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4월 일기

페이스북에 쓴 글을 모았습니다. 보관용입니다.

1.
하이바이 마마 에필로그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의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집 제목이었네요. 곰곰히 씹어보면 무척이나 깊은 뜻을 느낍니다. 부활시기 묵상의 화두입니다.

2.
새벽에 잠시 읽은 책에 있는 단어, 공동합의성(synodality).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언급하는 개념입니다.

‘공동합의성’이란 성령의 인도 아래,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말에 경청하고 서로를 존중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령의 인도’라는 말을 빼고 읽으면 자주 들어왔던 ‘공론화’와 이어집니다. 사회적 갈등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전문가·일반시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라 말하는 공론화. 이를 다르게 정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 과정(학습과 토의)을 거쳐서 보다 정확한 여론 및 의견파악을 하려고 하는 과정.
공동합의성, 공론화의 공통은 듣는 것, 경청입니다. 배우고 익혀서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합니다. 그러나 듣는 것은 인내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21대 국회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토론하고 같음과 다름을 찾아서 정책을 결정하는 장이길 바랍니다.

참고로 교황님이 말씀하는 경청을 소개합니다.

“공동합의성(synodality), 곧 시노드의 여정은 하느님이 삼천년기 교회에 바라는 길이다. 공동합의에 바탕을 둔 시노드 교회는 듣는 교회로서 주의 깊은 청취는 그냥 듣는 것 이상이며, 사려 깊은 듣는 행위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다.”

3.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한 후 라디오를 틀어 놓습니다. 주로 KBS Classic FM 새아침의 클래식을 듣습니다. 거의 유일한 고음악전문프로그램입니다. 어제 우연히 다른 방송을 들었습니다. 경쾌한 가요가 나옵니다. 문득 내 삶에서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 무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고음악의 정서처럼 하루의 시작을 감사하고 경건하게 묵상하는 아침인지,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반갑게 맞이하고 경쾌하게 시작하는 아침일지.
무엇이든 좋을 듯 합니다. 개인 취향이니까. 다만 언제부터 새로운 하루를 감사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때문입니다.나이 듬때문입니다.(^^)

4.
북한산. 관악산
서울의 북과 남을 대표하는 산입니다. 몇 년동안 매월 한번 북한산을 오르던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뜸합니다.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는 관악산이 좋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두 산은 서로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북한산은 산 자체가 매력입니다. 어느 길로 오르더라도 능선, 정상, 바위, 계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악산은 아닙니다. 산 보다는 산 아래가 매력입니다. 바위산을 오르는 동안 마을과 도시를 내려다 보면서 드는 느낌이나 생각이 매력입니다.
북한산은 같이 오르면 좋은 산. 관악산은 홀로 오르며 생각을 하는 산입니다. 그래서 평일 홀로 산행을 좋아합니다.

5.
코로나19와 관련한 해외 기사들은 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smartphone surveillance입니다. 감염자의 동선추적을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CCTV 감시에서 나아가 변화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날지 모르지만 하여튼 포스트-코로나19이후 관련기술을 어떻게 통제할지, 중요한 화두입니다.

코로나19 효과…전세계로 확산 중인 ‘감시기술’

6.
코로나 위기가 두려운 이유는 ‘전세계 동시 (同時)’이기 때문입니다. 상호 의존적인 세계화의 산물인 현재의 문명이 코로나 19를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에 던져진 화두는 생존입니다. 다만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어떻게’ 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과 약소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가와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나아가 인간과 자연까지…..

각자도생(各自圖生) vs 공생공존(共生共存)

7.
15년이 넘은 T셔츠.
16년이 넘은 청바지.
20년 된 겨울코드……..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싸웁니다.

“버려라!”
“싫다. 편하고 입을만 한데 왜 버리냐?”

생각을 바꿔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다시 생각을 바꿉니다. 낡은 것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그런데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면 장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

8.
아침 밥을 한 지 오랜지라 이것저것 만들어서 혼자 혹은 같이 먹습니다. 사실 아침을 꼭 챙겨 먹는 쪽은 저라 제 입맛이 기준입니다.
어제 아침 상차림. 짜장밥.
몇 일전 만들어 놓은 다진 돼지고기. 감자, 양파, 당근, 호박, 양배추, 버섯, 토마토 그리고 파기름용 대파까지 다듬어 준비합니다. 중식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기름을 낸 다음 여러가지 재료를 잘 볶습니다. 재료가 익을 즈음 짜장가루를 물에 개고 찹쌀가루와 매실청을 더한 후 프라이팬에 넣고 자글자글 끓입니다.
사단은 이 때부터입니다. 일어난 아내가 부엌에 옵니다. 항상 첫 말은 같습니다.

“좀 정리하면서 일해. 이렇게 너저분하게 어질러 놓으면 정신이 사나워서…”
“나야 조리 끝내고 치우려고 하지..”
“말 좀 들어”
“……”

다음으로 짜장을 놓고 한마디.

“지난 번에 짜던데 단맛을 넣었어?”
“간장은 넣지도 않았고 매실청 넣었어..”
“음식할 때 간 좀 보고 해..”
“……”

고부 갈등이 왜 생길까, 부엌에서 일할 때마다 이해합니다. 부엌은 누군가의 독점 공간입니다. 남이 공간을 쓰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남을 이해하는 방법. 일하는 방식, 흐름은 모두 다릅니다. 다름을 인정하면 부엌 안은 평화롭습니다.(^^)

9.
오래 전 큰 딸이 재수할 때 학원을 오며 가며 들었던 국악방송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
이 때 들었던 인상깊은 꼭지가 중고책 시장입니다. 알라딘 등이 경쟁적으로 중고시장에 진출하면서 새책이 중고책으로 둔갑하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럴 듯 합니다.
저는 신간이 나오면 기록해놓습니다. 그리고 일년후 중고책방을 검색해서 책을 주문합니다. 종사자들에게 죄송하지만 ㅠㅠㅠ

10.
처음 집을 지었던 분은 1층과 2층을 분리하지 않고 동거하는 식으로 설계했습니다. 벌써 몇 십년 전입니다. 시대가 바꿔셔 가구를 분리하려고 하니까 부엌이 없네요. 방 하나를 부엌으로 바꾼 때도 이 십여년 전. 아이들이 어릴 때는 별 문제 없었으나 커가니까 방이 모자랍니다. 안방을 아이들 방으로 내주면서 칸막이로 나누었습니다. 여전히 불편해서 고민 고민을 했습니다. 동네에 유행하는 신축도 생각했지만 부모님의 생활이 중요합니다. 결국 리모델링 하면서 내부계단에 다락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리모델링하려면 짐을 옮겨야 하는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살릴지, 생사여탈권을 쥔 분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쟁점은 신혼 살림입니다. 현재까지 쓰고 있는 살림은 혼수장과 책꽂이입니다. 이야기할 때마다 바뀝니다.

“혼수장 버리고 붙박이장으로 바꾸자… 그리고 자잔한 가구도 다 버리고.. ”
“최근에 산 서랍장은 그대로 사용하고 책상도 그대로…
“산뜻하게 하려고 하는데 가구가 많으면 너저분..
“….”

어제 혼수장중 하나를 부셨습니다. 해체해서 쓰레기로 내놓았습니다. 갑자기 안색이 바뀝니다. 가슴 한 부분이 뚫린 느낌인가 봅니다.

“남은 장은 그대로 두자…”
“붙박이장은 그대로 하고 남은 혼수장은 붙박이틀을 만들어 넣어 보자..”

물건은 생명체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같이 한 물건은 가족의 분신일 수 있습니다. 물건에 기억이 겹칩니다. 집도 그렇습니다. 부동산으로 떼 돈을 벌 수 있지만 재화 이전에 가족이 함께 한 시간이고 기억입니다. 새로운 집보다는 오랜 집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
김호기 칼럼.

“정치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열정·책임감·균형감각’의 세 가지다. 베버에게 정치가의 역할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가치와 이익을 대표하는 데 있다. 이 정치적 대표성에 헌신하려는 태도가 열정이라면, 그 대표성에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가 책임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과 책임감 사이에서 요청되는 게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은 사물과 사람에 거리를 둘 수 있는 태도이자 주어진 현실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민주당 이해찬 21대 당선자 워크샵 인사

“국민 앞에 겸손하며 진실한 마음, 성실한 자세, 절실한 심정으로 일해달라”

정의당 초선의원들도 어려운 길이지만 선택하고 선택받은 길인만큼 사명감으로 잘 하시길.

[김호기 칼럼]‘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 읽는다

12.
오랜만에 산 신간^^
중고서적이 좋던데 페북에 올라온 글을 보고 구매. 대략 욿어본 느낌.
생각보다 두꼅고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한동안 머리가 아플 듯 합니다..

13.
우연히 본 팬텀싱어. 바리톤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기억의 향기’
참 좋아하는 단어인 ‘향기’. 향기 있는 삶. 향기가 나는 사람. 이런 꿈을 꿉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학교 합창반할 때 바리톤 파트였는데 다시금 노래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향기로 기억 되는 건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눈빛으로 기억 되는 건
하지 못 한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어 바람이 불면
마치 그대의 목소리 같아
그냥 한번 하늘을 보네
세월이란 파도에 휩쓸려
먼지처럼 사라져 갔지만
아직도 내 눈 속엔 있네
사람이 눈물로 기억 되는 건
그 사랑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림자로 기억 되는 건
주지 못한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어 바람이 불면
마치 그대의 목소리 같아
그냥한번 하늘을 보네
세월이란 파도에 휩쓸려
먼지처럼 사라져 갔지만
아직도 내 눈속엔 있네
하늘이 내게 허락 해줘서
잠시 그대를 볼 수 있다면
하지 못 한 말 해주고 싶소
그대를 한 번도 잊고 산적 없다고
그대가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 하겠소 음~
사람이 향기로 기억 되는 건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눈빛으로 기억 되는 건
하지 못 한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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