합니다. 자본시장도 이런 흐름과 함께 했죠. 정보가 전화 혹은 대면이 아닌 메시저를 통해 흘러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메신저는 세가지입니다.

증권가의 필수 인스턴트 메신저로 꼽히는 미스리는 가입자수 34만명, 일평균 사용자수 8~9만명을 자랑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증권가에서 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5만2000명에 달하는 증권업계 종사자나 열성 개미투자자들은 대부분 사용하는 셈이다.

미스리는 지난 1996년에 ‘마이챗’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인스턴트 메신저라는 개념조차 불명확하던 시절에 학원가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쪽지+그룹전송’ 기능의 편리성으로 인해 입소문을 타고, 증권가에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2000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POP메신저는 사실 미스리와 쌍둥이다. 삼성증권이 미스리를 개발한 기업용 메신저 개발업체인 이즈닉스에 용역을 맡겨 자사 고객들과 사내용 쪽지형 메신저로 개발, 2000년 선보인 것이 POP메신저다. 2008년 이즈닉스에서 미스리사업만을 갖고 분리된 회사가 아데네트다.

POP메신저는 증권업계와 언론홍보업계에서 주로 사용한다. 가입자수는 4만6000명이며, 일평균 사용자수는 1만~1만5000명수준이다. POP메신저는 미스리와 달리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야하는 등 가입이 까다롭다. 사내 직원들은 사원번호로만 접속할 수 있다. 루머 등이 퍼져나갈 경우 이를 추적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루머 확산의 가능성은 적은 편이라는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야후 메신저는 채권 트레이딩이라는 특정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미스리와 POP메신저와는 달리 대화창 방식의 메신저이지만, 대화창 하나에서 여러명과 1:1 대화를 할 수 있는 탭(Tab) 기능을 제공한다. 때문에 장외거래인 채권거래를 하는 채권거래자들이 1:1로 주문을 낼 수 있다.
증시루머 배달자 ‘미스 리’…정체가 뭐지?

야휴메신저는 이미 2001년 한꼭지로 다룰 정보로 채권부문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2001년도 기사입니다.

채권거래는 대부분 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브로커가 일일이 채권 딜러에게 호가정보를 제시해줘야 한다. 과거에는 브로커가 호가정보를 채권 딜러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나 이제는 야후! 메신저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많은 국채, 통안채 등이 야후! 메신저에 뜨는 호가정보의 주종이 되고 있다. 메신저는 사용이 간편하고, 단위시간당 호가정보 송출량이 많으며, 거래상대방을 찾기 용이하여 채권 가격 형성과 거래체결을 돕는 순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야후! 메신저가 채권시장의 정보유통속도를 높이고 탐색비용을 줄여 채권거래의 확대와 효율화를 촉진하는 선진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채권이야기] 야후! 메신저중에서

왜 채권거래는 메신저와 친숙할까요?

금융투자협회의 자료를 보면 장내거래와 달리 OTC채권거래를 ‘Negotiated trading’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채권딜러는 메신저를 협상거래의 수단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역시 같은 자료가 소개한 자료를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야후메신저가 처음부터 대세는 아니었습니다. MSN메신저와 경쟁하였죠.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유가 이것뿐일까요? ‘비밀보장’이 열쇠입니다. 비밀보장을 바라는 채권거래자와 채권거래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감독기관의 지루한 전쟁이 서막입니다.

2.
감독기관은 채권시장의 투명성을 위하여 ‘장외거래의 장내화’를 위한 정책을 수차례 취했습니다. 수차례 실패를 겪은 후에 내놓은 정책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한 채권인프라 구축이었습니다. 호가집중시스템과 프리본드가 결과물입니다.

금투협 채권부는 사후 뿐 아니라 사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처럼 채권의 실시간 매매가격을 볼 수 있는 호가집중시스템도 지난 2007년12월부터 열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5월에는 프리본드란 채권전용거래시스템도 만들었다. 500조원이 넘는 대한민국 채권시장의 거래를 사설 메신저인 ‘야후 메신저’로 사용하던 후진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게 목적이다. 채권전용거래시스템은 종전 사설 메신저의 피싱 등 보안에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협회가 채권시장의 선진화 차원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다.
채권시장 선진화 우리가 맡는다중에서

프리본드가 야후메신저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구상하였지만 비밀보장을 바라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운영주체인 금융투자협회는 형식상 시장자율기구이지만 내용적으로 감독기관을 대행하는 기관이기때문입니다. 유사시 감독기관이 매매내역을 조사하겠다고 할 경우 금융투자협회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감독기관에 대화내용을 고스란히 제공하여야 하고 이를 우려하는 시장참여자를 설득할 수 없었죠.

이제 야후가 한국에서 철수합니다. 그렇다고 야후가 메신저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습니다만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야후코리가 다음달 철수하며 야후메신저 운영을 미국 야후 본사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내 메신저 서비스에 각종 문제 발생 시 실시간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야후메신저는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한글입력 불능, 접속 불가 등의 문제가 벌어졌고, 2006년에는 채권 호가 정보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아 브로커들이 피해를 봤다. 이어 2007년에는 갑자기 메신저가 30여분간 멈추기도 했다. 한 채권 딜러는 “야후메신저가 멈추면 국내 채권거래도 마비되는 것”이라며 “그나마 지금까지는 한국법인이 있어 항의를 하면 빨리 문제해결이 됐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일부서는 현재 상암에 위치한 야후코리아 서버를 미국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서버 안에는 메일, 메신저 등의 자료가 담겼다. 이에 대해 야후코리아 측은 “현재 향후 서비스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도 “국내서는 한국법인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연 5782兆 국내 장외채권시장, 올스톱?중에서

금융투자협회와 감독기관의 희망대로 프리본드가 야후메신저를 대체할까요? 아니면 미스리 메신저를 빈자리를 메꿀까요?

“야후가 철수를 해도 불편함을 느끼기 전까지는 야후메신저를 사용할 것”이라며 “주문이 들어왔을 때 들리는 `야후’ 소리 때문에 타 메신저 사용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프리본드가 좋다고 해서 몇 번 써 봤지만 종종 다운된 적이 있다”며 “계속 야후를 써 보다가 진짜 불편해지면 그때 편리한 메신저를 찾아보겠다”
“아무리 좋은 메신저가 나와도 채권거래는 처음부터 야후를 썼기 때문에 서비스가 되는 이상 계속 야후를 쓰지 타 메신저는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어떤 시스템이 대체하든 10년동안 채권딜러들이 가진 이용자경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도 채권거래의 전자화를 위하여 HiperBOND를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생각하니 FIX기술에 촛점을 두었던 것이 실패였습니다.

장외채권거래시스템과 FIX

기술이 문화를 바꿀 수 없습니다. 문화의 산물이 기술입니다. 현재 한국채권시장은 비밀보장과 익명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원합니다. 더 들어가면 채권딜러간의 폐쇄적인 관계가 원인입니다. 이런 폐쇄성이 소액채권 담합을 불러오지 않았을까요? 자본시장에서 투명성은 생명입니다.

(2016-7-18일 업데이트)
야후 철수이후 유지되었던 메신저가 사라집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로본드메신저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메신저형식이지만 내부적으로 호가중개기능을 내장한 메신저입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야후메신저를 대체할 것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본드(FreeBond) 메신저다. 프리본드는 금융투자협회가 2010년 4월 출시한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이다. 채권거래 전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안정성과 보안성에서 야후 메신저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야후 서버가 불안정하거나 메신저가 오류를 나타내면 장외채권 규모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프리본드 메신저는 그럴 염려가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프리본드에서는 채권 매수‧매도 양측의 다양한 호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대화방도 이용할 수 있다.

야후 메신저 친구도 그대로 불러올 수 있어 갈아타기에 가장 좋은 메신저로 꼽힌다. 또 규정상 어차피 해야 하는 호가 보고도 프리본드 메신저를 사용하면 따로 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채권업무 관련자가 아닌 일반인의 이용이 제한되지만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금투협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메신저 감시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달현 금투협 채권부장은 “금투협이 메신저 대화를 절대 들여다볼 수 없다”며 “대화 내용은 추후 각 사별로 암호로 바뀌어 저장되기 때문에 대화 내용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본드 메신저와 더불어 은행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이터 메신저도 다른 대안으로 꼽힌다. 이 메신저는 로이터 단말기와 연동이 가능하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를 로이터 측에 저장하려면 5명당 160달러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또 외국의 정보제공 업체가 우리나라 채권시장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로이터 메신저는 대화 내용 저장을 하는 데 비용이 들고, 외국 메신저다보니 꺼림칙한 면인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 컴플라이언스(기업활동과 관련한 법령과 규정 준수) 부서에서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 구원은 “국내 기업에서는 모니터링이 어려워 구글 메일도 못 쓰게 하는 기업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 선물회사 임원은 “로이터 메신저를 쓰면 1년에 2000만~300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딜러들과 협의해 무료인 프리본드 메신저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야후 메신저’ 내달 종료…프리본드 메신저 ‘대안’ 떠올라중에서

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본드시스템을 재구축할 때 내놓은 보도자료중 메신저와 관련한 부분입니다.

□ 기존 메신저에 비한 FreeBond의 특장점은 다음과 같다.

ㅇ (편의성) 시장 참여자들에게 친숙한 메신저, 대화방 환경을 제공하고, 시장 전체 참여자의 회사별 현황을 통한 거래상대방이 탐색이 가능케 하여 편의성을 제고했다.
ㅇ (보안성) 메신저와 트레이딩 보드의 대화내용 및 호가정보를 암호화하여 외부로부터 해킹위험을 차단하는 등 보안성을 강화했다.
ㅇ (안정성) 이중의 서버 구축 및 24시간 운영체계 가동으로 안정성을 제고하였다.
ㅇ (전문성) FreeBond는 채권거래자만을 위한 전용 거래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이용자의 사전 신고․등록제*를 협회의 규정에 반영, 시스템의 전문성을 제고하였다.
* 동 제도로 채권거래 브로커, 딜리, 매니저, 트레이더 등 채권거래에 특화된 시장관계자만이 FreeBond 이용 가능
ㅇ 협회는 FreeBond 사용 신청자의 이용 자격에 대해 사전에 확인하고 관리하게 된다.
금투협, 채권거래 전용시스템 FreeBond 오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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