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테크노스트레스

1.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노동부 보도자료에 올라온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먼저 어떤 연구회인지 궁금해집니다. 보도자료를 보니까 2022년 7월 만들어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소위 ‘전문가’ 12명이 참여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나온 면면을 보니까 거의 대부분 교수입니다. 보통 노동문제는 노사정협의체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데 교수를 앞세워 밀어붙치는 모양입니다.

이 분들이 내놓은 정책권고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입니다.

위 권고문을 보니까 근로시간외에는 추상적인 권고일 뿐입니다. 권고문의 목적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목적은 근로기준법상의 연장근로 제한을 완화하기 위함입니다.

권고문을 보니까 근로시간외에는 추상적인 권고일 뿐입니다. 권고문의 목적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②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 및 제51조의2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제52조제1항제2호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2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제한을 아래와 같이 바꾸자고 권고하고 고용노동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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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의 영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다른 산업은 잘 모릅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수박 겉핡기입니다. 소프트웨어개발도 워낙 다양하니까 모두를 알 수 없고 SI는 안다고 할 수 있죠. SI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설명하는 단어는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이 말이 게임산업으로 넘어가면 크런치모드라고 합니다. SI는 모두 데드라인이라는 납기일이 있습니다. 납기일을 기준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경우 장시간노동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저가 수주를 한 경우에는 상시 장시간노동을 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I와 크런치 시간, 크런치 모드
996 일문화 vs 월화수목금금금
금금금 vs. 금토월

이런 문화가 바뀌도록 한 것이 ‘주 48시간, 연장근로 주 12시간’입니다. 여기에 MZ세대가 개발자의 중추를 이루면서 문화가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곳만 보다라도 2010년대는 야근을 거의 매일하였는데 요즘 6시만 넘으면 사무실에 아무도 없습니다.

2.
솔직히 법과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연장근로를 주 12시간 이내로 하는 곳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근로감독관이 모든 사업장을 관리할 수 없고 노사관계에서 약자인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부 회사의 노동시간을 줄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노동강도 혹은 직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황입니다.

The State of Burnout in Tech, 2022 Edition

위 보고서는 2005년 연구결과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감정 소모나 활력 고갈 (emotional or energetic exhaustion)
무능감 (self-inefficacy)
냉소 (cynicism)
비인격화 (depersonalization)

보고서는 전 세계 33개국 32,644명을 조사하여 Burnout Index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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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위에서 연결한 네가지 항목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2022년 테크 업계 번아웃 실태 보고에서 한 번역을 옮깁니다.

 

번아웃의 4가지 증상

  1. 감정 소모나 활력 고갈 (emotional or energetic exhaustion)
  2. 무능감 (self-inefficacy)
  3. 냉소 (cynicism)
  4. 비인격화 (depersonalization)

감정 소모, 활력 고갈

  • 하루 일과가 끝나고 미처 회복할 겨를도 없이 다음 날 업무를 시작한다.
  • 고갈, 신경쇠약,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못하게 된다.
  • 우울증, 심혈관 질환, 스트레스와 연관된 각종 질병들이 생긴다.
  • 56%의 IT 노동자들은 업무 시간이 끝나도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무능감

  •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 맡은 역할을 잘 완수할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성취감이 줄어 들어 점차 생산성이 떨어지고 의욕이 꺾인다.
  • 정서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여 일을 미루기 시작하고, 결국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걸릴 수 있다.
  • 51%의 사람들은 업무 결과물이 자신의 능력에 못 미치고 있다고 느낀다.

냉소

  • 사람을 변덕스럽게 만들고, 원래 친절하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한다.
  •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 목표를 달성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것에 더이상 만족감과 의미를 찾지 못한다.
  • 이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 27%의 응답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목적을 모른다.

비인격화 (분리, 소외감, 자아 상실) / 심리적 무감각

  • 현 상황에 대처하고 업무를 이어가기 위한 방어 기제로써 감정을 억제한다.
  • 동료, 고객, 상사에게 차갑게 대하고 거리를 둔다.
  •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나아가 전체 조직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물들일 수도 있다.
  • 22%는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자신이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대하는거 같다고 응답했다.

핀란드 연구소가 발표한 The Emergence of Technostress in Software Development Work:Technostressors and Underlying Facto을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중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테크노스트레스’라고 정의합니다. 테크노스트레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Technostress is defined as stress caused by the use of IT.

테크노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증상을 아래와 같이 나열합니다.

Techno-overload
Techno-Invasion(노동과 휴식의 구분이 모호해짐)
Work-Home Conflict
Techno-uncertainty(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적응)
Techno-complexit (새로운 기술은 노동의 복잡성을 일으킴)
Techno-insecurity(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인하여 직업의 불안전성)
IT Malfunctions (장애에 의한 불안정성)

학술논문이지만 공감이 가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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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80년대와 90년대가 떠오릅니다. 공권력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던 시기입니다. 여기에 연장근로 규제를 풀면서 ‘장시간노동’이 겹쳐집니다. 2011년 정재승 교수가 쓴 카페인 공화국의 중 일부입니다.

대한민국의 밤은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활력으로 유지되는 우울공화국이요, 대한민국의 낮은 커피가 만들어내는 활력으로 지탱되는 피로공화국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다시 돌아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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