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은행, 디지탈은행, 서비스로서의 은행(BAAS)
금융산업의 디지탈화를 둘러싼 경쟁이 가장 치열할 곳은 은행산업입니다. 가장 보수적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은행의 디지탈화가 급속이 이루어지는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의 규제완화와 간편결제,간편송금 및 P2P대출로 무장한 빅테크, 핀테크기업의 공세 때문입니다. 더불어 금융산업은 인터넷뱅킹이 등장할 때부터 정보서비스(Information Service)산업으로 바뀐 것도 한 원인입니다.
디지탈을 중심으로 급격히 사회관계가 바뀌고 있는 현재 은행의 미래는 어떨까요? 이와 관련하여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2018년 발간한 ‘핀테크 발전의 시나리오와 은행 및 정책당국에 대한 시사점’을 보면 다섯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Better Bank) 기존 은행이 핀테크와 결합하여 고도의 금융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형태
② (New Bank) 핀테크 기업이 무점포 온라인 은행을 설립하여 기존 은행이 제공하던 고도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은행을 대체
③ (Distributed Bank) 금융서비스 제공자 또는 대고객 창구의 설치· 운영자가 다양화되고, 이들의 분업 및 협업을 통해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기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공존)
④ (Relegated Bank) 플랫폼(front-end platforms)이 대고객 창구를 주도하는 가운데 기존 은행은 범용화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에 편입되는 형태
⑤ (Disintermediated Bank) P2P 대출 등과 같이 고객이 분산화· 개방화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형태
그러면 한국의 은행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카카오뱅크 및 K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입니다. 현재까지 인터넷은행, 인터넷은행을 메기로 하여 디지탈화에 나서는 시중 은행들은 바젤의 시나리오로 보면 Better Bank이나 New Bank입니다. 개인고객을 고려한 모바일통합환경, 비대면거래, AI와 빅데이타를 활용한 신용대출처럼 핀테크기술과 기존 서비스를 결합한 고도의 금융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은행입니다.
인터넷은행중 카카오뱅크가 두드러진 실적을 보인 분야는 중금리 신용대출입니다. 시중은행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기에는 신용등급이 높아서 은행창구를 이용하지 못했던 고객들이 카드론이나 저축은행이 아닌 카카오뱅크를 통하여 대출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AI와 빅데이타를 결합한 카카오만의 신용평가시스템(CSS, Credit Score System)때문입니다. 신용평가사나 은행들의 신용평가 데이타는 기존 금융기관과의 거래내역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거래실적이 부족하거나 없는 세대들은 높은 신굥등급으로 인하여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에 반해 온라인상거래 내역 및 카카오페이 등을 통한 지급결제 및 다양한 비금융데이타를 결합하여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카카오스코어는 은행대출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물론 중금리 신용대출입니다.
디지탈은행의 미래가 UX가 다른 모바일앱, 비대면서비스, 신용대출일까요?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SBI Netbank를 보죠. SBI NetBank의 조직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T총괄팀, 계정계시스템개발팀, 프론트시스템개발팀, 인프라운영팀, UX디자인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타부, 중소기업사업부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전략그룹, 재무그룹, 정보보안그룹, IT그룹 및 리스크관리그룹입니다. SBI Netbank는 핀테크기업과 같은 느낌이 들고 카카오뱅크는 전통적인 은행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각 나라의 규제가 조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큽니다. 이런 차이는 은행의 전략에도 나타납니다. SBI Net Bank이 추진하는 Bank2.0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여 은행이 적시(Just In Time)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향후 추진하려고 하는 3.0은 고객의 요구가 없어도 은행이 고객의 요구를 예상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은행API를 이용하여 구축한 은행생태계를 통하여 획득한 데이타와 인공지능기술(AI)를 기초로 한 비지니스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나 SBI Net Bank와 같은 새로운 은행이 유럽에서는 Challenge Bank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였습니다. Challenger Bank는 영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기존 대형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후 은행에 대한 인허가를 학대하면서 최근 수년 간 유럽을 중심으로 소위 ‘Challenger Banks’라 일컬어지는 은행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유럽 은행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있습니다. 통상 ‘Challenger Bank’라는 용어는 유럽 – 특히 영국 – 의 핀테크 은행을 지칭할 때 사용되나 넓은 의미에서는 일반적인 인터넷 전문은행(또는 디지털은행)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Challenger Bank는 일반적으로 기존 은행과의 직접 경쟁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특정시장 내에서 자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PWC는 Challenger Bank를 타깃 시장 및 서비스 모델에 따라 중형Full Service 은행, 특화 은행, 브랜드 활용 은행, 디지털 전문 은행 등으로 분류합니다.
①중형 Full service 은행은 기존 은행과 유사한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당수의 지점망을 보유.
②특화 은행은 대형은행이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시장(예. SME 대출)에 자원을 집중하며,소수의 지점망을 운영하는 대신 중개 채널을 통한 영업 전개를 전개.
③ 브랜드 활용 은행은 타 산업(예. 유통) 분야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계 은행과 협업을 통해 은행을 운영하는 모델.
④디지털 전문은행은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친화 고객을 유입에 집중하며 확장가능한 서비스플랫폼과 어플리케이션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Challenger Bank들의 전략과 수익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09년 면허를 취득한 독일의 Fidor Bank는 여러 협력사를 활용하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banking with friends’를 모토로 고객 커뮤니티를 매우 중시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합니다. 오픈 API기반의 개방형 IT 시스템인 FidorOS Platform을 구축하여 여러 파트너회사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 P2P대출, 크라우딩 펀등, 주식 트레이딩, 귀금속 거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협력사를 통한 거래방법이 40여 개가 넘고 여러 형태의 글로벌 거래가 가능합나다. ‘60-second banking’이라는 철학 하에 대출신청-승인의 절차가 1분 이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했습니다.
• Core Banking: G&H Bankensoftware Bancos, Swisscom
• Payment/Card: van den Berg, Mastercard, PetaFuel
• API Crypto: bitcoin.de, Kraken, several ICOs, and crypto companies
• API distribution, White-Label Bank: O2/ Telefónica
• Marketplace/Branding: Eight Inc.
• Investment: Scalable Capital, Ginmon, Nutmeg
• Savings: Raisin
• Trading: Ayondo, eToro
Monzo Bank는 전반적인 소매금융보다는 선불카드(prepaid) 업무를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였으며 2017년 4월 저축계좌를 신설한 후 매월 평균 60,000개의 새로운 계좌가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선불카드 관련 업무, 금융거래 관련 각종 수수료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있으며 전체 수입 대비 비이자수입 비중이 91.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돈을 소비하는 습관의 실시간 분석, 빠른 모바일 송금, 런던의 교통 사용 및 우버와 핀테크 회사인 너트멕 (Nutmeg)과의 통합적 기능, 고객의 뱅킹 습관을 예측하는 인공 지능 레이어링 (AI layering), 수수료없는 교환/환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선불카드 등 비즈니스를 통해 금융거래 편이성을 제공하여 고객층을 넓힌 후 자산운용의 다양성(수익창출 채널 확대)을 추구할 계획이먀 실제 2018년 4월을 기점으로 선불카드업무는 더 이상 하지 않으나 선불카드 고객의 94%가 예금고객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또한 핀테크 활용 측면에서도 적극적입니다. 개발자가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API를 공개하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디어 토론 행사인 해카톤(Hackathon)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API 스펙을 개선합니다. Monzo Bank 설립자인 블롬필드 (Tom Blomfield)는 정보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당신이 구식의, 똑같은 상품들을 보기를 원한다면, 이미 나와있고 존재하는 상품을 사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변화에 적응하기를 원하고 21세기적인 경험을 하기 원하다면, 스택 (stack)을 가져야 합니다”
독일 N26 Bank는 2013년 지급결제 분야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2016년 7월 은행업 인가(full banking license)를 취득한 모바일전용은행입니다. 기존 은행과 달리 풀뱅킹서비스가 아니라 코어뱅킹에 집중하는 모델을 선택합니다. 현재 N26 Bank는 환전 및 ATM 수수료 부담 없는 국내외 지급결제서비스를 핵심업무로 합니다. N26 카드로 전세계 어느 ATM 에서든 수수료 없이 유로화 인출이 가능하고 Mastercard와 제휴하여 전세계 어디에서도 추가 수수료없이 결제가 가능하고, 해외 사용을 허용할지 말지, 은행에 요청하고 승인받는 절차 없이 자신의 인터넷 계좌 페이지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고 결제 한도 조정, 카드 잠금, 계좌 이체 등 기타 다른 업무들도 모바일 앱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기타 부문은 다른 핀테크기업과 업무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송금은 Transferwise, 저축상품판매는 Raisin, 자산관리는 Vaamo, 보험은 Clark, 대출서비스는 Auxomoney를 통하여 제공합니다.
이상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은행 면허를 가지고 있는 핀테크 은행 혹은 중소형 은행이 모든 업무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서비스 제공자를 다양화하고 이들의 분업 및 협업을 통해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가 보편적이고 이를 위하여 Open API를 기반으로 오픈뱅킹전략을 추진한다는 점입니다. 넓은 의미로 Bank As A Servi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Fidor Bank외 스페인 BBVA도 대표적인 오픈뱅킹전략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는 개발자, 제휴사와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5월 API Market11)을 시장에 공개하였고 사용자정보, 계좌, 카드, 지급, 대출, 알림 등의 API를 제공합니다. BBVA API Market은 현재 스페인, 미국, 멕시코 3개국 서비스 중이며 실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 수준에 따라 테스트 버전과 풀 버전 2가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BBVA의 계좌가 없더라도 누구나 API Market 등록 후 사용 가능하고 테스트버전은 무료, 풀 버전은 계약에 따라 사용료를 징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 사례로는 BBVA카드와 BBVA POS 단말기 거래내역으로 익명 수집된 통계데이터(매주 업데이트)와 이를 토대로 소비 패턴, 인구 통계 등을 분석하여 가상지도(virtual map)를 제공하고 있는 PayStats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오픈뱅킹전략은 국내에서 두가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입니다. 지급결제회사들이 은행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은행의 Open API 개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은행 스스로 API 플랫폼을 구축하여 핀테크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핀테크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할지 고민할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오픈뱅킹은 지급결제와 개인데이타와 관련한 부분입니다. 은행의 본래적인 기능인 여신과 수신은 아닙니다. 은행 인허가와 관련한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Challenger라고 하지만 도전자가 많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하나 기존 은행은 법적으로 은행이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서비스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토스와 같은 유니콘 혹은 빅테크에게 유리한 환경이지 핀테크 스트타업이 비지니스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습니다. 비지니스가 성공할 수 있는 전제, 사회적인 요구가 있지만 은행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