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날 단상…

페이스북 끄적임을 남기기 위하여

1.
따뜻함의 소중함을 추운 겨울에 알 수 있듯이
일상의 소중함을 코로나 시기에 느낍니다.

언젠가 한 초등학생이 해맑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겨울이 좋아요. 왜냐하면 겨울은 따뜻하거든요.”
처음엔 웃음이 났습니다. 역시 어린아이들의 엉뚱함은 아무도 못 말린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던 나를 그 아이는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며 겨울이 따뜻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따스함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어요. 장갑 속이나 포근한 이불, 그리고 코트의 따뜻함, 그 느낌을 다른 때는 느낄 수 없잖아요. 여름은 더운 거지 따뜻하진 않아요.”

2.
하이바이 마마 에필로그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의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집 제목이었네요. 곰곰히 씹어보면 무척이나 깊은 뜻을 느낍니다. 부활시기 묵상의 화두입니다.

3.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한 후 라디오를 틀어 놓습니다. 주로 KBS Classic FM 새아침의 클래식을 듣습니다. 거의 유일한 고음악전문프로그램입니다. 어제 우연히 다른 방송을 들었습니다. 경쾌한 가요가 나옵니다. 문득 내 삶에서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 무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고음악의 정서처럼 하루의 시작을 감사하고 경건하게 묵상하는 아침인지,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반갑게 맞이하고 경쾌하게 시작하는 아침일지.무엇이든 좋을 듯 합니다. 개인 취향이니까. 다만 언제부터 새로운 하루를 감사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때문입니다.
나이 듬때문입니다.(^^)

4.
새벽에 잠시 읽은 책에 있는 단어, 공동합의성(synodality).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언급하는 개념입니다.
‘공동합의성’이란 성령의 인도 아래,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말에 경청하고 서로를 존중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찾아나간다는 것이다.여기서 ‘성령의 인도’라는 말을 빼고 읽으면 자주 들어왔던 ‘공론화’와 이어집니다. 사회적 갈등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전문가·일반시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라 말하는 공론화. 이를 다르게 정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일반 시민들에게도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 과정(학습과 토의)을 거쳐서 보다 정확한 여론 및 의견파악을 하려고 하는 과정. 공동합의성, 공론화의 공통은 듣는 것, 경청입니다. 배우고 익혀서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합니다. 그러나 듣는 것은 인내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21대 국회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토론하고 같음과 다름을 찾아서 정책을 결정하는 장이길 바랍니다.

참고로 교황님이 말씀하는 경청을 소개합니다.

“공동합의성(synodality), 곧 시노드의 여정은 하느님이 삼천년기 교회에 바라는 길이다. 공동합의에 바탕을 둔 시노드 교회는 듣는 교회로서 주의 깊은 청취는 그냥 듣는 것 이상이며, 사려 깊은 듣는 행위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다.”

5.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시간동안 우리는 우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국뽕’이 넘칩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이지만 헬조선이 있었는데 ‘나의 조국’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맞습니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습니다. 오랜 동안 어둠만 보던 것에 익숙하다 빛이 있음을 잊었습니다. 빛나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으면 합니다.그러나 어둠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헬조선이라는 낙인을 찍도록 만들었던 우리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지 않는다면 우리, 우리 자식들은 다시 헬조선이라는 자괴감속에 살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와 진보의 날개로 날아간다. 이런 표현이 어떨까 합니다. 힘겹게 살아온 모든 이를 응원합니다 ^^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에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것이 길이다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
일어나 앞으로 나가 니가 가는 것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6.
국악한마당을 보는데 너무 멋진 ‘악단광칠’
선거가 끝나고
코로나도 잠잠해질 때
모든 분들이 흥겹게 한 판 놀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흥겨운 이 잔치에 모십니다
모십니다 모십니다
흥겨운 이 잔치에 모십니다
이 자리가 무슨 자리
여러분 모시고 노는 자리
흥이 나면 춤 추시고
찡하시면 울어주시고
신나게 한 판 놀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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