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껴야 할 숫자들

1.
전파과학사라고 아시나요? 7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전체물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었으면 한번쯤 들어봤을 듯 합니다 여기서 나온 책들의 주제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너무 쉬운 주제로 보이지만 너무 어렵고 복잡합니다. 물리학적으로 따지면 더 복잡합니다. 더불어 종교나 철학은 존재의 유한성,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이 얽힌 결과입니다. 한겨레에 연재중인 김형태변호사의 회고록을 보더라도 살면서 느끼는 종교, 진리, 시간을 철학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이슬람교 성전 코란 5장 116절에는 이런 재미난 구절이 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의 아들 예수야, 네가 백성에게 말하여 하느님을 제외하고 나 예수와 나의 어머니를 경배하라 하였느뇨 하시니. 영광받으소서,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아니하였으며 그렇게 할 권리도 없나이다. 제가 그렇게 말하였다면 당신께서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당신은 저의 심중을 아시나 저는 당신의 심중을 모르나니 당신은 숨겨진 것도 아시는 분이십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명한 것 외에는 그들에게 말하지 아니했나니 나의 주님이요 너희의 주님인 하느님만을 경배하라 하였으며….’

코란에 따르면 예수는 신을 자칭한 적이 없다. 마호메트처럼 여러 예언자 중 한분에 불과하다. 기독교에서도 아리우스파는 예수가 하느님의 피조물이라 하여 이와 같은 견해다. 하지만 하느님과 예수는 동일 본질이라는 삼위일체설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사라졌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보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코란의 이런 언급 자체가 아마 매우 놀라울 게다.
<혹성탈출>이란 영화에서는 원숭이들이 고도의 지능을 지닌 걸로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믿는 하느님은 원숭이 형상을 하고 있다. 하느님을 인격신으로 믿는 건 사람들의 한계이자,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생각들은 믿음의 영역에 속하고 사실이나 과학의 영역이 아니니 사람들이 각자 저 믿는 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믿음의 자리에서는 무엇이 진실인지라는 물음이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붓다가 이 세상 참모습이 연기(緣起)라는 걸 알아 깨친 건 믿음이 아니라 사실의 영역, 경험의 영역이다. 세상 모든 사물이며 사건 중에서 홀로 독립해서 변하지 않고, 이게 바로 그 실체요,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물들 사이의 관계, 사물에 대한 인식, 그 어느 것 하나 절대 불변으로 고정되어 있는 건 없다. 삼라만상이 서로 조건으로 얽혀서 끊임없이 변해간다.

이런 연기의 법은 진실인지 아닌지 판별이 가능한 명제다.

시간은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지지만 그 어떤 순간도 손에 잡을 수 없는 허깨비다. 그렇다고 시간이 없다고 할 수도 없으니 있지도 없지도 않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선이 쌓여 면을 이루고 면은 실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디, 두께가 전혀 없는 선을 현실에서 잡을 수 있기나 한가. ‘없음’이 모여 ‘있음’을 만들어 낸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동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내 눈에는 동전이 분명 수직으로 아래로 떨어진 걸로 보인다. 하지만 기차 밖 들판에 서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동전이 아기 오줌발처럼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진다. 어떤 게 진실일까. 직선? 포물선? 동전이 아래로 떨어진 건 단 한번 일어난, 단 한가지 사실이지만, 진실은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 사이의 관계에 따라 직선도 되고 포물선도 된다. 어떻게 한가지 사실이 두가지로 표현되는 건가. 바로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이 서로 연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과학에선 상대성 원리라 하던가. 연기는 사실의 영역에서 과학에 의해 참이라는 게 차츰 증명되어간다.
무엇이 진실인가, 진상은 무엇인가. 가령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누군지, 누가 저 올레길을 걷던 여자를 죽였는지, 이런 종류의 물음에는 하나의 답만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에서는 그 답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텔레비전 드라마는 어김없이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로 먹고산다.
그 여름 그는, 왜 저 머나먼 섬 거문도에 갔던 걸까중에서

2.
몇 일전?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할 숫자들를 소개하였습니다. 마이크로초 혹은 나노초로 이루어진 세계입니다. 10의 제곱수로 본 시간입니다. 그러면 10의 제곱수로 본 공간은 어떨까요? ?지난 주말 한겨레신문에 실린 책 소개의 일부입니다.

영화 <맨 인 블랙>에는 카메라 시선이 등장인물들에서 그들이 있는 도시 거리, 그리고 지구, 다시 태양계, 또 은하계로 순식간에 이동하면서 그 은하계가 고양이 목걸이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이 나온다. 뒤이어 영화는 그런 목걸이들을 작은 구슬처럼 가지고 노는 ‘어떤 거대존재’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장면도 보여준다.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인공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눈으로 까마득한 고공에서 특정 장소의 건물 내부까지 빠르게 육박·확대해 들어가는(줌인) 범인색출 장면도 영화에는 흔히 등장한다. 미국의 천재적인 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는 1977년에 그런 기법을 이용해 소립자로 이뤄진 극미세계에서 은하 너머의 초거대 우주까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영화 <10의 제곱수>(Powers of Ten)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영화는 한 네덜란드 교사가 쓴 책 <우주의 조망-40번의 도약으로 본 우주>(Cosmic View-The Universe in Forty Jumps)를 토대로 삼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엔 다시 그 영화의 틀을 토대로 최신 과학발견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진 등 시각자료와 도판, 천문·지리·생물·화학 등 관련 분야 해설까지 넣은 책 <10의 제곱수>가 출간됐다.
10억 광년 우주서 42번 줌인하면 쿼크다중에서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문이 생기면 꼬리를 물고 추적을 합니다. 위의 기사로 추적을 해보죠. 먼저 기사에 등장한 Cosmic View-The Universe in Forty Jumps 입니다. 아주 유명한 책인가 봅니다.

이 책을 기초로 만든 영화입니다. 제목은 ‘power of ten’입니다. 읽는 책이죠.

마지막으로 이번에 발간한 책에 실린 사진들입니다. 한권 소장하면 좋겠죠? 혹 숫자에 관심이 있으면?숫자,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도 한번 읽어보세요. EBS가 방영한 ‘문명과 수학’도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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