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네요…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10년동안 했던 사업이 결국 실패하면서 “왜 그랬을까”하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고 아마도 다른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그에 따른 가치관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을 합니다.
80년대말 90년대초 세상은 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졌지만 사회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에서 변화가 시작되었고 결국 사회주의의 종말로 이어졌습니다.러시아혁명이후 시작된 기나긴 현실에서 사회주의의 실험(?)은 한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많은 사회운동가들이 고민을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현장이다라고 하면서 노동현장에서 남아있었고 어떤 사람은 변호사로 어떤 사람은 정치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 저는 IT기술에 주목하여 “바른정보”라고 하는 사회단체성격의 개인회사를 만들었고 그것이 경영자로써의 첫걸음이었습니다.
초기에 하고자 했던 것은 “노동 및 사회운동의 자료를 데이타베이스화하자”였습니다.그래서 6년동안 바른정보라는 이름으로 (주)나우콤의 선배도움을 받아서 나우누리서비스와 같이 VT기반의 온라인PC통신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참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였습니다. 90년대 중반 약 30~50만원정도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일을 진행하였는데 모든 비용조달은 저 스스로 책임을 졌습니다. 주로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고 95년부터는 수익사업으로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서버부분을 개발하였고 이 때문에 현재까지 왔습니다.
요즘 사회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렇지만 80년대말에서 90년대까지 거의 대부분의 단체는 후원금이나 대표의 능력으로 운영을 합니다. “바른정보”도 그런 경우와 같습니다. 대표를 맡았던 제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95년부터는 영업도 그렇고.저 개인의 성격에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여야 하는 사회단체의 경험이 맞물리면서 “혼자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는”그런 모습이 굳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몇명이 되지 않는 규모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명이 넘고 50명이 넘어가면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는데 결국 저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스스로의 판단을 객관화하고 이를 주변에서 검증을 받고 가능성을 확인하여야 하는데 그런 프로세스를 만들지도 못했고 스스로도 노력이 부족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사회단체”와 같은 운영은 전제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목적의 공유이기때문에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그런 점도 부족했습니다. “해고”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판단해서 그만두던가 아니면 특정한 규정을 위반해서 “제명”을 하는 경우외에는 다른 것은 없죠. 더군다나 “해고”라는 기업주의 행위는 대부분의 경우 노동자에게 커다란 육체적인 물질적인 정신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을 수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느꼈기때문에 “해고”라는 말이 가슴속에 차지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과정에서 크게 세가지가 개인적인 성격과 맞물리면서 자리잡았습니다.
– 숫자를 기초로 한 경영능력의 부족
– 해고에 대한 심정적인 거부감
– 성과평가와 책임에 대한 방기
결국 기업이 해야할 기본적인 존재이유에 대해 뼈속깊숙이 몸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단체”의 연장선에서 경영을 하지 않았나 합니다. 실패한 지금 “기업이 해야할 기본적인 존재이유”는 다른 이론이 있더라도 저는 무조건 “이익”라고 생각합니다. “이익”이 날 가능성이 낮으면 무조건 접어야 합니다. 성공할 가능성만을 보지말고 “실패”할 확률을 먼저 생각합니다. 물론 같은 말ㄹ입니다. 산술적으로는.성공확률을 100에서 빼면 실패확률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성공확률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무예측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숫자를 만들었지만 그 숫자도 결국은 저 스스로의 주관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니까요!!!! 사회운동에서 하나의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조직하고 결과를 평가할 때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목표와 과정자체가 사회운동의 존재이유이기때문입니다. 저는 기업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나 비즈니스모델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고 이를 추진하는 그 자체”가 기업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벤처기업의 속성이고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은 아니였습니다. 벤처기업도 기업이기때문에 기업으로의 핵심적인 존재이유와 지속성을 얻기 위해선 “숫자”가 중요한 것임을 놓쳤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2001년 격주휴무제에서 급여의 변동없이 주 5일제로 전환을 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추가소요비용이나 매출증대를 고려하지 않고. 또 98년부터 2003년까지 근로기준법상에 있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였습니다. 성과측정모델을 도입하지 못하고 시간단위로 임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것이 좋은 경영자이다라는 이유로. 재무계획에서 빨간 신호가 보이기시작한 2001년말에 구조조정을 대폭하라는 권고를 받고는 “막연한 매출”가능성으로 그것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회사경영을 위해 빚을 늘려갔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경영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사회단체에서 처럼.
결국 좋은 경영가가 되지 위한 준비가 전혀 없었습니다. 사회단체에서는 물러나더라도 좋은 인간관계로 남는데 기업은 “고용계약서”만이 남는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습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이 요구하는 인간형은 확실히 다릅니다.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야수”와 같은 생존본능을 무의식적으로 가져야 하네요. 개인적인 생존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